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장서서 반통일적 대북정책을 주장해온 존 볼튼 차관이 이 땅에 온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자신들에게 전혀 이득이 없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방해하기 위해 온 것이 분명합니다."
존 볼튼 미 국무부차관이 방한한 8월 28일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학생 5명이 볼튼 차관이 방문 중이라고 알려진 정부중앙청사(종로구 세종로) 기습 항의방문을 시도했지만 전경에게 가로막혀 항의서한을 전달하지 못한 채 30분만에 연행됐다.
"반북극우 볼튼은 '악의 사신'"
이날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정문 앞에서는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 철회"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펼쳐졌다.
| | 존 볼튼 차관은 어떤 사람? | | | 반북·반아랍·반유엔 성향의 극우 강경파 | | | | 8월 28일 오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공동대처 방안 논의를 위해 방한한 존 볼튼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반북·반아랍·반유엔 성향의 부시행정부 대표적 극우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볼튼 차관은 꾸준히 북한이나 이라크 등의 공격용 생물무기 개발 가능성을 제기해 왔으며 지난 26일 일본 방문 중에도 "북한이 화생방무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 비축하고 있으며 미사일 부품 및 관련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볼튼 차관은 29일 북한의 WMD 문제해결 시급성을 강조하는 공개연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준 국방장관 및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난 뒤 30일 오후 이한한다.
/ 권박효원 기자 | | | | | |
한총련 소속 대학생 5명은 "전쟁위협 중단하라" "조국통일 앞당기자"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정부중앙청사를 향해 행진했다. 이들은 볼튼 차관에게 전달할 항의서한문을 들고 있었으며 이중 2명은 남북단일기를 등에 두르고 있었다.
행진은 시작된 지 3분만에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중앙청사 사이 도로에서 전경들에게 가로막혔다. 경찰측은 "플래카드를 접으면 항의서한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제안했으나 학생들은 "우리는 폭력시위를 하거나 불법점거를 하려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이대로 청사에 들어가 서한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학생들은 전경과 대치한 채로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정치인들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채 제 살길 찾기에 바쁠 테고 결국 죽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형제와 아들뿐"이라며 "지금 이 자리에 온 것은 5명뿐이지만 이 항의서한에는 온 겨레의 통일 의지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준비한 항의서한문은 "미 제국주의의 침략적 정복본능을 드러내는 초강경론자 존 볼튼의 방한은 남북간 관계 개선의 물꼬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이며 '악의 사신' 존 볼튼은 즉각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해산하지 않으면 연행하겠다"고 경고하던 경찰은 오후 3시 20분경 현장에 도착한 전경버스에 학생들을 태웠다. 학생들은 도로에 주저앉은 채 저항했으나 곧바로 연행됐다.
한편 경찰은 최근 폭력진압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기자들 취재는 절대 방해하지 마라"고 지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시위에 참여한 한 여학생에 대해서도 곧바로 연행하지 않고 10여분 뒤 여경을 투입시켜 연행했다. 학생들은 연행되면서도 "평화통일 가로막는 미국을 반대한다"는 구호를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