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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4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대북 감청부대인 5679부대장 한철용 소장은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이 지난 6월 북한군의 서해 도발징후를 보고받고도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해 정치권의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역시절 정보분석 업무를 담당했던 한 예비역 대령이 인터넷에 한 소장을 포함, 군당국 책임자들의 온당치못한 처신을 비판하는 글을 실명으로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필자는 육사 25기 출신으로 지난 2000년 육군 대령으로 전역한 배성관(57세 인천 거주)씨. 배씨는 현역시절 북한 및 국제관계 분야의 정보분석관으로 활동했으며, 전역 후 군사잡지와 인터넷 매체 등에 자유로운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사건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 이 분야의 전문가인 배씨의 글을 양해를 얻어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소개한다...<편집자 주>


한철용 소장의 국감장에서의 폭로에 대한 비판

▲ 지난 6월 29일 발생한 '서해교전'에서 우리 해군의 공격을 받고 퇴각하는 북한 경비정. 교전후 북한 경비정이 또 다른 북한 경비정(기습공격을 했던 경비정)을 예인하여 등산곶으로 퇴각하는 장면
ⓒ 합참 제공
10월 4일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5679부대장 한철용 소장은 북한군의 서해도발 징후를 김동신 당시 국방장관이 묵살하였으며, "장관이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이런 지휘부에 충성하느니 차라리 전역하는 게 낫다"라고 폭탄발언을 함으로써 군 내부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하여 ①폭로동기 ②부대임무와 관련한 보고책임 적절성 ③정보보고 내용의 타당성 ④보고라인의 적절성 ⑤결론순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1. 폭로동기

한 소장은 폭로동기를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그의 언행중에 폭로 동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박세환 의원이 "교전사태와 관련하여 기무사가 5679부대에 대한 특별조사를 했는가"라는 질문에 "기무사가 SI(특수정보)기관을 조사한 것은 창설 46년만에 처음"이라며, "내 느낌은 다분히 표적수사였다"고 주장했다.

46년의 전통을 가진 특수 정보기관이 자격에 시비가 있을 수 있는 기무사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것은 앞서 간 선배들에게 면목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부대원들에게도 부대장으로서의 권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기무사에 조사 지시를 내린 김동신 전 장관의 결정은 잘못된 조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서해교전의 패배에 따른 진상규명 차원의 조사는 전투 검열의 성격이 짙으므로 상급부서인 합참의 전투검열 부서에서 실시하여야 함에도 사찰기관이자 보안부대인 동급의 정보수사기관에서 전투검열 차원의 조사를 하였다는 것은 김 전 장관이 군 조직의 원칙과 위계질서를 장관 스스로 무너뜨린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사를 받은 부대에 정보본부와 해군작전 사령부가 포함된 것으로 보아 이는 전투검열의 차원이지 사찰업무나 보안업무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우선 일 시키기에 편하다고 조사기관으로 기무사를 선정한 김 전 장관의 잘못이 크며 자격도 없는 기무사로부터 우격다짐식의 조사를 받은 부대장의 자존심도 손상되었으리라 본다.

또한 "장관이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이런 지휘부에 충성하느니 차라리 전역하는 게 낫다"라는 발언에서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풍긴다. 국군은 국민의 군대이지 장관 개인의 사병(私兵)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국민을 보고 봉사하지 장관의 성숙되지 않은 리더십에 일희일비(一悲一喜)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군대생활 30년 이상 한 사람치고 그보다도 더한 부조리한 상황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진정 군을 위해서라면 마지막날까지 남아 직언과 정의를 주장해야만 한다. 더군다나 그는 이 정부 들어와서 승승장구한 사람이며, 이달말에 만기전역 예정자이므로 전역을 앞두고 이러한 발언을 한 것은 그 이후를 노린 정치적 발언이 아닌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2. 부대 임무와 관련한 보고책임 적절성

이제 언론에까지 5679부대가 통신감청 부대임이 알려졌다. 우리 군의 3대 정보부대인 정보사, 기무사, 5679부대 중 가장 베일에 싸여 있던 부대가 5679부대인데 이 부대의 존재와 활동내용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이미 보도된 대로 5679부대는 통신감청 부대이다. 따라서 이 부대는 통신내용을 수집하고 통신내용 중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여 분석판단부서인 정보본부에 보고하거나 시급을 요하는 중요한 내용일 경우 장관에게 직보하여 왔다.

이 부대는 6월 11일 및 6월 13일 두 차례에 걸친 북한 경비정의 남하사실을 두고 그 의도를 3개항으로 보고하였다. 만일 이 부대가 통신감청 업무중에 북괴 해군이 보복도발을 직접 언급하거나 또는 이를 시사하는 내용을 포착하여 보고서를 제출하였다면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였다고 할 수 있다.

▲ 1999년 6월 15일 오전 우리 해군 고속정이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북한 경비정과 충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경비정과 같은 소형 선박의 남하는 통신감청이나 정찰사진으로 촬영하여 남하하는 사실을 탐지하는 것이 아니라 경비중인 아 해군의 육안관측에 의해 제일 먼저 발견된다. 이와같이 발견된 남하사실은 작전상황실 계통으로 즉각 합참 상황실까지 보고되며 합참의 정보 및 작전 부서에서 합동으로 의도를 판단하여 상응하는 조치를 예하부대에 하달한다.

