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그리운 싸움질
- 보길도 4

싸우는 소리가 그립기도 하던가
피서철이 끝나고 늦게 찾아온 관광객들
모두 돌아간 부황리
철지난 파도 소릴 듣는가
때이른 겨울 바람 소릴 듣는가
오래 지속되면
평화가 두렵기도 하던가

오래 다투는 소릴 듣지 못했다
귀목 나무 그늘에 앉아
눈에 쌍심지 켜고 목청높여
쌍욕하는 소릴 듣지 못했다
멱살 드잡이를 오래 보지 못했다
염소라도 싸워주길 바라지만
넓은 들판 뜯어도 풀은 줄지 않고
오래 싸우는 소릴 듣지 못했다


부용리
- 보길도 6

사람만이 늙는 것은 아니다
이 물결이 늘
새 물결이겠느냐
이 바람이 늘 새 바람이겠느냐

이 흙과 저 돌과 나무가
함께 나이 들어서
부용리 너른 들판도 세월따라 늙어간다

석실 절벽의 저 등 굽은 소나무를 보아라
무릎 관절 우둑이는 회관 앞
동백 나무를 보아라

잠든 나무와 새들 겨울 보리와 봄 배추
흔들어 깨우는
저 늙은 바람을 보아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