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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단장 이재오 의원)이 6일 대구 시지부 사무실에서 현장조사에 앞서 대책회의를 갖고 있다.
한나라당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단장 이재오 의원)이 6일 대구 시지부 사무실에서 현장조사에 앞서 대책회의를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한나라당이 자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논란으로 궁지에 몰리자 상식밖의 과잉대응을 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게다가 대상이 정부기관도 아닌, 한 개인의 사생활을 캐기 위한 것이어서 이번 한나라당의 처사를 놓고 도덕성 시비마저 제기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면제 은폐대책회의'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의 뒷조사를 위해 무려 9명의 '헌법기관'(국회의원)들을 6일 대구로 '특파', 김씨의 주소지 등을 샅샅히 뒤졌다. 김씨의 '믿을 수 없는 과거 행적'을 부각시켜 김씨 발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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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들과 민주당이 '검찰 중립 훼손'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 이회창 후보 병역비리 은폐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 박영관 특수1부장을 고발한 뒤 이어진 다음 행보이다.

하지만 김대업씨는 지난 31일 "한나라당이 성명을 발표하면서 나의 판결문을 '불법적으로 입수'해 공개"했다면서 이회창 후보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바 있고, "한나라당은 성명 등을 통해 나와 전 부인의 출입국 사실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조회해 공개하는 등 공당으로서는 할 수 없는 작태들을 일삼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한나라당은 이재오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일명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을 결성했다. 이번 조사단은 정형근, 홍준표, 김문수 의원을 비롯해 대구 출신의 백승홍, 안택수 의원 등 총 11명의 국회의원들로 구성됐다.

조사단은 향후 김씨와 관련한 과거의 행적을 면밀히 검토한 후 김씨가 폭로한 병역은폐 대책회의 주장의 허구성을 드러낸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김씨가 과거 '전과' 이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 김씨의 사생활을 집중 거론하고 병역비리 대책회의 폭로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김대업씨의 가족들이 살았다던 대구 중구 동인 1가 S아파트 주민들이 진상조사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대업씨의 가족들이 살았다던 대구 중구 동인 1가 S아파트 주민들이 진상조사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그 첫 과녁으로 조사단이 선정한 곳은 대구. 현재 김씨의 주민등록은 대구 중구청 확인 결과 지난 2000년 12월경 무단전출로 인해 직권말소 됐었다. 그후 올 5월말 대구 중구 동인1가 'S' 아파트에 재등록 돼 있는 상태이다.

6일 오전 10시. 대구공항에 도착한 조사단 소속 의원 및 관계자들은 곧바로 대구시지부를 찾았다. 이날 대구 현장조사에 참여한 의원은 조사단 위원인 엄호성, 원희룡 의원을 제외한 총 9명. 조사단은 시지부에 도착하자마자 위원장실에서 참석 위원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갖고 지금까지 자체 조사한 김씨와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향후 조사일정에 대한 '숙의'에 들어갔다.

대책회의가 끝난 후 오전 11시 30분. 회의 결과에 대해 조사단 이재오 단장은 간단한 기자 간담회를 통해 "김씨가 대구 국군통합병원에 근무했던 87년에 총 48건의 병적을 가짜로 위조해 B여관에서 돈을 받고 전역시킨 혐의로 구속돼 불명예 제대한 적이 있다"면서 "이런 김씨의 과거 행적을 봤을 때 김씨가 주장하듯이 신검부표가 파괴된 96년 이후에 (김씨가) 정연씨의 신검부표를 봤다면 그 또한 위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구청장, 한나라당 현지조사 참석 '빈축'

한나라당 소속인 정재원 대구 중구청장이 휘하 공무원들을 통해 김대업 씨의 주소 변동사항을 조사하는 한편, 한나라당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의 현지조사에 참석해 시민단체의 비난을 샀다.

