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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이 스케치를 할 때만 하여도 짱아는 당당하였다
두 달 전, 이 스케치를 할 때만 하여도 짱아는 당당하였다 ⓒ 황종원
컴퓨터 모니터에 짱아 사진이 뜬다. 내가 쓴 오마이뉴스 기사와 함께다. 아내는 손끝으로 짱아를 만진다. 무슨 느낌과 체온이 닿기나 하련만 " 짱아야, 짱아야"하고 눈시울을 붉힌다. 자식을 키워야 부모 마음을 알고 개를 키워 보아야 그 기르는 마음을 안다. 아내는 짱아를 보러 산에 가자고 한다. 양지 바른 곳에 묻었는지. 흙이나 제대로 덮었는지. 자식새끼를 산에다 버린 양 안타까워한다.

걸음이 힘든 아내를 부축하여 나는 함께 산에 올랐다. 큰 길 교차로를 지나고, 재넘이 길을 오르고 무덤이 여기 저기 널린 동산 양지 바른 곳, 유심히 보아도 알 수 없는 평분에 짱아는 있다. 햇살이 온종일 비추는 곳이다. 아내는 흙을 더 덮으라고 한다. 나는 준비한 삽으로 흙을 더 떠서 덮고는 밟는다. 아내가 질색을 했다.

"짱아가 아프다. 하지마. 하지마."
"흙을 꼭 밟아야 들뜨지 않지."
내가 아는 척을 해도 아내는 울먹이며 나를 말린다. 그때 한 마리 나비가 날랐다.
"짱아인가봐. "
그럴 리가 없다. 짱아는 아직 나비가 되기는 이르다. 햇살이 눈부셔도 아내의 눈에는 안개가 낀 듯 그 너머 가버린 녀석을 모든 것에다 빗대어 생각한다.

개는 개인가. 물론 개는 개다.
사람 사는 마당에 사는 이야기 속에 배반과 거짓이 가득하여도 내가 기르는 개에게는 절대 배반이 없었다. 개는 가족 누구와도 함께 말을 나누었다. 누구 하나 개를 미워하지 않았고 개도 누구 하나 미워하지 않고 따랐다. 집에서 장모님에게는 짱아가 손주였다. 이미 다 자란 손주들은 할머니 곁을 오지 않아도 짱아만은 할머니의 위안이었다.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효라고 볼 수 있다. 누구 하나 늙고 병든 노인 옆을 지켜 드린단 말인가.

짱아를 품에 안았을 때 느끼던 녀석의 심장 박동과 체온을 느꼈다. 참 따뜻하였지. 개 한 마리 죽었다하면 그만이지만 그 죽음은 단지 죽음으로 마감되는 것은 아니다. 개가 떠나니 가족끼리의 대화가 단절되고, 노인의 의지가 사라지고 가족들이 집밖에서 돌아 올 때 반기는 집안 가득한 화기 대신 냉기가 자리잡아 너무 허전하다. 다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서로의 교감이 짱아와 함께 갔다.

전화가 왔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였다. KBS와 SBS TV 작가들이 나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나를 찾는다기보다도 죽어가는 짱아를 찾는다. 작가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짱아가 죽었다는 말에 그네들은 "상황 끝이군요"하니 당연한 말조차 섭섭하다.

죽어가는 상황이 진행 중이라면 카메라를 들고 내 집으로 올려는 계획을 가졌을 테지만 짱아가 살아 있어도 나는 TV 카메라를 집안에 들여놓고 혼란을 일으켜 짱아를 어지럽힐 생각은 없다.

늘 그렇듯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른 생명을 가진 어느 것도 죽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가기는 가도 살아있는 이들의 가슴에는 남아 있게 마련이고 심지어는 한 마리 개마저 산에 묻었어도 가슴에 묻힌다.

아내는 짱아의 무덤을 돌아 보며 말했다. 내가 말했던 그대로 "짱아야, 또 올게. 추워서 어쩌니." 한낮의 햇살이 따뜻하여도 아내는 싸늘한 밤을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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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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