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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 결성식 및 <한총련 이야기> 출간기념회
지난 3월 20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 결성식 및 <한총련 이야기> 출간기념회 ⓒ 한총련 대책위
한국사회에는 아직도 진정한 봄은 오지 않았다. 이에 우리들은 부모된 심정, 선배된 마음으로 미래사회의 희망, 현대사회의 활력소인 청년 학생에 대한 탄압을 반대하여 힘껏 나설 것이다. 이를 위해 각계 진영을 포괄하는 범사회인 대책기구를 결성하고 한총련의 합법적 활동이 보장되는 날까지 우리 사회의 모든 양심적 역량을 모아나가고자 한다."

지난 3월 20일 한총련의 합법적 활동 보장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원회(아래 한총련대책위, 상임대표 강만길 외 6명)는 발족선언문에서 이같이 밝히고 청년학생의 죽음은 우리 시대의 비극이라며 청년대오인 한총련이 탄압 받는 것에 단호히 반대하는 물결에 모든 양심세력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한총련 이야기> 책 표지
<한총련 이야기> 책 표지 ⓒ 석희열
그리고 같은 날 신경림, 이돈명, 홍세화, 박원순, 임종석 등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과 100인의 명망가들, 세계적 석학 노암 촘스키 교수 등이 필진으로 참여하여 1997년 공안당국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이후 지난해까지 수천명의 대의원들이 구속되어야만 했던 한총련 문제를 꼼꼼히 되돌아보는 <한총련 이야기> 출간기념회도 가졌다.

지난 7월 18일 종교인 1천인 선언, 8월 26일 유엔 인권이사회 제소, 9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한총련 합법화에 대한 사회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시기임에도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한총련 수배자와 연행자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 한해만 해도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로 연행된 학생수가 10월 현재 58명이다. 93년 한총련 출범식 이후 1300명을 넘어섰다.

11월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강당에선 학생의날 기념 한총련 합법화를 위한 토론회가 전대협동우회 회원 등 시민·학생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암울했던 시절 역사의 질곡에서 뜨거운 청년시절을 보내야만 했던 이들 운동권 선배들의 마음은 그래서 이날 토론회를 지켜보는 내내 안타깝고 편치 않았을 것이다.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한총련 합법화 토론회에는 1백여 명이 참여했다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한총련 합법화 토론회에는 1백여 명이 참여했다 ⓒ 석희열
이날 토론회에서 '여는말'을 한 민주당 임종석 의원(3기 전대협 의장)은 "한총련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1년간 정보기관과 다투기도 하며 토론도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고 회고하고 "또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가보안법 규정을 한 자라도 바꾸기 위해 국회 안에서 백방으로 노력을 해봤지만 그것도 한나라당의 당론 반대로 무산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임 의원은 이어 "그렇지만 한총련 대책위와 많은 한총련 후배들의 노력으로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동의와 지지를 얻고 있다"며 "한총련이라는 단일 사안이 아닌 남북문제와 함께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로 고민하고 접근하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연말 대선에서 한총련 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토론회는 1부 한총련을 위한 변론, 2부 한총련 합법화를 위한 학생 대토론회로 나눠 4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한총련 대책위 집행위원장 정진우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1부 한총련을 위한 변론에서는 한총련 대책위 법률지원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김인회 변호사와 장경욱 변호사가 나와 '한총련 변론 자료집' 발간사와 자료집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들 변호사들은 "한총련이 반국가단체와 이적단체로 규정된다는 것은 한총련이 사회와 흡수 통합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한총련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의 전면적인 폐지로 흐름이 모아져야 한다"면서 "자신들이 직접 뽑은 대의원들이 지금도 계속 수배·연행되고 있는 상황을 대학인 스스로가 자기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한총련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기를 당부한 뒤 "학생운동이 여전히 계승·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한총련을 대표하여 주지은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왼)이 김인회 변호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한총련을 대표하여 주지은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왼)이 김인회 변호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 석희열
이어 오종렬 한총련 대책위 상임대표와 주지은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은 그 동안 가장 한총련의 논리에 맞게, 그리고 한총련의 입장에서 변론을 해주고 변론 자료집을 발간해준 법률지원단에 대해 감사의 말과 감사패를 전달했다.

6명의 패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총련 대책위 강위원 집행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총련에 대한 부당한 이적규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학생운동의 혁신과 개혁을 통한 새로운 연대기구의 건설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6명의 패널들이 참여하여 2시간 넘게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6명의 패널들이 참여하여 2시간 넘게 토론을 벌였다 ⓒ 석희열
한총련 대표로 나온 주지은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은 첫머리 발언을 통해 "한총련 이적규정은 학생운동의 대 사회 개입력을 약화시키는 핵심적 수단으로 작용했으며, 97년 이적단체 규정 초기에는 몇 명 모이는 것도 거대 공권력에 의해 차단되었다"며 "지금도 여전히 한총련 자체로는 집회조차 개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아무리 정당한 투쟁을 하여도 한총련이 하면 이적규정을 근거로 구속 처벌된다"고 그동안 맺혔던 응어리들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지난 3월 한총련의 합법적 활동 보장을 위한 범사회인 출범은 한총련 합법화를 바라는 각계 각층 시민사회단체 및 한총련·전대협 세대들의 염원의 총화"라고 평가하고 "지난 수개월 동안의 다종다양한 활동의 성과로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은 현시대 최악의 반인권 문제로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총련이 당하는 부당한 탄압의 심각성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 대학사회의 현황"이라고 지적하고 "현 시기 한총련 합법화 실현을 위한 투쟁에서 핵심적으로 보강되어야 할 부분은 혁신을 위한 자기 노력을 꾸준하게 전개하는 것과 동시에 대학사회 전반에 한총련 이적규정의 부당성을 폭넓게 알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학생회 후보자 공동선언'을 제안했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준) 정태흥 위원장은 "한총련 합법화는 필연적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전제하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청(한국청년단체협의회)의 이적단체 규정 등 일련의 사태는 싸우지 않고는 한총련 합법화를 제대로 성과해 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냉전시대의 유물로 살아남아 이적 규정이라는 마녀사냥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20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한총련문화제에서 수배중인 한총련 대의원들의 촛불공연
지난 7월 20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한총련문화제에서 수배중인 한총련 대의원들의 촛불공연 ⓒ 전대기련
정 위원장은 "한총련이 애초부터 이적단체여서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은 것이 아니라 정권이 폐기해야 할 국가보안법을 가지고 특정 시기에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임의로 적용해서 현재의 이적단체 굴레를 뒤집어 씌운 것"이라면서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한총련을 비롯한 여타 단체의 이적규정에 대해서 강력히 반대하며 즉시 철회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주한미군의 잇따른 범죄에 대한 반미여론과 함께 10여 개 학생단체가 몇 차례에 걸친 총궐기를 하는 등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실천적 연대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면서 "오늘 한총련은 특정 주제를 실현하는 사안별 연대운동을 상설적으로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연대기구를 건설해야 한다"면서 광범위한 제 정파와 학우대중을 망라한 비약적 연대운동의 실현을 주문했다.

