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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연구소
활력연구소 ⓒ 활력연구소
서울시가 설립하고 사단법인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위탁 운영할 충무로 역사 내의 공공미디어센터의 이미지는 빙빙 쉴새 없이 돌아가는 이발소의 간판에서 빌려왔다. 몽환적이고 반복적이며 율동적인 이발소의 이미지는 다소 튀고 재미있는 이름의 미디어센터 활력연구소와 잘 어울린다. 다짜고짜 웬 활력연구소냐고?

사람들에게 어렵고 지루한 느낌을 전해주는 미디어를 좀더 창의적인 활력의 소재로 만들어주기 위한 미디어센터가 활력연구소라는 생생한 이름과 '미디어는 활력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현재 개관 막바지 단계에 있다.

클럽활력
클럽활력 ⓒ 배을선
지하철 역사 내라는 썰렁한 공간을 실용적이고 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활력연구소는 폭 7m, 길이 70m의 지하철 통로를 검정색과 붉은색의 정신없는 색깔로 지하철 통로를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조 슬레이드 아키텍처와 팀반건축이 팀을 이뤄 만들어낸 활력연구소의 디자인은 좁은 통로의 답답함을 없애기 위해서 유리로 공간을 나누었으며 조명과 거울을 이용해 더 밝고 넓은 이미지를 생산해낸다. 언뜻 보면 아이들 놀이터처럼 보이기도 하는 활력연구소는 그야말로 미디어와 친해질 수 있는 유일무이한 놀이공간인 셈이다.

활력연구소는 총 6개의 활력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번째 공간인 '쇼룸'에서는 디스플레이 윈도우를 통해 미디어를 비롯한 여러 가지 것들이 전시된다. 두번째 공간인 '클럽활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미국, 영국, 일본의 디자인 잡지는 물론,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홍콩 등의 유명한 광고 및 사진 잡지들과 조우할 수 있다. 또한 잡지를 읽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때는 만여곡이 수록된 주크박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할 수 있으며, 백원짜리 동전 한 개로 오락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세번째 공간인 '비디오방'에서는 특이한 디자인의 뱀소파에 앉아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비디오아트,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CF 등 총 480여편의 다양한 대안영상물을 골라 보는 재미를 놓치지 말자. 단 돈 천원에 최대 6명이 총 90분간 즐길 수 있는 비디오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공공의 방이라 할 수 있다.

비디오방
비디오방 ⓒ 배을선
네 번째, '활력작업장'은 영상미디어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며 개인영상편집작업을 할 수 있는 교육적인 차원의 공간이다.

3천원의 관람료를 받는 다섯번째 공간 '활력극장'은 활력연구소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총 56개의 관람석과 11개의 스피커를 갖춘 소규모극장인 '활력극장'은 TV나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실험적인 영상물, 독립영화, 비상업영화를 하루 2회 상영한다.

이 곳은 독립영화상영관이자 제한상영극장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혁신적인 공간이며 자유로운 발언과 의사소통을 위한 토론회 및 세미나의 장소로 다목적 사용될 예정이다.

개봉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영화감독들의 영화는 언제든지 '활력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으며, 활력연구소는 상영영화 포스터의 제작 및 홍보를 해준다. 또한 영화상영으로 벌어들이는 관객수익금은 제작자에게 모두 환원하여 더 나은 창작의 기회를 부여해준다.

활력작업장
활력작업장 ⓒ 배을선
여섯번째 공간인 '활력오아시스'는 PDP로 상영되는 다양한 영상물과 미디어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자 충무로 역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활력극장'과 연결되면 새로운 형태의 갤러리로도 사용될 수 있는 보너스 공간이다.

활력연구소에서 일하는 활력연구원들의 평균연령은 약 28세다. 자원활동가를 포함하면 10명 남짓의 활력연구원들은 '십만원 비디오 페스티벌', '하자센터', '레스페스트' 출신의 영상물 작가, 디자이너 충무로 연출자 출신들이다.

젊은 연구원들이 이끌어가는 활력연구소의 목적은 무엇일까. 홍보를 맡고 있는 정소희씨는 "활력연구소는 누구나 유기적으로 미디어를 즐기고 배우고 만들고 나누는 문화적 화학작용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이 곳을 통해 누구나 평생의 취미로 하나의 미디어를 갖게 된다면 그것이 활력연구소 존재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미디어 경험을 제공해 활력을 충전시키며, 인생의 활력이 될 취미를 찾아줌으로써 누구나 생활창작자가 되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충무로라는 편리한 공간에서 누구나 참여가능한 문화환경을 만들어간다는 '활력연구소'. 그러나 모든 것이 달콤한 것은 아니다.

활력극장
활력극장 ⓒ 배을선
현재 활력연구소가 부딪히고 있는 것은 운영비 문제. 활력연구소의 설립예산으로 쓰인 9억5500만원은 대부분 디자인과 인테리어 등에 사용되었다. 용역으로 청소를 한 번 하는 데만 약 30만원 가량이 드는 이곳의 예산을 줄이기 위해 활력연구원들은 스스로 청소를 도맡아하고 있을 정도.

운영비 문제로 인해 8월말 오픈예정일도 한 달 뒤인 9월말로 미루어졌지만, 활력연구원들은 긍정적이다. "설마 이렇게 돈 들여 만들어놓고 썩히겠어요?" 활력연구원들의 변은 다소 깨지만, 맞는 말이다.

"튀는 디자인과 색깔로 발길을 멈추고 쳐다보는 시민들이 많아 유리의 일부를 포스터로 붙이고 일을 해야 할 정도"라는 활력연구원들의 말처럼 활력연구소는 충무로 역사 내의 튀는 공간이자 자투리 지하철 공간을 메운 실용적인 공간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활력을 원한다면, 당신이 갈 곳은 충무로다!

덧붙이는 글 | * 활력연구소는 회원제로 운영되며, 신분증을 맡기면 즉석에서 회원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 8월 16일과 1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관전 맛보기 행사인 '활력소 투어데이'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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