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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과수원에서 무릎까지 자란 잡초를 베고 있는 나인수 전 나주시장
배 과수원에서 무릎까지 자란 잡초를 베고 있는 나인수 전 나주시장 ⓒ 신광재
30도를 웃도는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부부가 배 수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땡볕에 그을린 탓일까. 첫 눈에 보아도 노부부는 올 여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들의 삶의 현장인 과수원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린 흔적들이 얼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작업복 차림의 노부부를 바라보면 곧바로 우리네 부모들이 떠오른다. 당신의 집에선 자식이, 들에선 벼가 자라는 것처럼. 틈만 나면 들에 나가 논을 지키던 우리네 아버지가 떠오르는 것처럼.

피 뽑고 김 매고, 쓰다듬고 보듬고, 거름 주고 약 뿌리고, 맘 졸이며 애 태워 배를 키우고 있다. 그건 일년농사라고 말하기보다는 늙고 볼품 없는 땅에서 해마다 생명을 피워 올리는 경이로운 역사(役事)이다.
촌로(村老)는 몇칠동안 내린 비로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는데 여념이 없고 그의 아내는 까치가 쪼아 놓은 배들을 추려내느라 기자가 찾아 온 줄도 몰랐지만 이내 인기척을 듣자 그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촌로

이 촌로는 다름 아닌 민선1기 시장을 지낸 나인수 전시장이다.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마치고 민선1기 시장까지 역임한 그는 지난 5월 무소속 시장후보 단일화를 위해 현 신정훈 시장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고 다음날 곧바로 이곳 들판으로 향했다.

그동안 손보지 못한 과수원 일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그는 사람 키처럼 자란 잡초를 베고 시간이 없어 미뤄두었던 배봉지를 싸는가 하면 농약 살포 등 소홀했던 농사일로 그동안의 모든 것을 깨끗이 지워버렸다. 주위의 걱정은 아랑곳없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평소 천직으로 여겼던 농부로 돌아온 것이다. 여느 농부처럼 그는 아침 6시면 과수원을 찾는다.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석양녘이 저물 8시쯤 지친 몸을 이끌고 서로를 의지하며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는 집에 있는 시간보다 과수원에서 있는 시간이 행복하단다. 꽉 막혀 있는 집보다는 사방이 탁 트인 과수원에서 푸른 자연과 함께 숨쉬는 것이 그에게는 익숙하기 때문이다.

신정훈 시장에게 3가지 당부

그는 신 시장에게 3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시장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밝혀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서 고가매입사건과 관련, 당시 평당가격보다 몇배 이상 부당하게 지급한 예산을 하루빨리 회수하는 한편, 미궁 속으로 빠진 공무원 의문사의 실타래를 풀어주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둘째는 부채문제이다.
김대동 전 시장이 건전재정운영으로 부채를 탕감했다고 홍보했었는데 얼마나 건전재정으로 빛을 갚았는지 밝혀주라는 것. 다시 말해 240억원의 개발기금을 개발하지 않고 있다 임기가 다가오자 상환한 일련의 행위가 어떻게 건전재정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민들이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민선 2기 수의계약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선 2기동안 몇 건의 수의계약이 발주됐으며, 누구에게 돌아갔는지에 대해 밝혀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시장의 의무라고 역설했다.

나주땅 살리기에도 한몫

영산강 살리기 시민운동 본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나주 땅을 살리기 위한 시민캠페인을 전개해 나가는데도 힘을 쏟겠다"며 "유명한 외국교수 등을 초빙해 대대적인 회원교육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고향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13살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물 등짐을 지며 농사를 시작한 그는 농부로서, 지역의 어른으로 시민들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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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에서 역사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정치, 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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