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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 지역의 노숙자 중간쉼터인 '서울자유의 집' 이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쉼터의 노숙자를 분산배치하거나 이전시켜야 한다는 입장과 소송결과에 따라 대체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으나, 뚜렷한 절충안이 없어 단기간에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영등포구(구청장 김용일)에 따르면 지난 99년 서울시는 노숙자 보호시설인 '서울자유의 집'(문래동3가 45 소재)을 구 및 지역주민에게 사전통보없이 설치했고, 2000년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사용 중이다.

이로 인해 자유의 집 주변의 공원 상가 주거지 등에 노숙자들이 100여명 이상 몰려 들어 기거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구걸 및 고성방가 방뇨 등을 하고, 심지어 아이들과 여성들을 성희롱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어 집단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근교 한 초등학교는 ▲일찍 등교하지 않고 ▲야간에 다니지 않게 아이들을 지도해 달라는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에 보내기도 했고, 지난달 23일에는 지역주민 10여명이 자유의 집을 이전하는 문제로 청장을 만나기도 했다.

또 시 전체의 노숙자 2700여명 중 약 36%에 달하는 980명(서울자유의집-700명, 보현의집-151명, 광야쉼터-129명) 정도가 관내에 집중돼 있어, 지역슬럼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구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지난 99~2001년까지 3년 동안 10회에 걸쳐 자유의집 폐쇄를 시에 요청해 왔고, 최근에는 시 전체에 분포돼 있는 희망의 집에 분산수용해 줄 것 요구했다.

현재 이 문제는 지난 3월29일 쉼터의 소유권이 (주)방림에서 (주)집과사람으로 바뀜에 따라 (주)집과사람이 시를 대상으로 지난 4월4일 '건물명도 및 임료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사태로까지 치달았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법원은 시측에 변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정을 통보하지 않고 있다. 법원측도 이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자유의 집 이전과 관련, 시측은 소송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대체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도 그동안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두 차례나 시도했었다. 그러나 한마음 쉼터의 경우 입찰에는 성공했으나 지역주민 및 지역 국회의원들의 거센반발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갔다. 또 회기동의 룻교회로부터 참여의사를 받은 적이 있으나 쏟아지는 지역주민들의 항의에 결국 무산됐다. 이후 시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희망의 집에 분산배치를 할 수도 없는 실정. 시 관계자는 "중간쉼터인 자유의 집과 재활시설인 희망의 집은 설립 취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분산수용할 경우 사회로 나가야할 1700여명의 재활교육생까지도 전단계의 노숙자들과 동질화돼 결국 노숙자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자유의 집과 희망의 집을 통해 재활해 나간 노숙자는 현재까지 8000여명이며, 노숙자수는 99년1월 4700여명을 정점으로 7월말 현재 2900여명을 기록하는 등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 문제가 아직까지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이면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지방노숙자들이 서울로 옮겨오는 숫자가 점증하고 있으나 노숙자대책반이 전국 각 시·도중 서울시밖에 없어 이의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고, 둘째는 중앙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보조비만 시에 주면서 "IMF도 끝났으니 노숙자문제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사태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는 점, 마지막으로 노숙자대책반 역시 임시기구로 급히 만들어졌으며, 현재까지도 임시기구 상태로 남아 있는 점 등이다.

시 담당자는 "해결점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지역주민들도 지역적 입장만 고려하지 말고 시 전체적인 측면에서 판단해 줄 것"을 부탁하며 "구체적인 대체방안 마련을 위해 소송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측은 이번 소송결과가 '이전'쪽으로 정해질 것에 대비 항소까지도 생각하고 있어, 당분간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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