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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공식 출범한 민주당내 반노·비노 세력의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김영배 위원장 등이 향후 후보단일화 추진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4일 공식 출범한 민주당내 반노·비노 세력의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김영배 위원장 등이 향후 후보단일화 추진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노세력이 결성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는 그동안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던 민주당내 반노세력이 하나로 모였다는 점에서 그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이 기구가 앞으로 당내 세력을 얼마나 확보하게 될 지, 그리고 여론의 관심과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에 따라 민주당 분열의 수준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노(反盧)세력의 탈당 시나리오

현재 이 기구에 참여한 현역 의원 숫자는 전국구 4명을 포함해 모두 34명. 민주당 전체 의원 숫자의 3분의 1을 약간 넘어서는 비율이다. 이들은 국민경선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김영배 고문을 회장으로 선출하고, 향후 일정을 밝혔다.

반노-JP 신당창당 합의

(서울=연합뉴스) 민주당내 비노.반노 그룹이 중심이 된 `대통령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후단협)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가 공동신당 창당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후단협 회장인 민주당 김영배(金令培) 고문이 7일 밝혔다.

김 고문은 6일 오후 서울 근교 서서울 CC에서 김 총재 및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총무, 민주당 후단협 김원길(金元吉) 부회장과 함께 골프회동을 가진 뒤 이같이 말했다.

김 고문은 이어 '정몽준(鄭夢準) 의원측과도 잘 될 것'이라며 '필요하면 정 의원측과 만나겠다'고 전했다.

그는 '오는 10일께 자민련,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등이 함께 참여하는 `신당창당 주비위'를 구성할 계획을 갖고 있으나 늦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고문은 후단협 소속 의원들의 단계적 탈당 여부와 관련, '결론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자민련 김 총재는 전날 측근에게 '조만간 새로운 것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 총무는 7일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앞으로 구체적인 논의를 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 김민철기자
이에 따르면 노무현 후보와 한화갑 대표가 7일까지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고, 후보단일화를 거부할 경우 이번 주 중반께 당무회의를 소집해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이들은 조만간 원내외 위원장 100여 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규모 합동 모임을 갖고 세력을 결집하여 후보단일화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측이 단일화를 끝내 거부할 경우 이달 중순께부터 단계적으로 탈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아직 약해보인다. 노 후보측이 후보단일화를 사실상 거부하고 선대위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는 마당에 제기된 후보단일화 요구는 일종의 명분쌓기용으로 받아들여진다.

당무회의를 통해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한다는 것도 당헌상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원내외 위원장 1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모임이 가능할 지도 아직 불투명해 보인다. 결국 후단협이 제시한 시나리오는 실행에 목표를 두었다기보다는, 대규모 탈당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간벌기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정도의 세력으로는 탈당을 본격화하기도 어렵고, 일단 당내투쟁을 통해 세 규합을 더 한 이후에야 탈당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진의로 해석된다.

탈당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

노 후보측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상당히 성가신 상황이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차라리 빨리 당을 나가주는 것이 홀가분한 일이다. 의원 숫자가 다소 줄어드는 부담은 있겠지만, 그래야 당내 분란을 끝내고 일사분란한 대선운동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노 후보측 입장에서 볼 때, 후단협의 당내투쟁은 발목잡기를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지난 2일 열린 민주당 노무현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판식 행사.
지난 2일 열린 민주당 노무현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판식 행사.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러면 반노세력은 어째서 당을 나가지는 않고 당내에서의 발목잡기만 계속하고 있는 것인가.

물론 반노진영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탈당을 공언해왔다. 그러나 정작 탈당은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져온 상황이다.

물론 반노세력 내부 일각에서는 일단 탈당을 결행하는 것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선(先)탈당에 대한 부담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반노세력의 탈당을 늦추고 있는 요인은 무엇보다도 탈당 이후의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당장 이들이 대안으로 삼고 있는 정몽준 의원의 지지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상태이다. 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 의원의 지지율은 결국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선뜻 탈당을 결행했다가 대안 부재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을 이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몽준 신당'의 실체가 아직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또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반노세력이 민주당을 탈당할 경우 정몽준 의원 등이 추진중인 신당이 이들의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신당이 과연 어떠한 성격이 될 것이고, 얼마나 세규합을 이룰 수 있을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반(反)이회창 비(非)노무현 세력이 하나로 결집할 가능성이 불투명해 보인다.

