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제3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이인제, 김중권 상임고문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징계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19일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랑 최고위원은 전날(18일) 이한동 전 총리, 조부영 자민련 부총재와 63빌딩에서 회동, 제3신당 창당 추진을 논의한 이인제·김중권 상임고문에 대해 "우리당 소속 인사들이 밖에 나가 신당을 한다느니 만든다느니 하는 것은 해당행위에 해당한다"며 윤리위원회 회부를 주장했다.
김태랑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에 몸담고 있으면서 제3신당 창당 모임에 간 것은 반당행위"라며 최고위회의에서의 주장을 재확인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당헌당규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만 당의 기강이 확립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 당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기강이 확립되지 않은 점"이라며 "이것은 친노(親盧)냐 반노(反盧)냐를 떠나서 무엇이 당을 위해 이롭고 옳으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안동선 상임고문에 대해서도 제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6일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사기꾼 정당'이라며 탈당을 선언한 안 고문에 대해 "이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한다, 제명해야한다"고 말했다. 안 고문은 19일 오후 당에 공식적으로 탈당계를 제출한 상태다. 김 최고위원은 "탈당은 본인의 의사이고, 제명은 당의 의사"라며 "안 고문의 행동을 당이 가만히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런 주장을 하는 배경에 대해 "현재 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은 외연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당의 내분과 갈등 때문에 진전이 없다"면서 "방향을 외연확대가 아니라 내부정리와 단합으로 바꾸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행위자에 대한 기강확립이 그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언급은 민주당의 신당 추진의 방향이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외연확대'에서 내부 정체성을 강화하는 '내부정리'로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한 천정배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요즘 그 사람들이 보인 일련의 행동을 보면 명백한 경선불복이고 당을 해롭게 해 패배를 자초하게 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돕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당에서 명백히 징계가 있어야 제대로 된 정당"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윤리위원회(위원장 송천영)는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민주당 당헌·당규에 의하면 ① 최고위 또는 당무위원회의 요구가 있거나 ② 윤리위원장의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 ③ 재적 윤리위원 3분 1 이상이 요구할 때 소집된다. 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징계는 경고부터 당직 직위해제, 당원 자격정지, 제명까지 가능하다.
한화갑 대표와 정대철·추미애 최고위원 등도 전날 '4자회동'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지만, 징계 주장까지는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은 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안하겠다는 사람, 생각이 다른 사람, 정치역정이 다른 사람을 우격다짐으로 모아봤자 일이 되겠냐"며 "독자적으로 신당을 한다는 사람은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고 이인제·김중권 고문과의 대립선을 분명히 했다.
한편, 김중권 고문은 이날 낮 12시 대구에서 가진 영남지구당 위원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당 대표 등 지도부가 단결을 강조하는데, 단결은 단결이 될 수 있는 여건과 상황이 갖추어졌을 때 가능하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압박으로 비쳐진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지도부 스스로가 마음을 열어야한다"면서 "그렇지 않아 생기는 이후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한 대표, 노 후보 등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 측은 지구당위원장들에게 모임에 참석하지 말라는 회유 전화가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26명이나 참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