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대선에서 대학교 내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혀 20대 대학생의 투표참여율이 높아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선관위 임명재 선거국장은 30일 '2002 대선유권자연대'와 투표참여운동을 벌이는 대학생 대표자들과의 면담에서 "젊은 유권자의 투표참여를 높이기 위해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를 예산 범위 안에서 최대한 설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 대학에서 부재자 투표인 수가 2000명을 넘거나 근접할 경우 학교 내에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될 것으로 보여, 대부분 시험기간과 겹친 대학생 유권자들의 투표참여가 훨씬 수월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의 부재자 투표일은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이며 11월 21일부터 25일 사이에 부재자 신고를 해야 한다.
중선관위는 부재자 투표인의 요건을 최대한 신축적으로 해석해 대학 부재자 투표소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부재자 투표소 설치는 기존 시·군·구 관청이나 군부대 장병을 위한 부재자 투표소와는 달리 국가가 시민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선관위가 이 같은 조치를 내린 데는 87년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투표율, 특히 20∼30대의 매우 낮은 투표율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6·13 지방선거의 전국 투표율은 선거 사상 처음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8.9%를 기록했으며, 특히 20대와 30대는 각각 31.2%와 39.3%로 평균보다 훨씬 밑돌았다. 또한 지난 97년 대선에서 약 54만 명에 이르는 대학생 부재자 유권자 중 약 6.5%만 투표에 참여했다. 올 대선의 대학생 부재자 수는 약 6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박병섭 상지대 교수(법학)는 "대학 내에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되면 부재자가 아닌 대학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젊은 층의 선거 문화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투표소 설치가 가능해짐에 따라 각종 단체들의 젊은 층 투표참여운동도 탄력을 받고 있다.
대선유권자연대·2030유권자네트워크·대학생대선참여운동촉진본부·대학언론인운동본부·Univoters 등은 11월 2일 대학생 대선참여에 대한 워크샵 개최(고대)를 시작으로 6일 연대, 13일 성대, 20일 서강대, 27일 이화여대 등에서 토론회를 열어 분위기를 고조시킬 계획이다. 특히 11월 중에 이회창·노무현·정몽준·권영길 후보를 각각 초청해 대학생의 시각으로 대선후보의 정책을 직접 검증하는 자리도 추진중이다.
또한 각 대학에서 (1)부재자 투표, 잊지 말자 (2)가족들과 TV토론 함께 보기 (3)지역감정, 구시대 정치, GO Away! (4)투표전날, 친구 5명에게 투표하자 문자 보내기 (5)투표장에 함께 가기 등 '대학생 투표참여 다섯 가지 약속'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일 예정이다.
| | 투표소 설치 논란 2시간 | | | |
| | | ⓒ유뉴스 백영순 |
30일 중선관위와 '2030유권자네트워크' 등 젊은 층 투표참여운동을 벌이는 대학생·교수들과의 면담은 약 2시간 가까이 지속됐다.
논의의 핵심은 '대학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교수와 학생들은 젊은 대학생들의 투표참여를 높이기 위해 현행 선거법의 테두리 내에서 선관위가 적극적인 법해석을 하기를 설득했고, 선관위는 (1)학사일정과의 불일치 (2)투표소 질서유지 (3)제한된 인력과 재정 등을 이유로 조심스러워했다. 결국 2시간의 토론 끝에 선관위는 "적극적으로 최대한 설치하겠다"고 받아들였다.
다음은 이날 면담의 주요 발언록이다.
