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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료생협은 민들레 의원과 한의원(대덕구 법동)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의료생협은 민들레 의원과 한의원(대덕구 법동)을 운영하고 있다. ⓒ 정세연
"나의 건강권 실현은 어느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건강한 삶은 나 스스로만이 찾을 수 있고 그것은 이웃, 공동체와 더불어 협동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다."

대전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대전의료생협)은 지역 공동체성 회복과 협동, 나눔의 경제를 지향하며 1999년 출발한 지역통화운동모임 '지역품앗이 한밭레츠',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인술제세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해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전·충남지회'가 중심이 돼 시작됐다.

대전의료생협은 의약분업 사태를 겪으면서 필요성이 논의됐다고 한다. '나라와 의사가 국민건강을 볼모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 피해자는 국민이고, 국민의 건강권은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이렇게 해서 2001년 5월 준비모임에 이어 오는 8월 24일 창립(오후 5시. 중리종합사회복지관)의 결실을 맺게 된다.

따라서 의료생협은 주민들이 건강한 삶에 대한 요구와 생활상에서 겪는 의료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협동조합조직체라 할 수 있다. 주 활동으로는 의료인과 협력하여 협동조합의 원칙에 따라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만드는 일과 반생명적인 제도·환경을 극복하는 여러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의료생협의 첫 시작은 1994년 안성에서 농민회와 의료인들이 함께 만든 병원이라고 한다. 이후 인천, 안산에서 만들어져 지역주민들의 출자를 통해 의원, 한의원, 치과의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의료생협의 경우 현재 조합원 313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소비자협동조합법에 근거한 비영리 특수법인 형태다. 산하에 있는 민들레 의원과 한의원은 지난 4월 13일에 개원해 의사, 한의사 각각 1명씩과 물리치료사, 조무사, 사무장, 조합실무자 등이 일하고 있다.

"'환자권리장전' 아세요?"

"환자권리장전 준수하는 진료가 가장 중요" 대전의료생협 김성훈 조직기획 실장
"환자권리장전 준수하는 진료가 가장 중요" 대전의료생협 김성훈 조직기획 실장 ⓒ 정세연
민들레 의원과 한의원이 기존 의원과 다른 점은 '환자권리장전'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권리장전에는 △질병과 치료방법·비용 등에 대해 알 권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진료나 치료를 선택할 권리 △개인의 비밀이 지켜지고 사적인 일에 간섭받지 않을 권리 △질병과 치료방법·예방 등에 대해 교육받을 권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전의료생협 김성훈 조직기획실장은 "환자가 많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환자권리장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각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를 본다면 환자권리장전은 지켜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들레의원 나준식(35) 원장 또한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고 의사는 어떻게 치료하려고 하는지 등 환자의 권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 원장은 병무청 징병검사원으로 대전에 왔다가 대전의료생협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대전의료생협의 당면사업은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한 홍보활동과 진료봉사, 의료네트워크 구성 등이다. 건강교실과 보건학교 등을 통해 스스로 자기 지역의 주체가 되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건강도우미 육성 사업 등도 그 일환이다.

"지역사회 건강희망 만들기"

민들레의원 나준식 원장의 용두동 철거민 진료봉사
민들레의원 나준식 원장의 용두동 철거민 진료봉사 ⓒ 정세연
현재 대전, 서울, 인천, 안산, 안성, 원주 6개 지역의 의료생협이 '의료생협연대'를 꾸려 활동하고 있고 전주, 청주 등에서 의료생협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이미 의료생협이 활성화돼 전국민 5% 정도(각 의료생협당 2000세대 이상)가 의료생협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1차 의료기관만 의료생협으로 운영되는 데 반해 일본은 2, 3차 의료기관까지 의료생협이 이용되고 있다.

대전의료생협 김성훈 실장이 지역주민에게 전하고픈 마지막 얘기는 이렇다.

"무지개는 자기만의 고유한 자기 빛깔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조화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빛은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만물을 생장하게 합니다. 대전의료생협도 무지개 빛처럼 하얀 민들레, 노란 민들레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보살피고 홀씨를 날려 지역사회 건강의 희망으로 자리잡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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