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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을 위한 관망대에서 바라본 우차이츠의 전경.
관광객들을 위한 관망대에서 바라본 우차이츠의 전경. ⓒ 모종혁

원시림 안에 펼쳐진 선경

황롱풍경구의 관광도.
황롱풍경구의 관광도. ⓒ 광동여행출판사
해발 4300m 지점인 슈에바오딩(雪寶頂) 바로 밑에서 아름다운 운해를 구경한 필자와 일행이 탄 관광버스는 다시 황롱(黃龍)을 향해 내달렸다.

내리막길을 단숨에 내려온 버스는 10시가 조금 넘어서 황롱풍경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중국 오지에 자리잡은 관광단지 입구답지 않게 깨끗한 주차장과 잘 정리된 주변 상점들은 관광객의 마음을 기분 좋게 했다. 다른 관광명소처럼 여행객을 귀찮도록 따라다니는 장사치도 보이지 않았다. 필자가 버스에서 바로 내리려 하니, 가이드 지(季)양이 제지하며 일장연설을 했다.

"입구에서 황롱의 정상인 우차이츠(五彩池)까지는 6㎞로 두시간 정도 걸립니다. 이 점을 고려해 구경하신 후 오후 3시까지는 버스로 집결을 해주세요. 그리고 황롱 안에서는 흡연은 절대 금지이고 노약자는 고산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하세요."

황롱 입장료는 3~10월이 80위안, 겨울철은 50위안으로 가격이 다르다. 좀 비싸다 싶었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풍경지구의 첫 번째 관문은 원시림이었다. 사방을 뒤덮은 울창한 숲은 한줄기 햇빛이라도 침투를 거부하는 듯 했다. 갖가지 종류의 아름드리 나무숲을 지나자, 다시 환한 빛줄기와 이름하여 손님을 맞는 연못인 잉빈츠(迎賓池)가 눈앞에 펼쳐졌다.

원시림을 지날 때만 해도 전혀 있을 것 같지 않던 갖가지 빛깔의 연못과 개울,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나무판자로 만든 길 위를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 찍을 자세를 취하려는 필자에게 가이드는 "여기는 위쪽에 비하면 비교도 안된다"며 "먼저 정상까지 올라간 뒤 내려오실 때 사진을 찍거나 풍경들을 자세히 구경하라"고 말했다.

아름다움을 서로 다투는 졍옌차이츠

사람들이 쉽게 오가도록 나무판자로 길을 놓은 잉빈츠.
사람들이 쉽게 오가도록 나무판자로 길을 놓은 잉빈츠. ⓒ 모종혁
가이드는 초반부터 구경에 넋이 빠진 필자를 일깨우며 갈 길을 재촉했다. 그녀의 말대로 여기서 낭비하면 정해진 시간 내에 정상까지 도착하지 못할 듯 싶었다. 빠른 걸음으로 잉빈츠를 둘러보고 페이빠오리우휘(飛瀑流輝) 일대에 이르자, 높이 10m 폭 60m에 이르는 것부터 작은 폭포까지 잇달아 나타났다. 문득 입구에서 본 황롱 소개가 떠올랐다. 설산과 협곡, 원시림, 다양한 빛깔의 연못을 황롱의 '사절'(四絶)이라 꼽았는데, 여기에 폭포까지 더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싶었다.

갖가지 형태의 폭포를 둘러보며 걸음을 옮기니, 황금빛을 띤 진샤푸띠(金沙輔地)가 만면에 들어왔다. 위아래 400m에 이르는 개울 밑은 어찌 보면 고운 모래가 쌓인 것 같았다. 허나 수만 년의 시공동안 충적된 모래는 이미 단단한 돌로 굳어버렸다. 길로 놓인 다리를 올라가며 금사보지 위를 직접 밟고 싶은 충동이 났지만, 이내 마음을 억눌렀다.

멀리 황롱에서 가장 너비가 큰 폭포인 페이빠오리우휘.
멀리 황롱에서 가장 너비가 큰 폭포인 페이빠오리우휘. ⓒ 모종혁
금빛 개울밭을 지나 졍옌차이츠(爭艶彩池)에 닿으니, 신이 만든 걸작품과 같은 다양한 분수 모양의 연못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 그대로 연못들이 아름다움을 겨루는 듯하여, 필자의 입에서는 '어찌 저렇게 절묘하게 만들어졌을까' 감탄이 연신 터져나왔다.

잉빈츠에서 잠깐 보긴 했지만, 가이드의 얘기대로 졍옌차이츠에 비하면 상대가 되질 못했다. 남색 하늘색 금색 회색 백색 등 여러 색조를 띠며 빛나는 갖가지 형태의 연못들. 주변 원시림과 대비되면서 그 빛을 더하고 있었다.

