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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 "지역할당제 서두를 것">이란 표제의 기사를 읽고 의식의 독재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생각한다. 지역할당제에 대한 찬반 리서치의 결과가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사실과 교육 부총리가 지지의사를 표명했다고 해서 '이 제도에 대해 우리 사회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권위가들의 말을 맹신하는 '극장의 우상'은 아닐는지.
리서치 대상 연령, '만 20세 이상의 성인남녀'는 이해 당사자인 고등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리서치의 질의 내용에 대한 응답자들의 충분한 이해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총론적으로 계획을 마련한 것일 뿐 각론은 결정되지 않았다"라는 정 총장의 말을 살펴보면 아직 밑그림도 그리지 못한 그림을 두고 잘 그렸나 못 그렸나를 다루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는가? 계획 없는 계획을 쉽게 흘리는 사람에게 '개혁적 리더십'이란 말을 붙여줄 수는 없는 것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말을 앞에 두고 짜임은 뒤로 미루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님을 알지 않는가?
지역할당제 반대 여론을 잠재우는 방법으로 정원을 늘리느니 하는 정 총장의 발언이 얼마나 단순한 사고인가? 한국 대학의 모든 제도 변형의 연쇄작용의 처음이 '서울대'다. 여파는 모든 사학에도 미친다. 한총련은 불법단체(?)로 규정되었으니 입다물고 있어야 하고 사학재단들은 재단 전입금 확보에 힘쓰기보다는 등록금 의존도를 점점 더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결코 이들을 감사할 여력이 없거나 방조한다.
서울대 정원 조정은 사학들의 부당한 등록금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학교발전기금이란 명목 하에 약정금을 할부로 납부하는 교수, 그래서 제자들에게 더러운 손을 벌리는 교수가 없는 학교가 있는지 의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역할당제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안이 마련된 바가 없으니 철회하기도 쉬우리란 생각이 든다.
의식의 방향을 뒤집어 생각하면 더 좋은 구상이 생긴다. 지역 학생들에 대한 교육수혜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석좌교수의 영예를 갖기 이전 국공립대 교수의 순환 근무를 시행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곱씹어 생각해 보라! 서울대에 남는 교수와 지방국립대 교수들간의 실력 차이는 근소하다. 그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학문적 교류의 문을 굳게 닫는 까닭이다. 경북대, 전남대, 강원대의 학생들이 서울대와 대등한 교육 수혜를 받는 것이 균형 있는 지역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학풍은 서울이라는 지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교 당국과 교수와 학생이 어우러져 만드는 것이다.
조심스레 '국공립대 교수의 전면적인 순환근무'라는 계획없 는 계획(?)에도 서울대 정 총장과 교육 부총리가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그러나 '순환근무제'가 아닌 '순환근무'라는 말로 '제도'라는 말을 피한 까닭은 익지 않은 생각인 까닭이다.
좋은 제도가 짜임을 갖추기까지 지방대의 교수 학생들은 분발하여 고교생들이 가고싶은 학교를 만들어 제도를 무색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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