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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임경환
삼성이 현행법에도 저촉되지 않는 1인 시위까지 문제삼아 해고자의 원직복직 투쟁을 탄압한 사건이 뒤늦게 확인됐다.

문제의 당사자는 삼성SDI(대표이사 김순택)의 해고노동자 박경렬씨. 박씨는 삼성SDI에서 일하던 99년 12월 노조설립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회사에 의해 2주 동안 납치·감금된 적이 있다. 이후 박씨는 회사의 '요주의 인물'로 항상 감시의 대상이 되다가, 2001년 3월 결국 해고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박씨가 해고된 후에도 삼성 쪽의 감시는 끝나지 않았다. 회사 동료들과 박씨의 만남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분노한 나머지 박씨는 지난 5월 24일부터 수원 삼성SDI정문 앞에서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자 삼성SDI 유광형 인사과장은 4차례에 걸쳐 박씨를 찾아와 복직투쟁 중단 등을 요구하며 3700만원을 제시했다.

이것이 여의치 않자 삼성SDI 신경득 상황실 과장은 박씨의 어머니를 찾아가 '박씨가 1인 시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구속시키겠다'고 협박했다. 1인 시위 현장에서는 박씨의 차안에 있던 유인물을 가져가고, 박씨의 머리에 묶여있던 '원직복직' 머리띠를 강제로 풀거나 허리띠를 잡아끄는 등 1인 시위를 폭력적으로 저지하기도 했다.

삼성SDI 해고자 박경렬씨
삼성SDI 해고자 박경렬씨 ⓒ 오마이뉴스 임경환
결국 박씨는 생계 문제로 인해 6월 27일 1인 시위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삼성은 한번 눈 밖에 난 사람을 가만두지 않았다. 박씨의 1인 시위를 문제삼아 지난 2일 수원지법에 박씨를 상대로 4백만원의 벌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삼성 쪽이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지난해 11월 수원지법의 업무방해금지등가처분 결정이다. 당시 수원지법은 박씨 등 삼성 해고자 102명에게 삼성SDI 등의 출입문 및 주변지역에서 집회, 시위, 현수막 피켓 사용을 금지했고, 이를 어길시 1회당 50만원을 벌금으로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해고자 김성환씨는 "누구나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건데 이렇게 표현의 자유마저 제재하고 금지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횡포"라고 토로했다.

금속연맹 법률원 김기덕 변호사도 "의사표현의 한 방법인 현수막이나 피켓 유인물배포 등까지 금지한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며,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 자체가 묵살된 결정"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형식적인 법 논리에 능통한 삼성의 교묘한 대응은 힘없는 해고자 박씨에게 4백만원의 경제적 부담을 지우며 원직복직 투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2002년 8월 24일자 (제2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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