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자체가 반인권적이고 반노동자적이다 보니, 사용자가 이를 악용하는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CMC의 경우 파업 전날 노조의 교섭요청을 '조합원이 모여 있으면 교섭하지 않겠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거부했다고 한다. 같은 시기 조정신청을 낸 보건의료노조 소속 병원 중 37곳이 파업 직전에, 29곳이 파업 1일차에 타결된 것과 비교하면, CMC는 노조의 파업을 유도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CMC는 또 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란 이유로, 파업 이후 본교섭을 단 1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지부장 선에서 어떠한 징계도 받아들이겠다는 노조의 최종 양보안도 성에 차지 않은 듯 거부했다. 그리고 "징계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고 일단 파업을 풀면 선처하겠다"며 노조에게 사실상 백기를 들라고 요구했다. 사용자들은 애초부터 노조가 들어줄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며 계속해서 공권력에 의한 진압을 원했을 뿐이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배짱은 정부의 아낌없는 공권력 투입에 더욱 기가 산다. 파업의 원인은 그대로 있고 노동자만 쓸려나갈 뿐이다. 그것이 결코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정부와 사용자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에겐 자존심의 문제일지 모르나 노동자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파업을 해결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사용자들의 책임은 도대체 언제 물을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2002년 9월 14일자 (제21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