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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병력이 배치된 강남성모병원 정문
경찰병력이 배치된 강남성모병원 정문 ⓒ 이현

멀리서 보았을 때는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강남성모병원 앞에는 전경버스 2대와 지휘차량 1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11일 아침 출근 전 새벽에 강남성모병원과 경희의료원 등 112일째 장기 파업.농성중인 병원 사업장에 공권력이 투입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마침 오늘 강남성모병원에 갈 일이 있어 궁금증은 출근하면서 커져 갔다.

2달 전쯤 아이가 아파 강남성모병원에 간 일이 있었다. 병원 로비에는 전국에서 모인 병원 노동자들이 스티로폼을 깔고 파업을 하고 있었다. 아이 진료시간이 파업 때문에 늦어졌다. 하지만 파업하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나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다.

당시 벽에 붙어 있던 많은 유인물 중에서 "의사들의 파업에는 모든 임금을 지급한 의료원이 간호사들의 파업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는 글귀가 문뜩 생각났다. 결국 병원 노동자들 파업은 이렇게 강제 진압을 당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벼락 대자보를 제거하는 모습
담벼락 대자보를 제거하는 모습 ⓒ 이현
약속시간에 맞춰 오후 1시경 강남성모병원 정문에 도착하였다. 정문 앞에 배치되어 있는 전경들은 그리 긴장한 모습들은 아닌 것 같았다.

전경들은 병원에서 나오는 차량의 뒷트렁크를 일일이 건문하고 있었다. 병원 담벼락에 붙어 있던 "대·화·거·부! 파·업·유·도!" 라고 쓰여 있는 유인물을 몇몇의 사람들이 제거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강남성모병원 파업 현장
강남성모병원 파업 현장 ⓒ 이현
농성장으로 사용되었던 병원 로비는 이미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하지만 구석에는 모아놓은 쓰레기와 미처 정돈 되지 못한 사무집기들이 여기가 농성장이었던 사실만을 말해 주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로비에 좌석 등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편에서는 청소 용역 직원들이 유인물을 뜯어낸 자리를 청소하고 있었다.

파업의 잔재를 지워버리려는 듯
파업의 잔재를 지워버리려는 듯 ⓒ 이현
모든 상황은 종료된 듯하였고 병원은 평상시 모습으로 되돌아 온 듯 보였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폭풍전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건의료노조는 "11일 오후 4시 명동성당 앞에서 공권력 투입 항의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14일 서울 등지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여는 등 강력히 투쟁키로 결의하였다.

여전히 장기파업에 이은 공권력 투입에 의한 해산 수순을 밟고 있는 대한민국 노동현실을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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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I 심리상담코칭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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