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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지문날인 반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다큐멘터리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의 이마리오 감독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지문날인 반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다큐멘터리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의 이마리오 감독 ⓒ 석희열
이에 대해 이마리오 감독은 "KBS측이 제목에서 '찢어라'의 표현이 너무 과격한 것 같으니까 '철폐하라' 등으로 표현을 순화해줄 것을 주문했다"면서 "심지어 담당 PD는 실정법 위반 운운하는 무례함을 드러내기도 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박정희 생가 장면 삭제요구에 대해 KBS측에서는 "박정희의 생가 장면을 영화에 등장시키는 것은 국민정서상 허용할 수 없다"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KBS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이마리오 감독은 "강제로 시청료는 챙겨가는 KBS가 그나마 한 달에 100분 방송하는 유일한 퍼블릭 엑세스 프로그램인 '열린채널'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합리적인 법적 근거도 없이 편성하지 못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며 "현재 KBS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내 생각을 검열하지 말라!"
"내 생각을 검열하지 말라!" ⓒ 석희열
그는 또 "KBS가 최종 편성불가 방침을 정한 것은 자신들의 수정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창작자의 제작의도를 무시한 채 제목을 바꿔라 마라, 장면을 삭제하라 마라하는 것은 명백한 검열행위"라고 규정하고 "제2의 영화를 만들어서라도 끝까지 주민등록증 문제를 제기하면서 검열철폐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KBS '열린채널' 시청자운영협의회는 다큐인 박종필 감독의 <에바다 투쟁 6년-해 아래 모든 이의 평등을 위하여>에 대해서도 불방결정을 내린 바 있다.

17일 오후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지문날인 반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마리오 감독을 만나보았다.

-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언제 제작했나.
"몇 달간의 준비기간과 제작기간을 거쳐 작년 10월에 후반작업을 다 마쳤다."

- <...찢어라>를 만든 계기가 있으면 소개해달라.
"주민등록증 지문날인 반대운동에 관심을 가지면서다. 우리의 주민등록증제도 속에는 파시즘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 알다시피 주민등록증제도는 박정희가 주민통제를 목적으로 시작한 제도다. 상당히 위험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파시즘적 요소들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바탕이 되었다."

- 그럼 지문날인 거부자라는 말인가.
"그렇다. 난 주민등록증이 없다.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같은 기타 신분증명서로 생활하고 있다."

- KBS '열린채널'에 방영신청을 언제 했나.
"열 손가락 지문날인 등 현행 주민등록증제도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여론화하기 위해 올해 1월 신청했다."

- KBS가 주장하는 편성불가 이유가 무엇인가.
"KBS에서는 비속어 사용 장면과 공무원의 음성 등장 부분, 박정희 생가 장면의 삭제를 요구했다. 그리고 제목의 '찢어라'의 표현이 너무 과격하고 위법행위를 조장한다며 '찢어라' 대신 '철폐하라'로 순화하는게 어떻겠느냐고 훈수를 하기도 했다. 이런 요구들을 수용하지 않으면 방영하지 않겠다는 것이 KBS에서 밝힌 명목상의 방영불가 이유다."

- 이의제기를 했다고 들었다.
"지난 4월 편성불가 방침을 통보받은 후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KBS에서 지적한 비속어 장면을 삭제하고 공무원의 음성 부분은 해당 공무원의 동의를 받았음을 입증하는 한편 박정희 생가 장면은 지난 1968년 주민등록제도가 도입된 맥락을 설명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장면이라는 점과 제목에서 '찢어라'라는 용어가 심의규정을 위반하거나 위법행위가 아님을 변호사·법학 교수 등 전문가들의 의견서를 첨부하여 지난 5월 이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KBS '열린채널' 시청자운영협의회에선 지난 7월24 최종적으로 편성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이의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자신들의 수정 및 삭제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기각한 것으로 안다."

이마리오 감독은 KBS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마리오 감독은 KBS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 석희열
- 논란이 되고 있는 박정희 생가 장면이 어떻게 삽입되고 있는가.
"마지막(엔딩) 부분에 약 1분30초 정도 나온다. 박정희 생가를 카메라가 점점 가까이서 비추면서 시나위의 '주민증'이라는 노래와 함께 박정희의 초상화와 박정희가 손에 들고 있는 주민등록증을 자료로 삽입했다. 이것이 왜 문제인가."

- 방영불가 방침을 세운 '열린채널'의 운영주체인 KBS에 대해 현재 진행중인 법적 대응을 말해달라.
"지난 8월22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를 청구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그리고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에 같은 청구취지로 서울지방행정법원에 KBS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외주제작도 아니고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인 '열린채널'에서 법적인 근거도 없이 단순한 잣대로 불가방침을 내리는 것은 분명 검열이다. 이는 또 퍼블릭 엑세스의 근본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 KBS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보는가.
"당연히 이긴다고 자신한다. 법률자문을 해주고 있는 변호사들도 편성불가 방침을 내릴 만한 근거가 없다면서 승산이 있다고 한다. 현행법에 저촉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 지루하고 긴 싸움이 될텐데 끝까지 검열철폐 주장을 관철시킬 것인가.
"그렇다. 다행히 법적인 판단이 제대로 내려지면 좋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제2의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영화를 제작해 끝까지 주민등록증제도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검열철폐 투쟁을 할 것이다."

- 앞으로 준비중인 영화가 있으면 소개해달라.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현지 베트남인들에 대한 학살사건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기획단계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독립영화 제작지원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내년 초쯤 현지 촬영을 위해 바쁘게 준비하고 있다."

- 월남전 참전용사 등 관련 당사자들의 거센 항의가 있을텐데...
"미군의 노근리학살이나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문제에 대해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도 그들(베트남인)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고 싶은가.
"내가 관심 갖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그게 인권문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 지문날인 반대와 KBS 검열철폐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점과 모순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각자의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동참해주었으면 한다. 소수와 약자에 대한 입장과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오마이뉴스>에 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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