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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동권연대는 3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저상버스타기' 행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산역 리프트 추락참사 관련 국가인권위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장애인이동권연대는 3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저상버스타기' 행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산역 리프트 추락참사 관련 국가인권위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아래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 박경석 외)는 3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교통수단 및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 입법투쟁 선포식과 함께 지난 5월 발산역 리프트 추락참사와 관련 서울시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지난 5월 발산역에서 발생한 장애인용 리프트 추락참사 직후부터 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공개사과와 유가족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39일간 단식농성을 하는 등 투쟁을 진행해왔다고 밝히고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사고 당사자에게만 모두 전가하고 있는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발산역 장애인용 리프트 추락참사와 관련 서울특별시장 및 도시철도공사 사장에 대하여 리프트의 설치·운영 및 관리·감독에 대한 소홀 책임을 물어 진정인인 이동권연대와 피진정인측에 합의권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도시철도공사 사장에 대하여 △추락방지용 보호장치를 설치하고 장애인의 특성을 배려한 안전대책을 강구할 것 △장애인이 안전하게 리프트를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역무원들을 재교육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 △피해자 유족에 대한 적절히 배상할 것 등을 권고했다. 또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전 역사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설치와 휠체어 콜택시 도입, 저상버스 운행 등을 권고했다.

"보수정당 후보의 장애인 정책은 허구적"

장애인이동권연대를위한연대회의(이하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지난 30일 오후 1시에 있었던 저상버스(non-step bus) 시승식에 대선 후보들의 참여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시승식에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와 김영규 사회당 후보만 참석했다. 이번 대선에서 3강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이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권영길 후보는 "그동안 보수정당 후보들은 장애인단체 행사나 토론회에 참석해 장애인의 권리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줄곧 해 왔다. 하지만 이들의 근사한 정책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는 것이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드러나게 됐다"며 이날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세 후보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아 부었다.

장애인이동권연대도 "토론회나 행사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선전하던 대선 후보들이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장애인이동권연대는 '(가칭)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교통수단 및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기준으로 대선후보들을 반드시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상버스 시승식에 참석한 권영길 후보는 백일이 채 지나지 않은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밀면서, 김영규 후보는 장애인이 타고 있는 전동휠체어를 밀며 저상버스에 탑승했다.
/ 임경환 기자
이같은 국가인원위원회의 합의권고안에 대해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면거부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번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진정에 따른 조사에서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에 대한 책임이 명확이 드러났음에도 핵심사항을 서울시의 산하기관인 도시철도공사에 떠넘김으로써 서울시에 면죄부를 쥐어주고 있다"며 "서울시장의 공개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 권고안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발산역 리프트 추락사망사고 관련한 서울시 대상 손해배상 소송 청구에 대해 이동권연대측 김석연 변호사는 "피고인 서울특별시와 도시철도공사의 사고책임을 명확히 하기위한 것"이라며 "안전성의 기준이 최소한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 기준에 맞춰 지하철 전 역사에 현재 설치되어 있는 리프트를 철거하고 전면 교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청구취지를 설명하고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애인이동권연대가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인 '(가)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교통수단 및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안'은 본문 32조와 부칙 3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법률안에서는 "장애인, 노약자 등이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 차별받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이동하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교통수단을 보장함으로써 이들이 교육, 노동, 문화, 정치 등 모든 사회활동을 함에 있어 동등한 참여와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동권은 더이상 비장애인들의 향유물이 아니다 △정부는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만이 장애인의 이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로 대선후보를 검증할 것이다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의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모든 인권시민단체에 제안한다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하는 입법투쟁 선포식을 가졌다.

기자회견 후 장애인이동권연대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와 김영규 사회당 대통령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대선후보와 저상버스(Non-Step Bus)를 함께 타는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 행사를 갖고 광화문과 남대문을 돌아오는 버스투어를 벌였다.

버스투어에서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이 버스는 지상에서 30센티 높이로 장애인을 위해 대우자동차에서 96년에 자체 개발한 것"이라고 소개하고 "오늘 이 자리에 와보니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명확해졌다"고 보수정치권을 겨냥했다. 그는 또 "저상버스 도입과 장애인 이동권이 완전 보장될 때까지 우리는 목숨을 걸고 이러한 투쟁을 계속해서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락사고 원인, 리프트 결함과 기관 직무소홀"
국가인권위, 보호장치 설치 및 유족 배상 권고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이하 국가인권위, www.humanrights.go.kr)는 "지하철 5호선 발산역 리프트 추락사고는 리프트 결함과 공공기관 직무 소홀이 그 원인"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피해자 윤모(63)씨가 술에 취해 추락했다는 검찰의 기존 발표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지난 8월 28일 전문가와 함께 현장검증을 실시한 국가인권위는 "정상적인 리프트는 내리기 위해 안전보호대를 올리는 순간 바닥 앞부분 안전판이 내려가야 한다"며,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리프트의 앞면 안전판은 올려져 있었다"며 기계적 결함을 지적했다.

따라서 리프트 뒷면 안전판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이 때문에 윤씨가 탄 전동스쿠터가 뒤로 추락했다는 것이 국가인권위의 판단이다.

또한 ▲2001년 2월에도 해당 리프트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해 장애인 김모씨가 두부골절상을 입은 점 ▲같은 역에 설치된 리프트 4대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무려 33차례 고장을 일으킨 점 ▲사고 당일 역무원들이 리프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점도 '리프트 결함' 의혹의 근거로 제시됐다.

국가인권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진정인인 장애인이동권연대측과 피진정인인 서울시, 서울도시철도공사간 합의를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의 합의권고문은 추락방지용 보호장치 설치, 피해자 유족에 대한 배상, 저상버스 운행, 역무원 재교육,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및 휠체어 콜택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리프트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추락방지장치 설치, 리프트보완대책 수립 등에 소홀히 했다"며 "장애인의 이동권 침해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두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권박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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