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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여명의 노동자 및 학생이 참가한 이날 민주노총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가톨릭의 자성과 성실교섭 및 경찰철수 등을 주장했다
1천여명의 노동자 및 학생이 참가한 이날 민주노총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가톨릭의 자성과 성실교섭 및 경찰철수 등을 주장했다 ⓒ 석희열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 당원 및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 학생 등 1천여명은 27일 오후 3시 서울 반포동 강남성모병원 앞에서 '노동탄압 분쇄와 노동법 개악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병원에 상주하고 있는 경찰병력의 즉각 철수와 장기파업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병력 10개중대 1,500여명이 동원됐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병력 10개중대 1,500여명이 동원됐다 ⓒ 석희열
특히 이날 집회에서 민주노총은 보건의료노조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장기파업에 대한 지지 엄호투쟁과 함께 대정부투쟁 입장을 분명히 밝혀 향후 병원파업사태는 민주노총과 정부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여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정국과 맞물려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정광훈 전 의장은 이날 연대사를 통해 "착하고 이쁜 간호사와 노동자 농민을 잡아가는 김대중 정부는 불량정부"라면서 "노동자 농민 노점상들을 두들겨패는 불량정권을 우리 모두 힘을 합쳐 하루빨리 청산하자"며 김대중 정부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지난 18일 강남성모병원 앞 집회에서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7명의 부상자가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지난 18일 강남성모병원 앞 집회에서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7명의 부상자가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 석희열
한편 경찰의 무리한 과잉진압으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8일 강남성모병원 앞 집회에서 이 병원 노조원 장수진씨가 실신하여 응급실로 실려가는 등 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데 이어 25일에도 강남성모병원 앞에서 집회를 마치고 후문으로 이동하는 조합원들을 경찰이 가로막고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여성조합원이 실신하여 응급실로 실려가는가 하면 손가락이 부러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 수술을 받는 부상자가 속출했다.

또 25일 저녁 경찰이 마무리집회를 하고 귀가하는 김정원(한양대의료원지부)씨와 우상국(여의도성모병원지부)씨 등 2명의 조합원을 긴급체포하여 서초경찰서로 연행하자 이에 분노한 수백명의 조합원들이 경찰서장의 면담과 연행자 즉각 석방을 요구하며 밤 늦게까지 강남성모병원 후문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26일 오후 강남성모병원 앞 집회에는 700여명의 병원 노조원들이 참가했다
26일 오후 강남성모병원 앞 집회에는 700여명의 병원 노조원들이 참가했다 ⓒ 석희열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서울지역 본부장은 "서초경찰서로 연행된 두 조합원은 어떤 폭력행위도 하지 않았다"면서 "만약 즉각 석방하지 않으면 보건의료노조 4만 조합원이 절대로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병원사용자와 싸우기도 벅차다"면서 "경찰은 사용자의 호위병 노릇을 그만 두고 즉각 물러가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에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장기파업사태와 9·11 강남성모병원 경찰병력 투입사건과 관련하여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5가지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가톨릭의 각성 △노조탄압 중단 △부당노동행위 처벌 △경찰병력 철수 △장기파업사태의 평화적 해결 등을 촉구하며 차수련 위원장 등 30여명의 조합원들이 지난 25일부터 명동성당에서 무기한 단식농성투쟁에 들어갔다.

보건의료노조 차수련 위원장 등 30여명은 지난 25일부터 명동성당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차수련 위원장 등 30여명은 지난 25일부터 명동성당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석희열
3일째 단식농성 중인 차수련 위원장은 장기파업사태의 해결을 위해 △정진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나설 것 △사용자의 파업유도행위 및 노조탄압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부당노동행위 처벌 △불성실교섭의 빌미가 되고 있는 직권중재 철폐 및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것 △잇따른 경찰의 폭력과 성추행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경찰병력의 즉각 철수 등을 거듭 촉구했다.

차수련 위원장은 "10월초 국내외 인권단체 및 NGO와 연대해서 무차별적으로 노동자탄압을 일삼고 있는 한국 가톨릭의 반종교적 만행을 낱낱이 로마 교황청에 알릴 것"이라며 "똑같은 요구사항에도 노사협상이 타결된 경희의료원 등 나머지 병원과는 달리 유독 가톨릭중앙의료원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가톨릭 사제들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차 위원장은 또 "교회가 운영하는 자본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양(새끼)들을 잡아가라고 하는 사제들은 이미 교회법을 저버리고 하나님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하고 "병원측이 취해온 그간의 행태에 대해 가톨릭 사제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며 "자신들이 행한 행동에 대한 결과가 반드시 따를 것"이라고 말해 사태 해결 후에도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지난 13일 담화문을 통해 복귀 마감시한으로 정한 25일까지 자발적으로 현업에 복귀한 조합원은 80여명으로, 아직 복귀하지 않은 조합원은 강남성모병원 237명을 포함하여 모두 559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귀자가 예상 외로 적은 것에 대해 가톨릭중앙의료원 김현수 노무협력과장은 "다수가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복귀시한을 2주 정도 더 연장해서 유연하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말해 파업 노조원들에 대해 당장 민형사상 책임 등 법적 대응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징계수위에 대한 물음에 "복귀명령만 했을 뿐 아직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히고 "기관에서는 원칙적으로 복귀자는 언제든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라며 "모든 것이 원만하게 잘 되길 바란다"면서도 "복귀자에 대해 이면합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부터 명동성당에서 천막농성과 함께 3일째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에 대해 명동성당측이 성당 밖으로 나가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일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 장기파업사태의 해결을 위해 정진석 대주교에게 여러 차례 대화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히고 "오히려 성당측에서는 백남홍 주임신부 명의로 4차례에 걸쳐 퇴거명령을 문서로 전해왔다"며 "밤에는 전기도 끊고 화장실 문까지 걸어잠그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명동성당측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보건의료노조의 한 관계자는 "가난하고 힘없는 자를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가톨릭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갈 곳이 없는 힘없는 노동자들을 밖으로 내치면 장차 어디로 가라는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27일 민주노총 집회에서 병원 안으로 들어가려는 노조원들을 경찰이 몸으로 막고 있다
27일 민주노총 집회에서 병원 안으로 들어가려는 노조원들을 경찰이 몸으로 막고 있다 ⓒ 석희열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등과 연대하여 10월4일 오후 국회 앞에서 부실국정감사 규탄 및 부당노동행위 처벌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0월16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11월10일 노동자대투쟁에 이어 11월13일 전국 농민대회 개최 등 차츰 대정부투쟁의 강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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