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유럽 내의 여론은 반대가 우세하다. 특히 유엔의 동의를 받지 않은 군사 행동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The Guardian이 전한 유럽 내의 동향이다.

조건부 찬성을 하고 있는 국가들이 내건 조건은 한결 같이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이라크 군사 제재에 대한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이들의 입장은 미국의 군사 행동을 반대한다 라는 말로 이해될 수 있다.

UN안전 보장 이사회가 이라크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 공격을 결의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 두 나라는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 나라들로, 이들이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의 집단적인 군사 행동에 찬성한다는 것은 이들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미국은 미국의 군사 행동에 UN의 결의는 필요 없다는 발언을 되풀이하면서 자신들의 독자적인 군사 행동을 지지할 동맹국들을 모색하는 중이다.

▲ 조선일보 9월 3일자 국제면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지 "[EU 국가] '이라크 공격 지지' 늘어"라는 제목으로 유럽 국가가 미국의 공습 지지로 기울고 있다는 보도를 내고 있다.

그들은 영국의 경제지 Finantial Times의 기사를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유럽 국가들이 제시한 '충족하기 힘든' 요구 조건을 무시한 채, 유럽 국가들이 영국과 미국의 입장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한 상태에서 그것이 충족된다면 '지지 한다'라는 말은 완곡하고 외교적인 '반대'의 의미일 뿐 지지의 의미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관련
기사
영국 내 美 이라크 공격 반대론 고조

이들은 또한 영국의 입장이 미국과 동일하다는 식의 논조를 유지한다. 물론 친미적인 토니 블레어 총리나 보수당의 이언 던컨 스미스 같은 이는 미국의 입장에 기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 전체적으로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의사 결정을 한 바가 없다.

현재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방문중인 토니 블레어 총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기 위해 현재 중요한 것은 지구 차원의 환경 문제이지 이라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토니 블레어의 이러한 태도는 영국 내의 높아지는 반전 여론과 무관하지 않다.

오늘자 Mirror지의 조사에 의하면 71%의 영국인이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 행동에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노동당 내의 강력한 세력인 노조들 역시 토니 블레어가 미국의 이익을 위한 전쟁에 영국을 끌어들인다면 노동당이 둘로 갈라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힐리경의 발언에 이은 이러한 입장 표명은 토니 블레어의 정치적 위기를 의미하며, 토니 블레어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가 된다. 국민 절대 다수의 반대 여론과 정당 내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미국을 지원하는 것은 토니 블레어의 정치적 장래에 대한 자살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난관에 부딪힌 미국정부의 매파 세력들은 세계적인 차원의 지지를 얻기보다, 미국에 군사 기지를 제공할 수 있는 군소 국가들에 대한 경제 원조를 통해 지지를 획득(구매)하려 할 것이라고 The Guardian은 분석하고 있다.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이라크에 대해서 역시 UN에 의한 무기 사찰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군사 행동 지지와는 관련이 크지 않은 사안이다.

무기 사찰의 주체는 UN이며 미국이 아니다. 또한 그 제재를 정하는 것 역시 UN이지 미국이 아니다. 즉 이라크의 사찰 회피를 이유로 군사적인 행동을 하거나 어떠한 추가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UN의 소관 사항이지 미국이 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외신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 기사의 내용만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사의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신문을 사보는 이유는 TV에도 나오는 뻔한 이야기를 다시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정교한 분석을 위해서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