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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대협 학생들이 서울시청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확보와 서울시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간대협 학생들이 서울시청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확보와 서울시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석희열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인인권확보를위한전국청년학생연합,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한총련 등 전국 70여개 사회시민단체로 구성된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이동권연대, 공동대표 박경석) 소속 장애인들의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이 6일째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이 휴가에서 돌아오는 이달 19일이 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석희열
이동권연대 소속 회원 30여명은 지난 5월 발산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다 떨어져 숨진 장애인 윤재봉(63)씨의 추락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공개사과 등을 촉구하며 지난 12일 오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실을 점거한 채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일간지 광고를 통한 서울시장의 공개사과 ▲지하철 역사 내에 장애인을 위한 안전시설과 엘리베이트 설치 ▲장애인의 안전한 버스 이용을 위해 (가)저상버스도입을 위한 추진본부 설치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가)장애인이동권정책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단위 단체회원들이 농성장에 결합하고 있다
단위 단체회원들이 농성장에 결합하고 있다 ⓒ 석희열
한편 이들의 점거 농성소식이 알려지면서 사회당,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공공연맹, 한총련, 전학협, 전빈련 등 많은 단체 회원들이 지지 단식농성에 결합하면서 1인 시위를 벌이며 동참하는 등 연대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경인지역간호학과대표자협의회(간대협) 소속 대학생들은 17일 낮 시청역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과 서울시의 공개사과를 촉구하는 대국민 선전전을 통해 "지하철 리프트는 편리한 기계가 아니라 죽음의 기계"라며 "우리의 이웃인 장애인들이 리프트에 매달려 죽음의 곡예를 하지 않도록 리프트를 즉각 철거하고 안전한 승강기를 설치하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살인 리프트에 매달려 위험한 곡예를 하면서 살 바에야 차라리 이자리에서 죽어 나가겠다는 것이 우리들의 심정"이라며 "안전책임이 있는 서울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보다는 안전벨트 설치 등 임시방편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하면서 서울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이들의 농성이 무기한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 "지난 5월 발산역에서 발생한 지하철역 리프트사고는 이용자의 단순 부주의에 의한 사고"라면서 "개인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행정기관인 서울시가 어떻게 일일이 책임을 지란 말이냐"며 서울시는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인천 비둘기사랑회 전상현 실무간사는 "혼자 힘으로는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장애인들에게 1미터도 안되는 위험한 난간에 매달려 떨어져 죽게 해놓고도 책임이 없다니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하면서 "서울시는 농성을 풀면 리프트에 안전벨트를 설치하고 역무원들의 안전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한다"며 서울시의 무성의한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장봉주 전빈련(전노련) 부의장 등이 농성자료를 훑어보고 있다
장봉주 전빈련(전노련) 부의장 등이 농성자료를 훑어보고 있다 ⓒ 석희열
이날 오후 일본자립생활네트워크 휴먼케어 회원과 함께 농성장을 방문한 전노련 장봉주 부의장은 "이동권연대와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장애인 인권문제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이동권연대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인천 비둘기사랑회 한 여성회원이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 비둘기사랑회 한 여성회원이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석희열
이날 아침부터 단식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이화숙 사회당 서울시위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정부와 서울시에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하면서 "서울시는 자본주의의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따져 사회적인 소수자인 장애인들에 대한 접근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서울시를 비난했다.

특히 양천여고 동아리 길벗 회원인 임아람(2학년), 최은아(1학년), 윤서영(1학년), 문진영(1학년)양 등 여고생 4명이 이날 오후 농성장을 찾아와 눈길을 끌었다. 임아람양은 "양천여고 동아리 길벗은 인권과 환경 및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은 동아리"라고 소개한 뒤 "시민들이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더 많이 가져 장애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바닥에 앉아서 벽에 붙일 대자보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윤서영양은 "그림을 다 그린 다음 여기에다 '더불어 숲이 되자'고 써넣을 것"이라며 "서울시가 남의 처지를 한번 더 생각해서 장애인 인권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면서 현재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 서울시의 태도를 안타까워 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에서는 농성장을 현재 위원장실에서 11층 배움터로 옮겨줄 것을 이동권연대에 요구해 오후 4시부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경석 공동대표는 "장소를 옮기는 문제는 내부 회의를 통해서 결정할 문제"라면서 "우리는 싸움을 장기적으로 가져갈 안정적인 장소가 필요하다"며 이 문제로 서울시가 아닌 국가인권위와의 싸움으로 비쳐져서는 안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양천여고 윤서영양이 대자보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양천여고 윤서영양이 대자보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석희열
이날 단식농성에는 박경석 공동대표를 포함하여 장애인실업자종합센터 최재호씨,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박성현씨, 노들 장애인야학 김명학씨와 사회당 이화숙 서울시위원 등 5명이 참여했다.

이밖에 노들 장애인야학, 간대협, 인천 비둘기사랑, 자립생활센터 피노키오, 서울 DPI, 한국뇌성마비연합, 양천여고 동아리 길벗 등 단위 단체회원 50여명이 농성장에 동참하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대자보
이명박 서울시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대자보 ⓒ 석희열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바로가기 : http://access.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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