1km 가량 펼쳐진 졍옌차이츠의 절경을 뚫고 오르니, 그 다음부터는 좁게 이어진 산길이었다. 여행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듯 다니기 편하게 만든 길을 간혹 보이는 작은 사당과 이동식 화장실만이 보일 뿐이었다.

장사꾼들이 진을 친 황롱사

모래가 오랜 시간을 거쳐 충적되어 단단한 돌로 굳어버린 진샤푸띠.
모래가 오랜 시간을 거쳐 충적되어 단단한 돌로 굳어버린 진샤푸띠. ⓒ 모종혁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산길을 오르다보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추위에 떨고 방금 전까지는 서늘한 고산 공기에 가을옷을 제대로 준비 못한 것이 후회되었지만, 이 때만은 반바지와 티셔츠가 고마웠다.

그렇게 20여분을 올라갔을까. 크지 않은 절이 나타났다. 황롱 경내도에 있는 황롱사인가 싶어 표지판을 보니, 중사(中寺)라는 절이었다. 입장권 뒤에 지도를 살펴보니, 입구에서 4분의 3 되는 지점으로 정상의 우차이츠는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제 거의 다 왔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걸음을 재촉했다. 이어 나타난 검푸른 빛깔의 개울가를 낀 잉유에차이츠(映月彩池)를 지나 10분쯤 올라가니, 제법 큰 사원이 하나 눈이 들어왔다. 우차이츠 바로 아래에 있는 '황롱사'가 웅자를 드러낸 것이었다.

황롱사는 명대에 세워진 절로 달리 '설산사'라고도 부른다. 본래 5개의 전각과 18나한조상이 있던 사원이었지만, 지금은 대웅전격인 관음전만이 세월의 풍파를 꿋꿋이 견디어 내고 있었다.

필자가 라마사원인가 싶어 관음전 안에 들어가 보니, 마땅히 있어야 할 승려들은 보이질 않고, 음료와 과자를 파는 상인만이 눈에 띄어 실망을 금치 못했다. '있어야 할 주인들은 어디로 쫓겨나고 장사꾼들이 절을 차지하고 있나' 황당한 마음에 더 둘러보기가 싫어 절간을 나와, 바로 뒤에 자리잡은 우차이츠로 발걸음을 내달렸다. 황롱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으며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는 우차이츠는 마침 내리쬐는 강한 햇살을 받으면서 필자를 맞이했다.

물의 빛깔이 각기 다른 졍옌차이츠.
물의 빛깔이 각기 다른 졍옌차이츠. ⓒ 모종혁

황롱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

연못 형태가 졍옌차이츠와 비슷하면서도 커다란 원형처럼 집중이 된 우차이츠는 해발 3552m에 자리잡고 있다. 필자가 우차이츠에 도착한 것은 입구를 출발한지 2시간이 조금 안된 시각이었다. 하지만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일행들은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를 비추어 볼 때 노약자들은 여행사가 배정한 4시간 정도로는 우차이츠까지 올라와 제대로 구경하기가 어림도 없어 보였다.

필자는 황롱의 자연경관이 이처럼 멋진 데도 쓰촨 사람들 스스로도 이 지역을 제대로 구경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2000년 필자의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사투어를 이용해 황롱을 다시 찾았던 필자는 우차이츠까지 오르는 중 중도포기하는 사람들을 적잖게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어머니는 정상까지 무사히 오르셨지만, 의료시설이 없는 고산 등산은 노약자에겐 매우 위험하다)

우차이츠 바로 위에서 아래 방향을 내려다 본 광경. 여기가 해발 3,552m 지점이다.
우차이츠 바로 위에서 아래 방향을 내려다 본 광경. 여기가 해발 3,552m 지점이다. ⓒ 모종혁

무지개를 수놓은 것과 같은 우차이츠를 가로질러서, 관광객들을 위한 관망대에 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래에 펼쳐진 전경을 내려보았다. 층층 겹겹을 이루며 다른 형태를 갖춘 연못들은 색깔마저 각양각색이었다. '하늘 아래 이 곳과 같은 곳도 있군. 이렇듯 아름다운 황롱이기에 유네스코가 여기를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로 지정을 했구나' 한편으로는 감탄사가 쉴새없이 터져나오고 다른 한 편으론 카메라를 꺼내들어 사진을 찍어대기 바빴다.

관망대에서 내려와서도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기 10여분쯤 되었을까. 같이 타고 온 관광버스의 일행들이 올라왔다. 이미 정상을 밟은 필자를 본 그들이 던지는 말.

"아니 언제 여기에 왔어요? 우리들은 당신이 중간에서 그냥 되돌아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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