이날 오후 12시 10분부터 김씨의 주소지로 알려진 S아파트에서 조사단의 현장조사에 정 청장은 2∼3명의 구청소속 공무원과 함께 참석했다. 정 청장은 이 자리에서 중구청 총무과 직원이 작성한 김씨와 김씨 가족들의 주소변동 사항이 담긴 A4용지 한 장짜리 자료를 돌리면서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조사단 소속 의원들이 "주거부정인 자들은 직권말소 시켜야 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중구청 소속 한 직원은 "동사무소를 통해 확인하도록 한 후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정 청장은 현장 조사 이후 이어진 점심식사에도 조사단 소속 의원들과 함께 참석해 약 1시간 30분 가량 조사단과 일정을 함께 했다.

정 청장이 조사단의 현장조사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시민단체들이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대구참여연대 김중철 사무처장은 "일선행정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예민한 사안에 대해 공정치 못한 태도로 특정 정당의 업무편의를 봐준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 이승욱 기자
이 단장 옆에 있던 정형근 의원도 "이 같은 사실은 김씨와 같이 군에 근무했던 동료가 제보해 준 것으로 이 제보자는 김씨가 범죄행위를 위해서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면서 "이외에도 당 차원으로 접수되는 제보는 굉장히 많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자리에서 조사단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 천용택 의원이 국방부 장관으로 있을 당시 병무비리자인 김씨를 병무비리 수사관으로 이용한 것도 면책특권을 주는 대가로 이용했던 의혹이 있다"라고 주장하고, 그 근거로 "현재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 드러나는 김씨의 전과기록이 총 5건이지만 제보로 들어온 유년시절 범죄행위와 군복무 때 전과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점"을 내세웠다.

12시 10분쯤 조사단 소속 의원들은 김씨의 주민등록상 주거지인 'S'아파트에 도착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대구 현장조사에 나섰다. 이날 현장조사에서 중심이 됐던 부분은 크게 네 가지. 우선 김씨와 그 가족에 대한 이웃주민들의 증언, 김씨 가족들의 출입국 현황, 재산소득의 형성과 근원, 과거 군 시절 김씨의 동료와 상사로 알려진 인물들에 대한 증언 청취 등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조사단은 S아파트를 시작으로, 김씨의 아내가 운영하고 있는 'D'식당 방문한데 이어 김씨와 김씨 가족의 재산상태와 출입국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북대구 세무서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연이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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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첫 현장 조사지인 S아파트에서 1시간 30분전부터 조사단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은 아파트 주민자치회장과 통·반장을 비롯한 주민 7∼8명과 한나라당 당원으로 보이는 인물 등 10여 명. 이들 외에도 정재원 대구 중구청장도 직원들을 대동하고 조사단 일행을 마중했다. S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조사단은 정 청장과 이웃주민들에게 김씨의 주민등록 관련 사항 및 평소 김씨 가족의 생활수준 등에 대해 캐물었다.

한 아파트 주민은 "예전에 형사들이 (김씨 가족을) 자주 찾아와서는 김씨가 어음위조로 수배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백승홍 의원은 중구청 관계자들에게 "주거부정인 사람(김씨과 가족)은 직권말소를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했고, "김씨와 가족들이 해외에 도피하지 않게 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조사단은 참석한 아파트 주민들과 식사를 마친 후, 각 의원들간에 조를 편성해 김씨의 아내가 운영하는 'D'식당, 북대구세무서,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나누어 방문했다.

진상조사단 심규철(왼쪽 앉은이), 백승홍 의원이 김대업씨의 전 부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D식당에서 방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진상조사단 심규철(왼쪽 앉은이), 백승홍 의원이 김대업씨의 전 부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D식당에서 방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특히 관심을 모았던 한나라당 의원들과 김씨의 아내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후 1시 45분에 대구시청 인근 D식당에 도착한 조사단을 맞은 것은 두 명의 식당 종업원들. 그들은 처음에는 일부 의원들과 카메라 기자들을 보면서도 의식을 못한 듯 일반손님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이내 의원들과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시작되자 자리를 피했다. 이 와중에 "주인을 만나러 왔다. 연락해봐라", "우리는 그냥 일하는 사람이다. 사진 찍지 마라"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기도 했다.

