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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덕사 대웅전 전경
ⓒ 최승희
그렇다! 아주 적절하거나 좋은 시기를 택해 날을 잡거나 방문했을 때, 혹은 누가 찾아 왔을 때 우리는 "'때마침' 잘 되었다"라는 표현을 자주 그리고 흔쾌히 사용한다.

2002년 가을. 어느 해보다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는 어느 날. 나는 충남 예산에 위치한 너무나도 유명한 고려불사의 총림 수덕사를 찾았다. 그리고 수덕사는 나에게 그 '때마침'이란 단어의 유효적절함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하는 작은 깨달음을 주었다.

▲ 대웅전을 찾은 관광객들
ⓒ 최승희

▲ 불법에 귀의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수덕사 사대천왕
ⓒ 최승희
그 깨달음이란, 다름 아닌 수덕사만이 전해줄 수 있는 그 어떤 신선한 경험을 한껏 느꼈기 때문이다. 더불어 수덕사는 때마침이란 단어가 사계절 언제라도 어울리는 그런 풍광과 위풍을 당당하게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붉게 물이 오른 단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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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해 있는 사찰로 백제때부터 내려온 유서깊은 명승사찰 중 하나이다. 충남 예산에서 자동차로 대략 20여분 정도 달리니 쉽게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귀동냥 삼아 듣기로 충청도 예산, 서산, 홍성, 태안일대와 당진과 아산부근 일대는 중부지방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넓은 완평지대를 이루고 있는데 이 일대를 예로부터 사람들은 내포(內浦)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실린 글을 빌으면 이곳은 옛부터 땅이 비옥하여 의로운 선비가 많았고 임진왜란, 병자호란의 피해도 피해갈 만큼 시세가 특이했다고 전한다.

▲ 수덕사 왼쪽 편 전경
ⓒ 최승희

▲ 수덕사 대웅전뜰 한가운데 위치한 용고
ⓒ 최승희
그러한 내포 땅에 유명한 산이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가야산이고 이 가야산 남쪽 덕숭산에 위치한 고찰이 있으니 그 사찰이 바로 700년 묵은 수덕사인 것이다. 그러니 수덕사는 내포의 평화로움과 성품을 올곧이 이어받아 자리한 사찰로 700년의 역사적 전통을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려 때 지은 대웅전은 주심포 맞배지붕으로 그 세련미가 가히 현 시대의 그것을 능가하고 마름모꼴 사방 연속무늬의 창살은 세월의 품위를 아직도 고스란히 전해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밖에 수덕사의 역사를 말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르고 벅차니 그냥 이쯤에서 접기로 하고...(내가 무슨 역사학자도 아닌고로 ^^;)

▲ 대웅전
ⓒ 최승희

▲ 연속무늬 창살
ⓒ 최승희
나는 안타깝게도, 태어나 수덕사를 이 날 처음으로 찾았는데 사실 그 첫 기분이라는게 서두에 말했듯이 때마침이란 하나의 단어로 귀결됨을 운명적으로 느꼈다.

산 능선 위로 가지런히 뻗어 올라간 명당자리(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자리를 잡았다는)에 위치한 고사찰은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주문의 시작부터 대웅전을 지나 암자정상까지 그 구체적인 틀이 꼭 백두대간을 축소해 놓은 듯 보였기 때문에 이처럼 편안할 수가 없었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실상은 가을 단풍철이라 사람들이 많아 절 주변이 온통 시골 장날같은 분위기였지만 그러한 벅적거림에도 불구하고 수덕사가 주는 고풍스러움과 절제미는 다시 한번 그 곳을 찾고 싶을 정도로 내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다만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만들어 놓은 사대천왕의 현대식 단청문은 오랜 전통의 목조식 대웅전과 어울리지 않는 약간은 답답한 인상을 주었고 고사찰의 허름하면서도 위풍당당함한 인상을 새로 칠한 어색함마저 느끼게 해주어 씁쓸하기는 했다

▲ 수덕사 사대천왕
ⓒ 최승희

▲ 목조형식의 고풍스러움을 보고...
ⓒ 최승희
이제 수덕사는 더 이상 불심이 깊은 사람들이 찾는 깊은 산속 사찰이 아니다. 입장료 거금 이천원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명승지로 바뀐 이상 사람들에게 뭔가 편리한 부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도 있겠지만 그저 옛날 그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기어올라가게 보존해 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황토길은 아쉽게도 콘크리트 바닥과 계단으로 바뀌었지만 대웅전과 3층 석탑 등의 잔잔한 세월을 돌아보는 재미와 산능성이로 자리잡은 단풍을 바라보며 길을 걷는 재미는 가족끼리 함께 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마들에게 미리 수덕사의 역사와 재미를 일러주고 찾아온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 공양을 드리는 불자
ⓒ 최승희

▲ 일주문 벽화
ⓒ 최승희
돌아오는 길에 누가 뒤에서 나를 자꾸 붙잡았는데 난 내려오는 길 내내 좀전의 그 이끌림이 아마도 때마침이란 깨달음을 알고 극락으로 떠난 수덕사 만공선사가 아닐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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