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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지루하게 끌어왔던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 24일 사실상 타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과 칠레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자국 내 대부분의 공산품, 농산물 등을 무관세로 수출입하게 된다.

이번 협상 타결로 "중남미 지역에 대한 수출 교두보를 열었다"며 '축포'를 터뜨리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FTA 협정에 대한 반대의견을 쏟았던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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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농민 자존심 뭉개고 우롱 우리 농민은 다 뒈져도 괜찮다는겨?"


쌀 수입 개방 이후 한중 마늘협상까지 정부의 농업 관련 외교협상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농민들로서는 반대 목소리를 낮출 수도 없는 입장이다. 정부가 세이프가드 등을 들어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농민들의 가슴은 모두 타 버린 채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전농 경북도연맹 손병국 의장
전농 경북도연맹 손병국 의장 ⓒ 경북도연맹
경북 영천시 인고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손병국(50.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의장)씨 역시 한·칠레간 FTA협상 타결을 전해 들었지만 쉽게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손 의장은 "쌀, 사과, 배 등이 제외됐다고는 하지만 결국 농가는 연쇄도산 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면서 "외통부(외교통상부)가 이런 중대한 문제를 협상할 때면 농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논의도 없이 밀실회담으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또 "다음달 13일 30만 농민들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농민들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ADTOP3@
다음은 전농 경북도연맹 손병국 의장과의 인터뷰 요지

- 3년간 논란을 겪었던 한·칠레간 FTA협상이 끝을 보게 됐다. 심정이 어떤가.
"정부가 FTA 타결에만 비중을 둬 악수를 두고 있는 것 같아 이성을 잃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 농민단체는 지속적으로 반대의견을 보여 왔다.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보는가.
"경북지역의 경우만 보더라도 농가 피해가 크다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 농업이란 게 특수성을 지닌다. 재배면적, 수확물 등이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 사과, 배 등이 제외된다 하더라도 복숭아, 자두, 포도를 수입 자유화되면 농가는 재배를 기피하게 되고 결국은 사과나 배로 몰리게 된다. 결국 연쇄 도산하게 되는 꼴이 벌어진다."

- 협상 타결을 두고 '공산품 수출의 호기로 보며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한·칠레 FTA 이야기가 나온 이후 학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익이 없다는 견해들이 나왔다. 또 김대중 정부가 굳이 정권 말기에 들어서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되는 FTA 체결을 굳이 이것을 추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 협상 타결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일부에선 한국이 유일하게 FTA 협정이 없었던 국가라는 점을 부각시켜왔다. 지금 세계화/개방화를 기치로 한 신자유주의가 몰아치고 있다. 이런 거센 흐름에 전적으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지만 외통부가 이런 중대한 문제를 협상할 때면 당사자인 농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논의도 없이 밀실회담으로 일관했다. 결국 뒤통수를 치고 만다."

"외통부, 당사자 이해도 없이 밀실회담 일관"

가장 무서운 것은 칠레 내에 있는 수많은 다국적 기업에 국내 산업이 잠식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남미 쪽은 무역 경기가 그다지 좋지 못하기 때문에 칠레가 남미의 창구 노릇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결국 칠레에서 나지 않는 농산물도 수입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FTA 체결이 관례가 되고 만약 불평등한 조항이 있다면 중국·미국 등 다른 국가와의 협정 체결 시에도 형평성을 제기하고 나온다면 속수무책일 것이다. 그만큼 이번 협상은 신중하게 진행됐어야 했다.

- 정부에서는 쌀, 사과, 배 등이 제외됐다고 말하고, 세이프가드 등 대책을 세운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웃기는 말이다. 줄 건 다 주고 작은 것 몇 개 살려냈다고 칭찬해달라는 말인가. 과거 한중 마늘협상에서도, 한일 어업협정 체결할 때도 외통부 관계자들의 실책은 다 드러나지 않았나."

