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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겨진 상여.  경찰병력이 에워싸고 있다.
뜯겨진 상여. 경찰병력이 에워싸고 있다. ⓒ 여인철
7월 31일 오후 6시 30분경 대전의 으능정이 거리에서는 "미군장갑차 살인사건 희생자 고 심미선 신효순양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이 행사를 위해 지난 25일 민주주의민족통일대전충남연합, 6·15 남북공동선언을 위한 대전충남 통일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 등의 대전지역 43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루어 진 준비위원회가 결성되어 결성선언문과 대전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이 발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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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추모 행사는 6시로 예정되었으나 약 30분가량 지연되었다. 시내 곳곳에서 추모 플래카드 걸기, 서명활동, 유인물 홍보 등의 선전전을 벌이고 대전역에서 오후 5시부터 출발할 예정이던 집회참가자들이 상여행진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경찰에 의해 행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여는 어디가고 빈 상여대만 쓸쓸히...
상여는 어디가고 빈 상여대만 쓸쓸히... ⓒ 여인철
지리한 공방 끝에 상여는 상여대와 분리되어 나가고, 한때 경찰과 집회참가자들의 감정이 격앙되어 충돌의 위험마저 보였다. 결국 한시간 가량의 대치 끝에 타협이 이루어져 행진은 시작되고, 상여는 없이 상여대만 나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집회참가자는 경찰이 쳐준 폴리스 라인을 따라 방송차량을 선두로 만장, 풍물패, 준비위원, 상여 그리고 대열의 순으로 천천히 행진하여 행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만장에는 '진상조사단 구성', '살인자 구속처벌', '미군기지 폐쇄', 'SOFA 전면개정', '부시 공개사과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행진 중에는 빈 상여대를 메고있는 학생의 땀을 인도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닦아주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하였다.

집회본대가 대전역에서 오기 전 행사장이 마련된 으능정이 거리에서는 10명 가량의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이 "미군은 재판권을 이양하고 부시대통령은 사과하라", "장갑차 압살사건 진상규명하고 불평등한 SOFA규정 개정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고, 10여명 가량의 노사모 회원들은 '안티조선 부채'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의 3인시위-부시대통령은 사과하라!, 불평등한 SOFA규정 개정하라!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의 3인시위-부시대통령은 사과하라!, 불평등한 SOFA규정 개정하라! ⓒ 여인철
약 100명 규모의 집회본대가 행사장에 도착하자 풍물패에 의한 짧은 길놀이를 마치고 곧 49재 행사가 시작되었다. 극단 우금치의 미군의 오만함을 풍자한 간단한 마당극, 살풀이 춤 그리고 노래패 '느티나무'의 추모곡과 전교조 교사의 추모시 낭독으로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었다.

한편, 이날 행사장의 거리 안쪽으로는 사건관련 사진전시회가 열렸으며 곳곳에 서명대가 설치되어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잡기도 하였다.

이어 계속된 추모행사는 사건경위 및 투쟁과정 보고, 추모사, 추모편지 낭독, 영상상영 등의 순으로 진행이 되었으며, 오후 8시 30분께 전체 집회 참가자와 시민들에게 헌화와 분향의 기회가 주어져 한동안 헌화행렬이 이어졌다.

그리고 촛불추모와 "부시 미국대통령은 유족과 국민 앞에 무릎꿇고 사과하라", "불평등한 SOFA를 전면 개정하라" 등의 몇 가지 구호를 끝으로,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마지막으로 이승을 떠나는 날, 고 심미선 신효순양 49재 추모행사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집회행렬이 긴 대치 끝에 대전역을 나서고 있다.
집회행렬이 긴 대치 끝에 대전역을 나서고 있다. ⓒ 여인철
어릴 적에도 단짝이었던 효순이와 미선이-잘 가거라
어릴 적에도 단짝이었던 효순이와 미선이-잘 가거라 ⓒ 여인철
시민들의 헌화
시민들의 헌화 ⓒ 여인철

덧붙이는 글 | 추모시
  
우리가 이 땅에 살아남아서


- 미군장갑차 희생자 고 심미선, 신효순 49재에 부쳐


이강산


눈 감지 못하리
으스러진 두개골 찢어진 살점으로는
차마 눈 감지 못하리!

반도의 척추뼈에 반도의 두개골에
냉전의 캐터필러, SOFA의 군화발 소리가 들리는 오늘
눈 감지 못하리
아무도 눈 감지 못하리!

열네 살, 꽃다운 나이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꽃망울들
미처 눈도 못 감은 채 우리 곁을 떠난
심미선, 신효순
내 누이, 우리의 사랑하는 딸들이여!

너희가 내 발에 가슴이 짓이겨진 풀잎이더냐!
너희가 내 발에 두개골이 으스러진 풀잎이더냐!
너희가 내 발에 심장이 찢어진 풀잎이더냐!

어쩌다 풀잎만 밟혀도
나는 휘청, 흔들리는 것이다
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개미 한 마리만 밟혀도
우리는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너희, 열네 살의 꽃같은 소녀를 짓밟은 미군은
미군 장갑차는
길바닥에 쓰러진 너희들의 주검을 내려다보고
무엇을 했느냐
사람의 주검을 두고 무엇을 했느냐

'주둔군지위협정'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드냐!
살인을 외면하는 그 주둔군은 무엇이드냐!

주둔군의 장갑차에 아들딸이 깔려 죽는
조국은 무엇이드냐
살인자를 형사처벌하지 못하는 조국은 또 무엇이드냐!

들리느냐
살아남은 우리의 울분

분단 반세기
미군의 캐터필러, 미군의 군화발에 죽어간
이 땅의 미선이를 살려내라! 효순이를 살려내라!

들리느냐, 듣고 있느냐
미선아, 효순아

구천에서도 이 땅을 굽어보며 눈 부릅뜨고 있을
효순아, 미선아
살아남은 우리의 할 일이 무엇인지 우리는 똑똑히 안다
살아남은 우리가 오늘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안다

이 땅에서 피우지 못한 꽃
미선아, 효순아
부디 천국에서 활짝 꽃피우기 바란다

눈 감지 못하리
으스러진 두개골 찢어진 살점으로는
차마 눈 감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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