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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사건 희생자 유가족들 일부가 미국인들은 물론 전세계인들에게 부시 행정부의 대이라크 전쟁 계획을 반대하는 반전운동을 호소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러한 미국 내의 움직임은 탈냉전 이후 침체 분위기에 빠졌던 서구의 반전평화운동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공격 계획을 계기로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움직임과 맞물려, '시민의 힘'으로 이라크 전쟁을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 움직임은 미국과 유럽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중동, 아시아, 남미, 오세아니아 등에서도 잇따라 반전 집회가 열리고 있어, 평화운동이 '세계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8일에는 한국의 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1년째를 맞아 기자회견과 거리 행진, 그리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벌이는 등, 한국의 시민사회에서도 반전평화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이름으로 전쟁을 하지 말라"

미국에서 반전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의 이름으로 전쟁을 하지 말라(Not in Our Name)" 그룹은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 중 일부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반대하는 "평화로운 내일(Peaceful Tomorrows)" 캠페인이 세력화된 것이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을 향해 "우리의 이름으로 끝없는 전쟁을 하지 말라", "우리의 이름으로 소중한 자유를 빼앗지 말라"고 요구하는 한편, 미국 국민들과 전세계인들에게 부시의 '끝없는 전쟁'에 저항할 것을 호소하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유가족을 비롯한 미국 전역의 자원봉사자들로 조직된 "Not in Our Name"는 10월 6일을 '부시의 전쟁에 저항하는 날'로 잡고,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반전 집회를 벌였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약 2만5천명이 모인 것을 비롯해, 미국 28개 도시와 런던, 브뤼셀, 로마 등 일부 유럽의 대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인 반전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전쟁의 중심에 서 있는 미국에서 반전운동이 빠른 속도로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반대 집회는 규모도 작고, 또 미국 시민들로부터 비아냥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총구의 연기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 이라크를 겨냥하자 작년에 반전운동을 반대했던 미국의 시민들까지도 대거 반전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반전운동에는 일부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 그리고 보수적인 교회까지 가세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 내 전쟁 지지 여론의 하향과 함께 내부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쟁 찬성 의원들 압박하는 반전 여론

미국의 반전평화운동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 포스트>가 10월 14일자 신문에서 최근 미국 내 반전운동을 1면에서 자세히 다룬 것에서도 나타난다.

이 신문은 특히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전권을 부시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상하원 결의안 채택에 즈음해, 반전평화운동 진영이 해당 지역구 의원들을 어떻게 압박했는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미 상하원의 결의안 채택을 전후해 미국의 평화운동단체들은 시민들에게 결의안 반대를 요구하는, 지역구 의원에게 전화걸기, 이메일 보내기, 연좌 농성에 동참하기, 거리 집회 참여하기 등을 호소해 미국 평화운동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전체 의원 13명 가운데 10명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게 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이라크 전쟁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하면서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점증하는 시민들의 지원과 참여에 힘입어 평화운동단체들은 이라크 전쟁 결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에게 "표로 심판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이다.

10월 26일, '이라크 전쟁 반대 행동의 날'

미국의 반전운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향후 2주 동안 미국 전역에서 무려 400여 차례의 집회에 예정되어 있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는 베트남 전쟁을 종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반전운동의 규모를 능가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평화운동단체들은 10월 26일을 '이라크 전쟁 반대 행동의 날'로 잡고 대규모 반전 집회를 준비중이다. 미국의 평화운동단체들은 이 날 미국 전역에서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조직하는 한편, 전세계에도 이 날 동시다발적인 집회를 열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듯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전역의 평화운동단체들도 반전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상하원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또 하나의 변수를 만나게 된 셈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이라크 전쟁 '동기'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부시 행정부의 강력한 물적, 인적 지지기반인 군수산업체와 석유 재벌의 이윤을 보장함으로써 중간선거와 2004년 재선의 기반을 닦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부시의 브레이크 없는 전진의 중요한 배경은 9.11 테러이후 미국 시민들의 애국주의와 군사주의 열풍이었다.

그러나 부시의 일방주의와 군사주의가 전세계의 지탄을 받으면서 미국 시민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대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최근에는 현실적인 힘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엔 결의 없는 이라크 전쟁 반대 여론이 최근 과반수에 육박하고 있고, 반전평화운동은 하루가 다르게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전쟁을 막자"는 반전평화단체들의 슬로건처럼, 미국 시민들이 이성의 힘으로 부시의 대이라크 전쟁 계획을 막을 수 있을지 전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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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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