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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의 단결과 연대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22일 저녁 한양대에서 열렸다
학생운동의 단결과 연대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22일 저녁 한양대에서 열렸다 ⓒ 석희열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교육학생연대 김수정 집행위원장은 여는말을 통해 "그 동안 많은 학생운동가들과 학생대중들이 학생운동의 단결과 연대를 갈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교육학생연대가 이러한 학생대중들의 요구와 흐름에 발 맞추어 전체 학생운동의 단결과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고 그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연대회의 의장 구정모 서울대총학생회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모든 학생운동 진영은 80년대의 찬란한 전사(前史)를 그리며 숱한 실험과 구조의 변화를 모색해왔지만 오늘까지 10년간 회자되던 위기의 학생운동이라는 표현은 여전히 학생운동 진영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수년간 학생운동은 민중의 총체적 삶의 파탄을 야기하는 핵심고리를 제대로 타격하여 계급간 힘의 관계에 전복의 가능성을 열어내는 투쟁다운 투쟁은 조직하지 못한 채 이슈파이팅 수준에만 근근히 머물러왔다"고 그간의 운동의 성과를 평가했다.

그는 "그 동안 운동세력의 살아남기를 위한 고립적이고 자기완결적인 운동구조의 운동형태가 소규모로 난립하고 있는 현재의 캠퍼스 대중운동 모습에 대한 전면적인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하고 "포스트 한총련 시대 좌파 학생운동의 자기 완결적인 분화가 각각의 현실적 차이를 이유로 분별정립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결정적 승리를 향한 학생운동의 전면적 재편을 주장했다.

구정모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이날 가칭 전국민주주의학생전선의 건설을 제안했다
구정모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이날 가칭 전국민주주의학생전선의 건설을 제안했다 ⓒ 석희열
그는 학생운동의 전면적 재편을 위해 "각 단위들 스스로 구성해왔던 기존의 질서를 적극적으로 해체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바로 이 순간부터 연대회의를 포함한 현존하는 모든 질서를 실천적으로 해체할 것과 그리고 그 위에 학생운동의 새 역사를 함께 써나갈 것을 모든 동지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면서 "대중들의 물음에 제대로 답하고 그들로부터 완전히 승인받을 수 있는 학생운동단체의 건설이 절실하다"며 전국민주주의학생전선 건설을 제안했다.

전국민주주의학생전선의 건설방향에 대해 그는 "전선형성에 복무하고자 하는 모든 청년학생과 함께 한 걸음을 내딛어 갈 조직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는 파탄난 한국사회와 파편화된 대학사회에 과학적 인식의 복원과 이를 통한 집단적 문제해결 능력을 복원하기 위한 실천적 경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새로운 운동조직 건설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어 새롭게 건설될 학생운동단체의 강령에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전면적으로 반대 △WTO를 선두로 하는 세계화를 반대하고 전세계 민중들과 연대 △신자유주의가 배태하는 불안정 노동 및 차별에 맞서는 사회적 연대 실현 △군사적 침략을 자행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에 대한 명확한 반대 △각급 대중운동단위의 활동 보장 등의 실천적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97년 정치적 보편성의 표상으로서 한총련의 역사적 해소 이후 학생운동 제세력들에게 운동의 위기를 규정지어왔던 신자유주의적 재편과 이에 강제되었던 대중 주체화 양식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의 문제가 주변시되면서 학생운동의 위기가 심화되었다"면서 "대중간의 소통과 교통을 위해 운동주체와 대중이 융합할 표상의 구축이 무엇보다 선차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폭발적이고 집중적인 운동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단일한 상징의 구축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전학협 대선위원장 명효영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87년 전대협 건설로 막을 연 학생회 협의체시대는 전대협-한총련으로 이어지는 10년 역사 동안 세계에서 가장 전투적이고 헌신적인 학생운동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하고 "이 시기 한국 변혁운동의 중심에는 늘 학생운동이 있었으며 '학생운동=전대협-한총련'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 시기는 또한 학생운동의 다양한 사상적 분화와 발전이 전대협-한총련의 권위 아래 가로막혔던 시기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명효영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2002년 학생운동이 지향해야 할 점은 대중운동의 토양을 일궈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효영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2002년 학생운동이 지향해야 할 점은 대중운동의 토양을 일궈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석희열
그는 또 "90년대 학생운동은 80년대 선배들의 전설적인 이야기에 발목이 매여 있었으며 80년대의 폭발적인 힘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은 개인화하고 파편화한 대학인 자신 때문이었다"고 90년대 학생운동을 평가한 뒤 "2000년대 학생운동은 대학인을 직접 만나가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면서 "2002년 학생운동이 지향해야 할 점은 단결과 연대의 방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대중운동의 토양을 대학인 스스로가 일궈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학생운동의 방향에 대해 "현시기 학생운동은 연대운동의 중심으로서의 역할이 축소되었음을 인지하고 이에 기반하여 새로운 학생운동의 역할을 구축해나가야 한다"면서 "전학협이 지난 1년 동안 매진했던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 투쟁'이 학생운동의 왕성한 활동력과 학생사회로부터 시작된 지지여론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시민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가장 중요한 인권문제의 하나로 대두되었다"며 "이것이 바로 2000년대 학생운동이 해야 할 활동의 한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학생운동은 99년 전학협의 건설로 본격적인 복수 연대체시대를 열었으며, 이는 학생운동의 사상적 분화를 명확히 하고 각각 투쟁의 영역을 넓혀 나가 그 동안 한총련의 권위에 짓눌려 있던 좌파 학생운동의 전면적인 발전이라는 긍정적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전학협은 건설 당시부터 자기 해소를 목표로 하는 조직으로서 학생운동의 단일 연대체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결의해왔다"며 단결과 연대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혁신을 통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건설을 제안했다.

