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군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구 남구에 소재한 미20지원단 소속 기지인 캠프워커 후문 앞으로 인근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군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구 남구에 소재한 미20지원단 소속 기지인 캠프워커 후문 앞으로 인근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 남구지역 일대에서 지난달 말 연이어 주한미군 등에 의한 한국인 폭행사건이 발생해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국인 여성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일 새벽 3시 20분쯤 대구 남구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을 찾은 손님 정아무개(31)씨는 갑작스런 '봉변'을 당해야만 했다고 한다. 한 외국인이 춤을 추고 있던 정씨의 엉덩이를 손으로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것이었다.

미군 장교, 한국인 여성 엉덩이 만지며 성추행

하지만 정씨는 침착하게 112신고를 해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의 조사 결과 이 외국인은 미20지원단 소속의 미군 장교인 R(26)중위로 밝혀졌다. 하지만 강제추행을 한 혐의를 받고 연행된 R중위는 곧바로 소파 규정에 의해 미군 측으로 인도됐다. 현재 관할 경찰서인 남부경찰서는 오는 6일 사건 조사와 관련 R중위에 출두요구서를 미군을 통해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남구에서만 2건의 한국인 폭행사건이 연이어 터져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거기다 미군 장교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자, 남부경찰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부경찰서 한 관계자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에 부쩍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던 반미시위에 또 다시 불을 붙일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사태의 심각성에 발맞춰 '강경 대응' 한다는 태세이다. 미군기지되찾기 대구시민모임(미시모)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오는 4일 각 단체별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얼마 전 캠프워커 영내에서 기름유출 흔적이 발견돼 환경단체 등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다, 또 연이어 터진 미군범죄가 폭행사건에서부터 성추행 사건까지 다양하게 표출돼 각 시민사회단체의 결합력을 높이기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강경 대응'

한편 미군 여중생 사건으로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던 지난 8월 한 달 동안 언론을 통해 공개된 미군의 폭행사건만 따져도 ▲2일 경북 포항, 주한미군 2명의 한국인 폭행사건 ▲9일 경기도 동두천, 맥주 잔 시비로 미군 2명이 한국인 종업원 폭행 ▲16일 동두천 생연동, 택시운전사 택시 값 시비 붙자 금품 빼앗고 폭행 등.

미시모 한 관계자는 "한국 군대의 경우에도 군인들이 범죄행위가 발생하면 자숙하는 게 도리인데, 오히려 사건 책임 당사자인 미군이 두 여중생 사망 사건의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국인 폭행과 범죄를 일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고 "한마디로 겁없는 주한미군"이라며 혀를 찼다.


<1신 : 2일 오후 5시 14분> 대구 남구, 연이어 터진 한국인 폭행사건

주한미군에 의한 두 건의 한국인 폭행사건 후 또 다시 미군 장교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자 해당 경찰서인 대구 남부경찰서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주한미군에 의한 두 건의 한국인 폭행사건 후 또 다시 미군 장교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자 해당 경찰서인 대구 남부경찰서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미군 장갑차 사건 이후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한미군 등에 의한 한국인 폭행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결국 소파규정 등으로 미군범죄에 대한 처벌이 극히 미미해, 미군범죄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 캠프워커, 캠프헨리(미20지원단) 등 주한미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대구 남구지역에서 이틀 동안 연이은 미군과 자녀들의 한국인 폭행사건이 벌어졌다.

"진열대 기대지 마라" 요구에 주먹세례

첫 번째 폭행사건은 지난달 31일 남구 봉덕동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벌어졌다. 이날 오후 4시 15분쯤, 슈퍼마켓 주인인 방아무개(32)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미군 '손님'들을 맞았다. 당시 방씨의 가게를 찾은 미군은 총 4명. 두 명의 미군은 방씨의 가게 안에 들어와 물건을 사고 있었고, 나머지 미군 2명은 방씨 가게 앞에서 가게 안으로 들어간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는 가게 밖에 있던 미군들의 행동에서 비롯됐다. 방씨의 증언에 따르면, "밖에 기다리고 있던 미군들이 포도를 진열하기 위해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놓은 진열대 위에 기대어 있기에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씨의 요구가 끝나기가 무섭게 날아온 미군의 화답은 '사과'가 아니라 '주먹'이었다. 정확히 방씨의 얼굴을 가격한 미군 병사의 주먹세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머지 병사도 동료의 한국인 폭행에 가담했고 가게 안에 있던 병사들은 이를 물끄러미 지켜볼 뿐이었다. 결국 방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 후 방씨는 인근 영남대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방씨는 눈 주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뇌 손상이 있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에 따라 병원에서 MRI 검사까지 받아야 했다.

방씨는 "요즘 들어 안 그래도 반미감정이 높아지고 있어서 이번 사건이 오히려 한미관계에 해가 될까 걱정"이라고 말하면서도, "한국인들 폭행이야 물고 넘어지기라도 하겠지만 미군들은 별 처벌도 안 받고 미군부대로 다시 들어가면 끝나지 않겠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방씨는 "아예 (폭행한 미군의) 사과 같은 것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미군 병사는 타일러 로버트(26) 병장. 타일러 병장은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난 1일 경찰에 의해 검거됐지만, 곧 미군 헌병대에 신병이 인계됐다. 타일러 병장과 함께 폭행에 가담한 나머지 병사는 아직 행방이 묘연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술 취해 소란 피우다, "조용해 달라"는 요구에 집단폭행

봉덕동에서 일어난 방씨 구타 사건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에도 폭행사건이 있었다. 이번에는 주한미군 자녀들이 문제가 됐다.

30일 오후 9시쯤 남구 이천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 당시 하워드 니콜라스(20)씨 등 주한미군 자녀 3명은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웠다. 이들의 소란이 계속 이어지자 인근 주민들은 하워드씨 등에게 '조용히 하라'고 항의를 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항의하던 동네 주민 박아무개(27)씨 등 주민 3명을 '집단폭행'하고 인근 가게의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소란을 일으켰다. 이 사건 역시 다음날인 31일 남부경찰서는 하워드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붙잡았지만, 간단한 조사만을 마친 채 미군 측에 신병을 인도해야 했다.

이번 한국인 폭행사건에 대해 미군기지되찾기 대구시민모임 배종진 사무국장은 "근본적으로 소파규정에 문제가 있으며 미군 관련자들이 폭행사건이 일으켜도 처벌이 미미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아 미군들이 경각심을 전혀 가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미군들의 자질 문제도 원인"이라면서 "이는 미군 장갑차 사건으로 두 명의 여중생이 죽었음에도 한국인을 바라보는 주한미군들의 인식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