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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도를 폐지한다면, 현행 호적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22일 그 대안 중 하나로 1인1적 제도, 즉 개인별신분등록제도가 제안됐다. 이는 호주를 중심으로 한 불평등한 기존 호적제의 문제 뿐 아니라 '정상적 가족'을 전제로 한 가족별 신분등록제의 한계까지 뛰어넘는 것으로 눈길을 끈다.
▲ 토론회 모습
ⓒ 인권하루소식


<호주제와 현행 호적제도의 문제점>

호주제도는 남성에게 호주가 되는 우선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가족의 다른 구성원을 호주에게 종속시켜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또한 현행 호적제는 호주를 중심으로 일가를 이루는 사람들의 신분상황을 표시하는데, 결혼하면 부인은 남편 일가의 호적에, 자녀는 아버지 일가의 호적에 기재돼 노골적으로 성적불평등을 드러내고 있다. 이밖에도 현행 호적제는 부모가 이혼하거나 재혼한 자녀, 미혼모의 자녀, 혼인 외의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 등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이혼한 여성이 자녀의 친권자라 하더라도 자녀는 부가의 호적에 기재되고, 재혼을 한다해도 전 남편 자녀의 호적을 재혼한 남편의 호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또 미혼모의 자녀 등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해 아버지가 알게 되면, 반드시 아버지의 호적에 올려야 하고 남편은 혼인 외 자녀를 호적에 올릴 때 부인의 동의가 필요없는 반면 부인은 남편의 혈족이 아닌 혼인 외 자녀를 호적에 올리려면 남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 이주영
22일 평등사랑변호사모임 등의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1세기 가족의 전망과 호적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조대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호적제의 목적은 국민의 신분기록을 장부에 공시하는 것인데, 호주와 가족 간의 관계를 나타낼 필요가 없다면 가족단위보다는 개인별로 편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인별 신분등록제도를 제안했다.

조 부장판사가 제안한 내용에 따르면, 신분등록표에는 본인의 성명·출생년월일·성별과 더불어 출생·사망·입양·친자관계 변동·혼인·개명 등의 신분변동사유를 기록한다.

조 부장판사는 개인별 신분등록제의 장점으로 "자녀의 신분기록을 부모 중 누구의 호적에 올릴 것인가에 관한 문제가 생기지 않아 이에 따른 남녀불평등 문제가 없고, 적이나 신분기록을 옮겨야 하는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인별 신분등록표에는 배우자나 부모, 자녀에 관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외에 자세한 신분변동사항은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본인과 가족들의 기록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가족별 호적제도에 비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더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의 하나로 꼽았다.

반면, 이날 토론회에서 이정희 변호사는 부부와 미혼자녀를 하나의 단위로 하는 기본가족별 편제방식, 일명 가족부를 현행 호적제의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 제도에 따르면 호주를 없애고 가족구성원에게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되 행정사무처리와 검색의 편의를 위해 부부의 협의에 따라 '기준인'을 둔다.

이 변호사는 "호주제를 없애면 가족 자체가 붕괴된다는 것이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라며 "이 점을 감안할 때 1인1적 제도보다는 가족별 편제가 현실적"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이효재 여성단체연합 고문은 "가족부는 혼인관계에 따른 가족 구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미혼모 가족, 독신자 가족, 동성애자 가족, 비혈연적 공동체 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차별할 수 있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고은광순씨나 민주노동당 최현숙 여성위원장 역시 이 문제와 더불어 "가족부 제도 상 기준인을 정할 때 협의에 따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차별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조 부장판사도 "가족부 방식을 채택하면 △부모가 이혼한 경우 △혼인 관계 외에서 출생한 경우 △재혼한 경우 자녀를 어느 호적에 올릴지에 대해 여전히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이효재 고문은 일단 개인별 신분등록제도에 찬성 의견을 밝히면서 한걸음 더 나아가 "법적 혼인을 하지 않고 동거하거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경우도 있는데 굳이 혼인관계 등을 기재할 필요가 있냐"라며 신분등록표에 들어가는 정보의 양을 줄이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2002년 10월 24일자(제2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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