특히 한대련의 건설방향에 대해 그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대중운동, 새로운 학생사회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전학협이 구상하고 있는 한대련은 250만 대학인의 자발적인 개인 연합조직이며 직접투표를 통한 의장 선출 등 새로운 학생운동의 원리를 스스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혀 새로운 단위의 연합체 건설은 학생회장을 회원으로 하던 기존 체계에서 모든 자치단위의 장으로 그 범위의 확대를 전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또 "한대련이든 또 다른 어떤 전망이든 학생운동이 단결하기 위해서는 학생회 연대운동에서의 현재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좌우를 막론하는 단결과 연대의 미래와 대학생 개개인의 연대체인 대학생 연합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자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분명히 밝히는 가운데 좌파 학생운동의 결집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학생운동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단일조직의 건설을 제안하고 있는 윤경회 한총련 의장 권한대행
현재의 학생운동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단일조직의 건설을 제안하고 있는 윤경회 한총련 의장 권한대행 ⓒ 석희열
한총련 의장 권한대행 윤경회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시기 우리 청년학생은 단결하여 투쟁해왔고 투쟁 속에서 승리해온 영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사안별로 단결하고 부분적으로 단결하였던 과거의 모습으로는 지금의 투쟁에서 결코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면서 "6·15시대에 청년학생에게 요구되는 단결 아래 한 목소리로 외칠 때 승리는 확정적"이라며 통크고 대담한 단결투쟁을 강조했다.

그는 "한총련은 지금의 시기를 6·15시대로 규정한다"면서 "6·15 공동선언을 기준으로 이를 이행하려는 세력과 파탄내려는 세력간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6·15는 통일강령일 뿐 아니라 동시에 미국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반미자주화투쟁의 강령이기도 하다"며 "6·15 공동선언의 이행속도를 높이고 민노당이 전민중의 뜻을 받아 안을 수 있도록 학생운동을 강화하고 청년학생의 단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학생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한총련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되어 그 활동의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있어서는 합법적인 단체로 인식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단순히 합법의 개념을 정권이 말하는 법률적 합법성을 기준으로 하는 수동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라며 "대중들이 지지하고 엄호해주는 합법성, 즉 대중에 의해 수용되고 그들의 힘으로 지켜낼 수 있는 사회적 합법성에 대한 이해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체 학생운동의 단일조직을 건설하는 것은 시대의 절박한 요구"라고 전제하고 "높아지는 민중과 민족의 요구 앞에 역사는 자주통일의 결정적 국면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고 이 역사를 개척하고 나아갈 학생운동의 임무 또한 막중하다"면서 "현재의 학생운동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단일조직을 건설하여 학생운동 진영의 통일단결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국민주대학생연합(민학련) 건설을 제안했다.

