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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CIA 'The World Factbook 2001' 한국소개지도
ⓒ 김윤배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제 8차 유엔 지명 표준화회의에서 일본해 단일 표기를 유지하려는 일본의 입장이 관철되었다. 따라서 국제 사회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는 것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베를린에서 열린 유엔 지명 표준화회의에서 한국과 북한은 현재 일본해로 통용되고 있는 동해의 표기에 대해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측의 요구가 수용될 경우 동해의 지명을 표기함에 있어서 동해-일본해를 병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본은 이러한 한국의 노력을 저지하기 위해 1만여 부의 일본해 표기 정당성 홍보 책자를 배포하는 등 필사적인 외교전을 펼쳤다.

일본이 전개하고 있는 논리는, 일본해라는 지명이 일본이 정한 것이 아닌 국제 기구들과 서방 국가들이 정한 것으로서 국제적으로 이미 관행으로 자리잡아 변경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측의 문제 제기는 학술적인 차원이 아닌 정치적인 것으로, 양국간의 갈등만 유발하고 있는 것이므로 유엔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수 참가국이 일본의 이러한 논리에 동조함으로써 한국과 북한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정부는 1992년 이래 이 문제를 유엔 지명 표준화 회의에서 논의하기 위하여 수차에 걸쳐 외교적인 노력을 펼쳤으나 일본의 로비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일본은 소위 '환 일본해권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중국, 몽골, 러시아를 포함하는 국제 회의들을 개최하면서 주변국들의 동의를 구해왔다. 일부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이러한 식으로 진행되는 회의에 참가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움직임보다 늦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야 지명 문제 표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의 시정을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일본의 학계는 1970년대부터 국제적으로 인용될 수 있는 영문판 일본 지도집을 만들어 일본해 명칭이 동아시아에서도 널리 통용되는 것으로 인식되도록 세계 각 도서관에 배포하는 등 장기간에 걸친 노력을 해온 바 있다.

이에 비하여 한국은 영문판 지도집은커녕 한글판 지도집조차 1990년대에 들어서 발간했으며, 영문판을 만들어 배포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1장으로 된 한국과 동아시아 인근 지역의 지도와 해도를 만들어 배포한 바 있다. 낱장으로 된 지도와는 달리 학술적 저작으로까지 인정되는 지도집(Atlas)은 세계 각국의 지도 제작자들이 세계 지도를 만드는데 인용되는 가장 핵심적인 자료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각국의 신문, 방송 역시 보도를 위한 자료 수집에서 지도집을 인용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통해 일부 지도집들이 동해-일본해를 함께 표기하거나 동해로 표기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아직도 상당수의 지도집들이 한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이유로 해당 수역을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표기하는 '인정할 만한 참고 자료'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후발주자인 한국은 1994년 만들어진 동해연구회를 중심으로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한 학술회의를 해마다 주최해왔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국가간의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제 관례에 적합하지 않은 지리적 지명의 오기(誤記)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동해 연구회가 주최한 국제 회의에 참가한 각국 학자들의 견해였다. 동해 연구회가 행한 학술회의의 성과들은 UN에 동해 지명의 문제가 단순히 정치 문제가 아닌 지명 오기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근거 자료로 보고 된 바 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자료의 구축 작업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성과들 역시 예산과 인원의 부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이 동해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논리를 반박하고 외국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외국어 자료를 인터넷상에서 찾기가 힘들다. 이미 다수의 영문 학술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동해 연구회 역시 예산 및 인원의 절대 부족으로 독자적인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동해 연구회의 홈페이지(http://www.geoedu.snu.ac.kr/eastsea/Eastseak.htm)는 부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이기석 교수가 소속 학과에 부속된 페이지로 존재하고 있으며, 자료의 업데이트 역시 중단된 상태이다.

관련 도메인의 경우 www.eastsea.org는 현재 동해 지명을 연구하고 있는 경희대 김신 교수의 페이지로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eastsea.com은 한국의 개인이 소유하고 있으며, eastsea.net은 동해 넷이라는 곳이 소유중이다. 한편 seaofjapan.com은 한국의 한국 정보 바로 알리기 관련 단체가 소유하고 있으며, seaofjapan.net, seaofjapan.org는 아직 등록되어 있지 않다.

언론 역시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재 알려지고 있는 이 회의 관련 소식은 모두 일본 언론과 러시아 언론을 이용해 보도되고 있다. 유럽 지역의 주요 도시에 한국 언론인들이 주재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독일 내의 특파원조차 보내지 않은 한국 언론의 무관심 역시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외교부는 동해 연구회의 활동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동해가 일본해로 불려지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외교부라는 단일 부서만의 문제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의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영문판 지도의 발간과 같은 사업 역시 만일 이루어진다면 교육부와 건설교통부가 함께 추진하면서 관련 학자들을 참여시키는 형태를 띠어야 하는 사업이다.

한국 정부는 월드컵 이후 한국의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한 다각적 사업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국가 이미지 개선이 단순히 상품 수출 늘이기 차원의 사업이 아닌 진정한 나라 바로 알리기가 되기 위해서는 동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와 국민적인 관심이 함께 모아져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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