그런데 보고서 내용을 보면 통신감청으로 첩보를 수집하였다기보다는 남하한 이후 사실을 알고 작성한 보고서로 이는 통신감청 부대의 기본임무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함에도 이 부대가 보고서에 언급한 것은 고유업무 밖의 일로 면피용 또는 자기과시용으로 보고서에 언급함으로써 화를 자초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전방이나 해상에서 관측되는 사항은 정보보고로 보고되기 이전에 상황보고로 신속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그 의도에 대하여는 매일 아침마다 합참의 정보 및 작전부서 모임에서 충분한 토의를 거치므로 오판이 있었다면 정보 및 작전부서 모임에 대하여 책임여부를 따져야지 통신감청 부대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미 거론된 정보본부 및 해군작전 사령부 외에 합참의 작전부서에도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이 원칙이나 작전부서가 책임라인에서 빠진 것은 의아스러운 현상이다.

3. 정보보고 내용의 타당성

북괴경비정 남하와 관련하여 6월 13일자 보고서에서 지적한 가능성으로,

①북괴해군에 대한 전투검열 판정과 관련된 침범
②월드컵 및 국회의원 재.보선과 관련한 한국내 긴장고조 의도
③우리 해군 작전활동 탐지


등을 꼽고 있다.

그렇다면 정보보고 내용은 얼마나 타당하며 장관은 어느 부분까지 믿어야 할 것인가?

①번의 부대의견은 전혀 맞지 않는 판단이다. 전투검열 판정이란 북한군 총참모부에서 연 1회 예하부대에 실시하는 전투태세 검열사업으로, 그 시기는 부대마다 다르며 검열내용은 인사, 정보, 작전, 군수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계획과 실시여부를 검열하고 경우에 따라서 기동과 사격 등 실제 능력을 테스트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전투검열 판정을 위해 검열관이 NLL 이남으로 경비정을 기동시켜 보았다는 판단은 논리를 벗어난 비약이다.

②번의 부대의견 중 월드컵 관련 언급은 참으로 유치한 판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88서울올림픽을 방해할 목적으로 KAL 858기를 폭파하였다. 그 의도는 올림픽 개최를 저지하기보다는 참가국을 줄이고 관광객을 막으려는 것인데, 일상적인 경비정의 남하로 월드컵 개최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관련한 긴장고조 의도 부분도 국내 정세상 어불성설이라 하겠다. 정부의 햇볕정책이 비판을 받고 있는중의 북한의 도발은 오히려 정부의 입장만 약화시킬 뿐 야당의원의 당선에 도움만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 29일 도발을 정부는 우발사건으로 축소시키기에 급급한 바 있다.

③번의 부대의견도 그렇게 정확한 판단이 아니다. 가장 정확한 판단은 북한군의 도발에 대한 우리 해군의 대응수위가 어느 정도까지 될 것인가를 탐색함과 아울러 일상적인 월경으로 판단케하여 도발 당일 경계심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정보보고는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침이므로 간결하고 명확하게 경고해야 한다. 그러함에도 동 보고서에는 우리 해군에 대한 공격의도로의 판단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엉성한 보고로 장관의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정보부대가 극복하여야 할 과제이다.

4. 보고라인의 적절성

▲ 4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철용 5679부대장(소장)이 서해교전 직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정보보고서를 올렸다면서 비밀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 소장은 3개 사항을 블랙북(일일보고)에 포함시켰는데 장관이 ②항과 ③항을 삭제토록 지시하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장관과 정보융합처장 정형진 준장은 정보본부에서 재정리하여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하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5679부대는 통신감청 부대이며, 각종 소스에서 들어오는 첩보를 판단하는 일은 정보본부의 임무이다. 5679부대는 통신상 도발첩보가 입수되지 않으면 보고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입수되었는데도 보고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일 따름이다.

특히 전방과 해상에서 관측된 상황에 대한 판단은 작전분야의 중요한 임무이기도하다. 그리고 대응조치는 정보보고의 유무에 관계없이 접촉하고 있는 부대와 상급부대의 기본임무이다.

군사적 대응은 군령사항이므로 합참에서 건의하면 장관이 결정하는 절차를 밟으므로 합참에서 건의한 사항을 장관이 묵살하였다면 중대한 문책사유이나 아직까지 합참에서 대응에 관한 토의내용이나 토의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보고서에 폭탄선언을 할만큼 그렇게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한 소장이 장관에게 직접보고를 해야지 매일 아침마다 일상적으로 보고하는 블랙북에 부실한 내용으로 쓸쩍 끼워 넣고서는 마치 대단한 일을 하였다는 것처럼 풍기는 것은 올바른 처사라고 할 수 없다. 정책을 다루는 장관이 이와 같은 일상적 업무에 매달리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특히 한 소장은 펜실베니아 대학을 나온 정보전문가로 보도되고 있으나 실무를 몸으로 익혀야 하는 시절에 위탁교육으로 시간을 보냈고, 전공한 분야도 국제정치로 북한문제와는 거리가 멀며 대령 이후부터는 비록 정보부서에 근무한 적은 있으나 보고를 받는 입장에만 있었으므로 연줄을 타고 출세한 것 같은 그의 정보업무 능력을 필자는 별로 높게 평가하고 싶지않다.

5. 결론

금번 국방부 국정감사장에서 발생한 해프닝은 전문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의 자기과시적인 '한탕주의'로 비추어질 뿐이다. 우선 4성 장군 출신인 박세환 의원부터 군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그렇게 모르고 있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김 전 장관은 기무사에 조사지시를 내린 것 외엔 별로 책임질 일은 없는 것 같다. 장관이 군령사항까지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따질 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한 소장도 공부를 좀더 하고 정치적 제스처는 후배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그만두었으면 한다.

1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부대는 해군작전 사령부와 합참의 작전부서이기는하나 햇볕정책과 해상 교전지침으로 장병들의 손발을 묶어놓은 김대중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토방위를 위하여 최후까지 싸우다 장렬하게 산화한 해군장병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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