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교수 재임용에 탈락한 김동우 전 세종대학교 회화과 교수의 복직을 요구하는 집회가 14일 오전 10시 광화문 지하철역 앞에서 진행됐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소속 교수들과 세종대학교 재학생 20여명이 참석했다.
1998년에 세종대학교 회화과 조교수로 임용된 김 교수는 지난 2월 '조소를 활성화한다는 조건으로 임용되었으나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이에 대해 사립대학교 교수들과 세종대학교 재학생들은 김 교수의 재임용 탈락이 학교 쪽의 주장과는 달리 "재단 이사장의 상식 이하의 지시를 거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원상복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재단 이사장의 상식 이하의 지시'는 김 교수가 제작한 '모자입상'의 변경을 요구한 것이다.
"김 교수의 작품은 여인의 인체 비례가 5등신 정도로밖에 안 보여. 그리고 머리가 너무 크잖아. 옛날에는 여자가 머리가 크면 시집도 못 갔다구. 그러니까 머리를 작게 바꾸고, 밑 부분 좌대(座臺)도 없애 버려요. 그 대신에 다리를 좀 길게 늘려서 8등신 정도의 늘씬한 여인으로 고치라구."
김 교수는 "예술가의 소신을 버릴 수 없다"면서 이사장의 요구를 거절했고, 이 일이 화근이 돼 그 뒤 학교 쪽은 김 교수에게 서약서를 요구하고 교수업적 평가를 문제삼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김 교수는 지난 2월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보게 된 것이다.
이에 격분한 사립대학 교수들과 세종대 재학생들은 '김동우 교수 부당해직 철회 및 원상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황상익 서울대 교수, 이하 공대위)를 구성하고 세종대학교 정문에서 '세종대학교 주명건 이사장을 규탄'하는 1위 시위를 벌였다.
또한 공대위는 학교 측의 입장을 청취하고 김 교수와 학교 양쪽의 주장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는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가한 황상익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아무리 학교 쪽의 주장을 받아들이려고 해도 입증되지 않은 억지에 불과하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 교수는 "'임용기간이 만료된 전임교원에 대해서는 교수업적평가규정에 따라 재임용 여부를 심의한다'는 교원인사규정이 있고, 설사 교수업적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1년 유예기간을 둬 보충할 기회를 주는 것이 관례"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임용에서 탈락된 것은 이사장의 지시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억울해 했다.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주경복 상임의장은 "세종대뿐만 아니라 10여 개의 학교에서도 김 교수처럼 재단에 의해 교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견됐다"면서 "지성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대학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어이가 없고 한숨만 나올 뿐"이라며 허탈해 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특별감사를 실시해 김 교수 사건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세종대에 복직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투쟁을 거듭하면서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립대학 교육이 재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