자칫하면 각개약진 속에서 지리멸렬(支離滅裂)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2004년 총선을 의식해야 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탈당을 해서 민주당을 공천을 포기하게 되었는데, 정작 새로 참여한 당이 다음 총선에서 힘을 받지 못할 경우 이들은 금배지를 떼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같이 대단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명분과 소신을 접어두고 민주당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엉거주춤한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후보측이 "결국 당을 떠날 사람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당내 교섭단체론'

여기서 제기된 것이 '당내 교섭단체론'이다. 후단협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배 의원은 지난 5일 "오는 10일 이전 창당주비위를 출범시키되, 주비위에 참여하는 세력들이 제3의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며 "관련법을 보면 당적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탈당은 하지 않고 민주당내에서 자신들이 따로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어 등록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민주당 의원 이외에도 자민련, 이한동 전 총리 등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은 1개 정당에 1개의 교섭단체만 허용하고 있는 국회법에 비추어볼 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탈당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이들이 만드는 교섭단체를 국회법이 허용하고 있는 무소속 연대에 의한 교섭단체로 간주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같은 행위는 법리적 해석 이전에 심각한 도적적 문제를 안고 있다. 노무현 후보가 후보로 있는 민주당을 정 함께 할 수 없다면, 탈당을 해서 자신들끼리 별도의 원내교섭단체를 만들면되는 일이다. 그렇게 분명한 길을 놔두고 굳이 민주당에 잔류하며 교섭단체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정도(正道)에서 어긋나며 지극히 기회주의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거기에는 탈당을 해서 노 후보측을 홀가분하게 해주느니, '못먹는 밥에 재나 뿌리자'는 심보로 민주당에 남아 계속 민주당을 흔들어대자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 또한 먼저 탈당했다가는 혹 정국 상황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부담이 있으니, 모든 것이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눈치보기 자세가 자리하고 있다.

변수는 노 후보의 지지율 추이

반노세력의 탈당이 어느 수준으로까지 진행될 것인지는 결국 노 후보의 지지율 추이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분석했듯이, 민주당내 비노·반노세력은 사실 탈당 이후 대안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다.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를 부정한다는 명분상의 취약점 역시 의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 후보의 지지율이 일정하게 회복기미를 보일 경우에는 당내 관망파들의 경우는 결국 민주당과 함께 대선을 치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비교적 소수의 인사들만이 탈당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반대의 상황, 그러니까 노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부진을 면치못하고 정몽준 의원의 지지율이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경우에는 당내 동요가 확산될 수 있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관망파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후보 지지율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후단협에 모인 반노세력의 앞길은 노 후보의 앞길 이상으로 불확실해 보인다. 대선의 여러 변수들이 정리되는 11월에 들어서야 민주당 분열의 수준은 가늠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막판에 가서야 대선구도가 드러나는 불확실성은 대단히 불만족스러운 상황임에 분명하다. 한마디로 안개 속에 싸인 대선정국이 되는 셈이다.

자기 당의 후보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정작 탈당은 안하고 있는 후단협의 모습은 대선정국의 이같은 불확실성을 높이는데 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노무현 반대가 소신이고 정치적 신념이라면, 하루빨리 당을 떠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면서 그저 기회만 엿보고 있는 모습은 정말 보기에도 안좋다. 이들은 국민경선 불복이라는 잘못에 이어, 정치적 기회주의로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는 또 하나의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야당은 할 수 없다"
후단협 주도세력은 옛 여권 인사

지난달 26일,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당내 갈등에 관한 자신의 진단법을 이렇게 제시하였다. "평생 민주화 투쟁을 한 사람은 여당을 하든 야당을 하든 크게 관계가 없다. 그러나 여당만 하던 사람은 야당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다시 여당을 하느냐, 아니면 야당을 하느냐를 두고 몸부림이 벌어지는 게 지금의 당내 대립이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야당을 하게될 것을 두려워하는 인사들이 다음 정권에서도 어떻게든 여당을 하기 위해 매달리는 것이 민주당내 갈등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새로 발족한 후단협의 주도세력을 살펴보면 이같은 진단이 사실에 근접해 있음을 알게 된다. 회장 자리는 대외적인 상징성을 고려하여 야당에서 뼈가 굵은 김영배 의원이 맡았지만, 그밖의 주축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옛 여권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먼저 이희규·원유철·이용삼·이근진·홍재형·이인제 의원 등은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출신으로 국민신당을 거쳐 합류한 경우이다.

김기재·김명섭·박종우 의원은 한나라당 출신 영입파이고, 당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어 아직 후단협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반노세력으로 분류되는 유용태 의원도 한나라당 출신이다. 여기에 장태완·최명헌·박상규·박상희 의원 등은 과거 김대중 총재 시절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 영입 차원에서 들어온 경우다.

그래서 옛 여권 출신 혹은 보수층 출신이라는 이들의 공통 배경이 대선 패배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진로에 대한 위기감이 크고, 따라서 어떤 성격의 정당을 하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어떻게 해야 여당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이들이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이제까지 자신들이 몸담아왔던 민주당의 정체성과는 대비되는 정몽준 의원쪽으로 말을 갈아타려는 모습은, 어떻게 해서든지 여당의 일원이 되려는 몸부림으로 비쳐진다.

이러한 과정은 어떻게 보면 97년 대선을 전후하여 원칙없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졌던 영입작업의 업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국민회의와 그 이후 민주당은 자신이 표방해온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보수층 껴안기, 숫자늘이기 차원에서 마구잡이 영입을 시도했고, 그 결과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오늘의 민주당은 총천연색 무지개정당이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 민주당이 겪고 있는 분열의 과정은, 마구잡이식 영입이 있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 유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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