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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근영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경상남도 일대가 온통 물난리다. 가옥이 침수되고 수만ha의 농경지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돼 버렸다. 보름만에 폭우가 잠시 주춤하면서 도내 수해 복구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다. 수재민으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하지만 정작 또 다른 곳에서는 폭우를 기회 삼아 각종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실종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현장은 한두 곳이 아니다. 가깝게는 주택가 한 켠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고, 심지어 해안가 일대도 쓰레기 무단투기장으로 돌변했다. 수해복구 등으로 단속이 뜸해진 틈을 역이용한 삐뚤어진 시민의식에 주민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다.

수법도 가지가지다. 음식물 쓰레기를 야간에 몰래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차량을 이용해 가전제품 등을 길거리에 버려두기도 했다. 폭우가 걷힌 지난 16일, 창원시 관내 주택가 곳곳은 각종 쓰레기로 뒤덮여 흉물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쓰레기를 불법 투기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납부되지만 이번 수해기간에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일부 주민들이 나서 행정기관에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를 호소하고 나섰지만 삐뚤어진 시민의식은 다시 주워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례 1> 의류수거함이 쓰레기장 돌변

창원시 봉곡동 청포도 2길 의류 수거함. 폭우가 시작되면서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한 쓰레기 봉투가 어느새 쓰레기더미를 형성했다. 이곳은 평소에도 몰래 내다버린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그러나 이달 들어 그 상태가 악화됐다. 비가 오면서 의류 수거함 위에 한두 개씩 버려진 쓰레기 봉투는 불과 며칠만에 수북히 쌓여 버렸다.

이 가운데는 분리 수거해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도 적지 않다. 다행히(?) 2주 가까이 우수기가 이어지면서 악취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범인으로 주목받는 주민들은 곤혹스러운 반응이다.

사정이 이렇자 한 주민은 창원시 홈페이지에 쓰레기 수거 요청까지 했다. 이 주민은 "몰래 버려도 누가 치워주고 하다보니 얼마 안되는 돈에 양심을 파는 사람이 많다"며 "몰래카메라라도 설치해 달라"고 시에 요구했다.

이 지역일대 의류 수거함 주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류만 분리 수거해야 하지만 수거함 내부를 살펴보면 몰래 내다버린 쓰레기가 넘쳐 난다. 다행히 해당 동사무소에서 지난 14일 뒤늦게 쓰레기를 수거했다.

<사례 2> 가전제품, 가구도 무단투기 대상

창원 중앙동 창원상가 맞은편 주택가 도로변. 평소 쓰레기 무단투기가 보이질 않던 이곳에도 이번 집중호우 기간 상당 부분 쓰레기가 도처에 널부러져 있다. 모 화원 옆은 떨어져간 자동차용품에다 각종 스티로폼도 버려져 미관을 찌푸리게 한다. 그나마 불법으로 투기된 쓰레기 양이 적어서 다행. 하지만 일부 지역은 버려진 소파와 가전제품도 부지기수다.

봉곡동 명곡로타리 뒤편 이면도로. 버려진 소파가 도로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30여m 떨어진 또 다른 이면도로에는 몰래 내다버린 가구가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명곡동 주택가도 사정은 마찬가지. 158번지 일대에는 오디오 케이스 등 가전제품도 눈에 띈다. 주택가 곳곳이 불법 쓰레기 투기장으로 돌변해 버렸다.

한 환경미화원은 "비가 오는 날이 많아지면서 주택가 쓰레기 불법 투기가 예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거의 매일같이 주워담지만 무단투기하는 시민들의 무분별한 행태에 허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라며 혀를 내둘렀다.

<사례 3> 해안가는 원정 얌체족의 무단투기장?

집중호우기간 주택가만 쓰레기 몸살을 앓은 것은 아니다. 앞서 본 두 가지 유형의 쓰레기무단투기가 주민들이 몰래 내다버린 경우라면 해안가는 차량을 이용한 원정 얌체족의 주된 목표다.

주택가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창원 귀산동 일대 해안가 도로변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해마다 이곳은 태풍 등으로 인해 많은 쓰레기가 밀려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해안가는 스티로폼 등으로 뒤덮힌 지 이미 오래지만 원정 얌체족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 봉투가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이들 중 일부는 봉투가 터져나와 각종 오물이 해안가를 오염시키고 있다. 버려진 것들은 대다수가 생활쓰레기이고, 소형 가전제품도 눈에 띈다.

이곳 주민들은 "평일 저녁시간이면 자동차를 이용해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도주하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증가했다"면서 "한쪽에서는 수해복구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데, 또 다른 곳에서 수해를 틈타 쓰레기를 버리려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이달 들어 쓰레기 무단투기가 기승을 부리자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주민들을 상대로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창원시는 "환경미화원 등만으로는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성숙된 시민의식이 절실히 필요된다"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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