| ▲ 정대화 상지대 교수 ⓒ 유뉴스 백영순 | 정대화(상대대 교수·정치학) "이번 대선은 두 가지 큰 목적이 있다. 하나는 유권자들이 누구를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유권자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이다. 최근에는 두번째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됐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50%를 밑돌게 나온 현재, 선거 민주주의의 정당성에 위기가 도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히 여기 젊은 유권자들이 스스로 대학생들의 참여를 촉구하는 운동을 자발적으로 벌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김대성(고대 유권자캠페인 Promise1219 대표) "97년 대선에서 대학생 부재자가 54만명인데 투표율이 겨우 6.5%다. 실질적으로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 내에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박순철(연세대 유권자운동본부 정책국장) "대학생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투표참여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관심이 있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식은 있는데 정작 투표 당일 투표장에 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문턱이 상당히 높은 측면이 있다. 학내에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되면 수업에 왔다갈 때나 시험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문턱을 낮추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은 학문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건전한 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에 교육적 차원에서도 대학 내 부재자투표소 설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지은(덕성여대 총학생회장) "많은 학생들이 집이 지방이거나 투표일이 시험기간과 겹쳐 있기 때문에 정말 여유가 있지 않으면 중요한 대선에 참여하지 못한다. 우리 학생들 자체적으로도 투표참여를 유도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학생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선관위가 적극적으로 투표소를 설치해서 투표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 ▲ 임명재 중선관위 선거국장 ⓒ 유뉴스 백영순 | 임명재(중선관위 선거국장) "투표참여 운동에 대해서는 특정정당, 특정후보자의 유불리를 떠나 우리 위원회의 기본 임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힘이 되는 대로 최대한 지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현행법에는 행정구역 구·시·군 단위로 하나의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하나의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해서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동안 투표를 마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될 때에는 읍·면·동 별로 부재자 신고인 수가 2000인이 넘는다고 예상이 될 때 부재자 투표소를 더 설치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정한 기관에 설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거동할 수 없거나 병원, 교도소, 정신장애시설 등 스스로 밖에 나와 부재자 투표소까지 와서 투표를 할 수 없는 경우를 예상해서 기관 시설 안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까지 판단으로는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법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리상 이런 문제점은 있다. 우선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가 혹시 방학기간이 아닌가가 조금 걱정된다. 두 번째로 투표소에는 항상 질서를 유지해야하는데 선관위 위원이나 참관인, 종사원들의 힘으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를 예상해서 경찰서에 질서유지 지원을 요청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대학 교내에 경찰병력이 만에 하나의 사태에 투입을 해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세번째는 부재자 투표소를 3일간 운영하는 데는 국가예산이 적지 않게 소요된다. 여기에는 위원들의 수당 등도 나가고 참관인들의 수당, 종사원들의 수당이 있다. 따라서 무한정 부재자 투표소를 예산을 무시하고 많이 설치할 수는 없는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말씀을 해달라."
| ▲ 고려대 김대성 씨 ⓒ 유뉴스 백영순 | 정대화 "학사일정이 16주인데, 학교마다 개강이 조금 다르다. 8월 말에 시작하는 대학이 있고 9월 초에 시작하는 대학이 있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은 대부분 9월 초에 개강이 시작한다. 그러면 16주면 12월 19일까지가 학사일정이다. 그러니까 부재자 투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8월말에 개강을 하는 경우에도 12월 둘째주가 마지막인데 그 기간이 시험기간이기 때문에 부재자 투표가 가능하다. 종강이나 방학과는 무관하게 부재자투표를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다. 또한 질서유지의 문제는 지금 대학 만큼 질서가 잘 유지되는 곳이 어디 있는가."
박병섭(상지대 교수·법학) "선관위가 선거법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지금 말씀하시기를 2000명을 넘을 때는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고 했는데 선거법 규정에는 2000명 미만의 경우에도 '기타 부득이할 경우'에 설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기타 부득이한 사유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선관위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꼭 2000명이라는 기준을 절대적으로 제시할 것만은 아니다."
임명재 "꼭 교내에만 투표소를 설치해야 하는가. 학교 앞 가까운 적정한 투표소를 설치하면 어떻겠는가. 왜냐하면 대중교통 수단이 대개 학교 안에까지는 들어가지 못한다. 그랬을 때 나머지 부재자 신고인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렇다면 꼭 교내가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가까운 거리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면 학생들도 투표참여에 제한이 없고 나머지 부재자 신고인들도 부재자 투표소까지 올 수 있지 않겠는가."
박병섭 "지금까지는 부재자 투표소는 주로 선관위 사무실에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고, 군부대의 경우 영내에는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군부대 근방 동사무소를 이용해서 설치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부대 근처의 동사무소 부재자 투표소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부대 근처는 보통 대중교통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금도 일반 부재자들은 대개 선관위 사무실 등 시내에서, 군인들은 부대 근처 부재자 투표소에서 하는 선례가 있다. 대학에서 가까운 동사무소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이 선관위 입장에서는 관리가 좀 수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운영실태로만 하지는 말고 상당히 획기적으로 선관위에서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
| ▲ 김박태식 2002대선유권자연대 간사 ⓒ 유뉴스 백영순 | 김박태식(2002대선유권자연대 간사) "아까 말했다시피 대학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의 취지는, 기본적으로 시·군·구 부재자 투표소가 있고, 선관위에서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새롭게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명백히 그 부재자 투표소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새로운 투표소로 젊은 유권자들의 참여를 끌어내려는 의지의 문제다."
임명재 "부재자 투표소 학내 설치가 현행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재자 신고인 수가 2000인이 넘을 때 가능하지 않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부재자 신고를 접수해보고 2000인이 넘는다고 판단이 되면, 대학교 구내에 적극적으로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 젊은층 유권자를 투표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를 예산 범위 안에서 최대한 설치하도록 그렇게 노력하겠다. 대신 거기에 필요한 부수적인 조건들은 여기 오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 / 이병한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