실랑이를 벌이던 조사단들은 2시 10분쯤, 별 성과 없이 식당에서 빠져 나와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이동했다. 출입국 현장조사를 마친 후 다른 조사단들과 대구공항에서 만나 오후 4시 비행기편으로 상경하면서 이들의 6시간에 걸친 대구 현지조사는 막을 내렸다.

진상조사단은 앞으로 김씨의 과거행적과 관련, ▲전 대전시 모 시장 집안에 대한 가정파괴 행위 ▲김씨의 아내 등 일가족의 해외도피 경위 ▲박영관 특수1부장검사와의 유착관계 등에 대한 자체 진상규명 작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역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며칠전 의성에서 마늘문제로 1만여 농민들이 모였을 때는 현역의원 가운데 지역출신 도지부장 혼자 참석한 걸로 들었다"며 "국민들의 민생문제는 제쳐둔 채 현역의원 9명이 대구로 내려와 한 개인의 사생활 뒷조사를 벌인 행위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김씨 출입국 기록 내놔라"에 "사생활 보호상 안된다" 맞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노병숙 소장의 '설전'

▲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 노병숙 소장이 한나라당 진상조사단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한나라당의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이 방문할 계획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대구 출입국관리사무소(소장 노병숙)는 한마디로 '발칵' 뒤집혔다.

출입국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오늘 오전 10시쯤에 의원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국회의원들이 이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라면서 당혹감을 내비쳤다.

노병숙 소장은 "상석에 앉으라"는 의원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따로 준비한 의자에 앉아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어려운 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조사단 의원들이 김대업씨와 가족들의 출입국 현황 자료요구에는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이야기해 줄 수 없다고 맞서 의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다음은 노 소장과 한나라당 의원들간의 대화 요지.

백승홍(백) 의원 : "언론에서 이야기되고 있듯이 지난 5월 17일 김씨 아내와 자식들이 출국을 하고 7월경에 돌아온 것으로 안다. 어느 나라로 얼마동안 출국했는지 자세한 사항을 알려달라."
노병숙(노) 소장 :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법률에 의해 만약 개인정보를 누설했을 시에는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보여줄 수 없다."
: "보호해야할 것이 있고, 보호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는 것 아닌가. 국회의원도 개개인이 모두 국가기관이다. 국감때는 (자료를) 잘만 갖다주더니 아직 국감이 아니라서 그런가(웃음)."
김문수(김) 의원 : "법 조항에 도대체 개인의 정보 모든 걸 제공하지 마라는 것이 어디있나. 법 조항 가지고 와라."
(노 소장이 법 조항 자료를 뒤져 의원들에게 보여줌. 이를 받아서 심규철 의원을 살펴봄)
: "의원들은 헌법기관이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 국민의 알권리도 존중해줘야 한다. (우리들에게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
심규철(심) 의원 : "문서상으로 꼭 신청해야 되는 대목이 어디있나. (노 소장이 관련 조항을 가리킴) 그러면 서면 신청양식을 달라. 지금 당장 신청할 테니깐."
: "자료가 필요해 신청한 기관장의 도장을 받아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행정기관으로 한정돼 있다. 입법부는 해당사항이 없다."
: "그러면 동사무소에서 출입국 관련해서 이쪽으로 확인요청을 언제 했는지 라도 확인해달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관련자료를 찾기 위해 움직임)
: "8월 5일자로 신청이 들어와서 처리를 했다."
: "나는 지금까지 자료요청해서 자료를 안 받아 본 적이 없다. 국가의 중대사가 걸린 마당에 그걸 제공해주지 않나."

결국 이날 조사단 의원들의 자료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의원들은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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