연세 안티조선모임 '조선바보' 김수민 편집장은 "안티조선모임이 다양한 스팩트럼을 가지고 있는 단체이지만 한총련 이적규정은 보편적인 인권과 관련된 법을 위반한 사례라고 본다"고 한총련 이적규정의 부당성을 지적한 뒤 "한총련 등의 새로운 연대기구 건설 제안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대중에게 쉽게 다가서기 위해 한총련 강령의 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효섭 전대기련 중앙집행위원은 "대학 내에서 학생들의 삶을 취재하고 책임지고 있는 학보사 기자들에게도 한총련 합법화 문제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한총련의 이적규정 철회를 촉구했다.

참대학 실현을 위한 대학생운동본부 이경준 건국대 경영대 학생회장은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현 시기 학생운동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연대와 소통"이라며 한총련 합법화 여론화를 위해 캠페인을 벌일 것을 제안했다.

전국학생연대회의(의장 구정모 서울대 총학생회장)와 범청학련 남측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한총련에 대한 부당한 이적단체 규정 철회와 국가보안법의 즉각 폐지를 주장했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오늘날 학생운동의 이념적 급진화나 투쟁위주의 노선은 더 이상 정권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정치 지도자들은 이들을 적으로 보는 군사정권 시절의 관성을 탈피하여,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책임 있는 기성세대나 정치가라면 청년으로서 일부 학생들의 투쟁성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도전과 실험정신, 때묻지 않는 비판정신의 결여를 오히려 슬퍼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는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진행된 한총련 합법화 활동 과정을 확인하면서, 한총련 합법화를 이루는데 쟁점이 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듣고 토론해보고자 마련한 자리"라면서 "법무부와 검찰 관계자를 초청하여 한총련 이적규정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려 하였으나 법무부와 검찰 관계자가 불참의사를 밝혀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임종석 의원과의 인터뷰
학생운동은 대중과의 접촉면을 확대하여 대중적 지지를 확보 하여야

- 당시의 학생운동과 지금의 학생운동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80년대와 지금은 민주주의 제도와 절차면에서 현격히 다르다. 80년대는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와 절차가 미비했다. 정권 역시 군사 쿠데타에 의한 정권이거나 군부정권이었고 참여 민주주의의 통로 역시 제한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학생운동으로 집중되었고 학생운동 역시 민주화를 이끄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현재는 참여민주주의의 장이 확대되어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 전교조의 합법화나 노동운동에서 복수노조인정, 각종 시민단체 등의 출현이 그 예이다. 즉 학생운동 말고도 이제는 자신의 요구를 담아내는 창구가 열려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예전의 학생운동이 선도적인 민주주의운동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참여민주주의운동의 한 부문이라고 생각한다."

- 한총련이 왜 이적단체로 규정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참여민주주의 역량이 확대되어가는 과정에서 학생운동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부족했던 것 같다. 학생운동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혼란을 겪으면서 스스로 한쪽으로 치우쳤던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대중운동의 확장보다는 내부 사상투쟁에 매몰된 면이 있다. 학생운동의 역할인 노동자·농민과의 연대에서 환경, 여성, 인권 등의 시민단체와의 연대가 부족하였다. 이런 것이 이적단체의 멍에를 쓰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무관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공안당국은 한총련의 출범부터 학생운동을 불법화하려했지만 국민의 지지와 연대가 이런 시도를 못하게 하는 방패막이가 되었다. 하지만 96년 연세대학교 사건을 계기로 공안당국은 학생운동을 좌경으로 매도하였다. 그리고 한총련은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학생운동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한총련의 이적단체 규정은 아주 무례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회적 이슈의 선도성과 대중으로부터의 지지가 중요하다. 한총련은 이런 부분에 대한 자기발전적 고찰이 있어야 한다."

- 학생운동권의 선배로서 한총련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총련 합법화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남북관계의 화해협력을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한총련에 대한 이적단체 규정 철회와 함께 남북 화해협력을 국민적으로 지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남북화해협력세력과 냉전분열세력간의 대립구도가 있고, 이런 대립구도에서 밀리는 한 합법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나 사회단체를 통한 노력 그리고 대중운동을 통해 지지를 모으는 다양한 모색이 필요하다."

-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개폐에 대한 소신은?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더라도 국가안보는 현재의 형법 체계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필요하다면 남북의 특수한 관계에 대한 대체입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현재로선 국가보안법 개정을 먼저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박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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