민학련 건설의 대략적인 추진방향에 대해 그는 "민학련 건설사업은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투쟁과 결부시켜 진행하여야 하며 모든 학생운동 주체들이 중심이 되어 주동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정파와 정견의 차이를 넘어 조국과 민족의 요구에 부응하는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단결하면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다"며 "대의체계는 현 한총련의 형식을 유지하되 상근 부의장제도를 두어야 한다"고 밝혀 한총련 강화를 통한 새로운 연대체 구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민학련의 강령과 전문 구성에 대해 "자주, 민주, 통일, 학원자주화, 민중연대를 기본강령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강령에는 민족의 자존을 지키고 사회의 자주성을 지켜내며 사회의 민주발전과 제반 개혁을 실현할 것, 6·15 를 실천하여 가까운 시일에 통일을 이룩한다는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4·19, 5·18, 6·10항쟁 등 한국 학생운동의 투쟁정신을 계승 강화한다는 의미를 전문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재성 고려대 사회당 학생위원장은 "학생운동의 실천적 단결과 연대를 위해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원칙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재성 고려대 사회당 학생위원장은 "학생운동의 실천적 단결과 연대를 위해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원칙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석희열
임재성 고려대 사회당 학생위원장은 "노학연대 중심의 학생운동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적인 민중운동"이라면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노학연대를 비판하고 "학생운동의 실천적 단결과 연대를 위해 어떤 강령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모이느냐가 중요하다"며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원칙의 공유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21세기 학생운동은 자본주의 반대에 철저한 진보정당과 결합함으로써 기회주의적이고 개량주의적 학생운동과 절연하고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지지하는 학생들을 대거 조직해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단결과 연대의 길은 끊임없는 실천과 교류의 길이며 그 길에 성급함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며 필요한 시기마다 원칙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투쟁하고 연대해나가기 위한 공동정책 생산을 위한 월례 포럼을 제안했다.

정태흥 위원장은 새로운 연대기구의 대표 선출을 위해 최소 10만명 규모의 선거인단을 구성할 것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정태흥 위원장은 새로운 연대기구의 대표 선출을 위해 최소 10만명 규모의 선거인단을 구성할 것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 석희열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준) 정태흥 위원장은 "학생운동은 시대변화와 대중변화를 온전히 추동해낼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소멸되어야 하는 것이 역사적 당위성"이라며 "현재의 학생운동은 학우들의 삶 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 학우들이 요구하는 방향대로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비약적 연대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학생운동은 민족과 계급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새로운 연대기구는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민주주의에 기초해서 이뤄지게 해야 한다"면서 "특히 새로운 연대기구의 대표는 최소 10만명 규모의 선거인단으로 선출해야 하며 대의제도가 아닌 직접 민주주의에 의한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대중들로부터 끊임없이 검증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행동연대 최종성(한양대 교육학과 2)씨는 "학생운동의 단결과 연대의 원리는 차이와 연대의 정치"라면서 "학생행동연대는 당장에 어떠한 조직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의 과제라고 생각지 않으며 오히려 이러한 성급한 논의는 소모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조직건설은 서로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운영상에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모색한 이후라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연내 조직건설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보였다.

학생행동연대 최종성(한양대 교육학과 2)씨는 "학생운동의 단결과 연대의 원리는 차이와 연대의 정치"라고 강조했다
학생행동연대 최종성(한양대 교육학과 2)씨는 "학생운동의 단결과 연대의 원리는 차이와 연대의 정치"라고 강조했다 ⓒ 석희열
그는 또 "새로 건설될 조직체를 운영해가는 원리에 있어서도 또 다시 몇 몇 학생회장이나 대표자를 중심으로 판단과 결정이 이루어지는 민주 집중제의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며 "각 단위에서부터 각 개인에서부터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수결이 아닌 민주적인 방식으로 모아진 방향이어야 대동단결은 더욱 강고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각 단위단체의 대표들은 학생운동의 단일 연대체 건설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건설 방법과 형태 및 시기 등에서 각 단위들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여 그 동안 학생대중들의 단일 연대체 건설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와 흐름에도 불구하고 제 학생운동세력들간의 구체적 논의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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