- 최근 한중 마늘협상에 이면협약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번 협상 내용에 대해서도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는가.
"이번 한·칠레간 FTA 타결 내용을 고스란히 믿을 수 없다. 한중간 마늘협상도 그렇고, 과거 쌀 협상 때는 2004년에 재협상을 한다고 해놓고도 결국 자세히 들여다보니 문제되는 부분이 많지 않았나. 이번 타결 내용도 무슨 이면이 있는지 모르는 것 아닌가."

- 앞으로 준비되고 있는 농민들의 대응은.
"지금까지 농민들은 사안이 터질 때마다 여러 형태로 집회를 개최했다. 농민집회가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부채탕감 투쟁 때 고속도로에 올라가 그나마 여론화되긴 했지만…힘을 모아 투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할 것이다. 다음달 13일이면 전국 300만(정부 추산) 농민 중 30만명을 모아 농민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줄 것이다. 갑오농민전쟁 이후 최대 인원과 전술을 보일 것이다. 일반 농민들의 반응도 높은지 지역의 시군 농민회 회장님들도 인원 동원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농업포기 농업말살 재촉하는 김대중정권 퇴진하라!
전농 경북도연맹 성명서

-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체결 철회를 요구하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체결로 농민의 심정을 또 한번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김대중정부는 우리나라 농촌현실을 제대로 알고 나 있는지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다. 국민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농업을 표명한 정부가 이 지경이니 더 더욱 분노를 참을 길 없다.

날로 심각해지는 농가경제에 농민들은 이제 그 끝에 놓여있다.
농가부채는 늘어만가고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도 농촌과 농민은 죽을 지경인데 김대중정권은 농업회생이 아니라 농업 말살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천불이 난다.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 후보까지 준비되지 못한 협상이라며 차기정권에 미룰 것을 요구했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체결이 우려는 곳곳에서 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우리 농민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있기 전부터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농업을 희생시킬 수 없다며 계속해서 반대 주장을 호소해왔다. 더구나 올 초부터는 심각해질대로 심각해진 농업, 농민문제를 참다못해 11월 13일 30만 전국농민대회를 준비해 나섰다. 이제 국민들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11월 13일 30만 농민 서울 집결을 알고 있는데 김대중정권은 이같은 농민들의 분노를 못본 채 했단 말인가?

국민을 속이고 농민을 우롱한 대목에서는 답답해지고 참을 수 없는 허탈감마저 느낀다.
사과와 배는 협정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큰 피해가 없으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 지난 2000년 미국산 오렌지 한 품목의 수입으로 과채류 전반이 가격폭락의 경험을 잊었는가?
협상을 한 외교통상부는 농업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는 책상머리앞에 공무원이다.
계절관세 떠들지만 값이 쌀대 저장했다가 국내 포도 출하기 때 내다 파는 것이 지금까지 정부의 작태였다. 또한 소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은 관세할당방식(TRQ, 저율관세)으로 도입한다고 하니 가뜩이나 기반이 허물어져가는 축산농가의 몰락을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칠레와 이 같은 협정을 맺었으니 우리 농산물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미국을 위시한 농산물 수출국의 개방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농민들이 이기주의를 부린다고 말하는 무지랭이들이 있을 지 모른다. 칠레측은 자국의 금융개방을 막아냈고 일본은 자국의 농업부문의 피해를 막아내고자 도시국가인 싱가폴과 협정을 맺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칠레가 우리 공산품을 얼마나 사들일 수 있는 시장조사나 제대로 했는지 자못 궁금하다.

결국 우리 농업은 정권에 의해 그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선진국을 외치며 세계화를 부르짓으며 국제적 고립을 피한다는 것이 농업을 말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김대중정권과 개방론자들이 동경하는 선진국은 식량자급율이 180%, 200%에 달하는데 우리는 김대중정권과 개방론자들의 추태로 식량노예국가로 전락되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대주의와 노예근성이 골수에까지 들어찬 김대중정권 퇴진투쟁을 강력히 전개할 것이다. 또한 최소한의 우리 농업을 지켜내기 위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국회 비준 거부투쟁을 선언한다. 만약 국회의원들 마저 김대중정권 매국적, 반농업적 작태를 흉내내고 농민들의 의지와 분노를 외면한다면 천추의 한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2002년 10월 24일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 손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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