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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음악을 남들보다 조금 더 유난하게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이유에서 음악이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즐겨듣는데 그중 남미의 음악에 조금 더 깊이 매료되어 있다. 혹시나 실비오 로드리게스(Silvio Rodriguez)라는 이름은 몇 해 전부터 불어온 쿠바열풍에 힘입어 조금은 알려져있는 아티스트일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뜨로바(Trova)는 쿠바의 전통적인 가악의 형식이다. 민스트럴이나 샹송레알리스트(현실적 샹송)처럼 적은 편성의 악기로 현실을 조롱하고 자신의 고통을 토로하는 민중가요 혹은 현실참여적 음악의 전통적인 형태였다.

이 뜨로바라는 단어앞에 누에바(Nueva:새롭다)라는 뜻을 붙인 누에바 뜨로바는 누에바 깐시온(칠레의 저항적 노래운동)의 영향을 받아서 발생되었다. 빠블로 밀라네즈(Pablo Milanez)와 실비오 로드리게스(Silvio Rodriguez)를 대표적으로 꼽는 이 누에바 뜨로바는 70년대에는 누에바 깐시온과 그리 다를 것 없는 격렬하고 정치색이 강했던 노래를 들려주었지만 80년대가 지나며 이들의 음악은 팝뮤직으로 돌변한다. 어디에도 아름답고 치열했던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아마도 이들은 자신들의 목숨이 조금 더 소중했었나 보다. 그러나 필자가 단 한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70년대에 발매했던 레코드들은 비록 조악한 음질을 지니고 있지만 너무도 치열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그는 음악인이자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결코 권력을 탐하지 않는 순수한 정치인이다. 그는 중남미의 정치성을 담은 대중음악가들처럼 미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공산주의를 선택한 공산주의자이기도 하다.

많진 않지만 그래도 수 백 장을 헤아리는 필자의 남미쪽의 라이브러리중에서 이 작품은 분명 우뚝 서보이는 존재이다. 사실 필자는 남미를 사랑하고 야구에 매료되어있으며 복싱에 흥분하는 사람이지만 이 세가지가 모두 겹치는 쿠바만큼은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었다.

특유의 큐반리듬이라 이름 붙여진 리듬들이 단지 리듬의 자위행위라고밖에 못 느꼈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음악에서 '미'를 찾아내는 그 기준을 알 수가 없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소개하려는 실비오 로드리게스의 Unicornio를 접하는 순간 쿠바에 관한 마이너스 이미지가 플러스 이미지로 전환되는 것을 느낄 정도로 획기적인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이 앨범안에도 분명 쿠바의 전통적인 악곡의 형식인 손(Son)을 표방한 작품들이 몇 있지만 전체적으로 고졸한 정취가 느껴지는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그의 가녀린 미성으로만 진행되는 전형적인 포크의 형식에 정치하게 배치된 유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어우러지는 형식의 곡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분명 흔히 듣는 영미권의 모던포크에서 듣기 힘든 그들만의 화성을 접할 수 있어서 이국적인 정취가 지극히 매력적이다.

지극하게 열정적인 내면을 갈무리한채 마치 동화같은 파스텔톤의 악곡에 실려 흐르는 그의 유려한 음성은 소름이 끼치도록 매력적이다. 이 음반안에서 그는 자신이 상실해버린 모든 것들에 대한 아픔을 우아하게 표현하고 있다.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라 해석되어 있는 가사를 보면 그의 시인으로서의 재능에 놀랄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쿠바의 오리지널 비닐의 커버로 재현되어 국내에 발매된 이 음반은 인쇄에 김기태, 디자인 보정의 김상만(주1.)이라는 황금콤비의 야심작이다. 그리고 아울러 이 음반은 1500장 한정발매이다. 어서 구입을 서두르셔서 이 작품의 매력을 같이 공유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작은 소망이다.

덧붙이는 글 | (주1.) 김기태씨는 국내의 인쇄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하는 이다. 그의 인쇄에 관한 열정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며 그만큼 정교하고 품질보증의 인쇄를 한다. 한편 디자인 보정의 김상만씨는 영화팬이시라면 이 분의 이름을 많이 보셨을 것이다. 해피엔드, 정사의 포스터감수, 공동경비구연 JSA의 미술감독등으로 충무로에서 알아주는 미술스탭이다. 이 둘의 공동작으로는 최근의 김정미, 이정화의 재발매 페이퍼 슬리브CD와 이번에 발매된 이 작품을 비롯한 일련의 발매작 4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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