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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후보와 노무현 관련 책을 쓴 저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노 후보의 리더십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공희준(이하 존칭 생략), 이재영, 노무현, 이진, 유시민, 김동민
노무현 후보와 노무현 관련 책을 쓴 저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노 후보의 리더십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공희준(이하 존칭 생략), 이재영, 노무현, 이진, 유시민, 김동민 ⓒ 장흥배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노무현을 주인공으로 삼은 책의 저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노 후보의 리더십을 시민들과 공유한 '노무현을 쓴 저자와의 만남'이 1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렸다.

500여명의 시민과 학생이 참석한 이 행사는 책을 사든 시민들에게 로비에서 사인을 해주던 노무현 후보가 5명의 저자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연단에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그 자신이 '노무현이 만난 링컨'의 저자로서 첫 번째 발언에 나선 노 후보는 "8개월간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험을 통해 목표의 정당성을 공유하고 권한과 책임의 완전한 위임이 이뤄질 때 진정한 리더십이 발휘됨을 느꼈다"고 밝혔다.

노무현을 쓴 저자들이 말하는 집필 동기

공희준(노무현을 부탁해)
작년 이맘때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영화를 보고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자기 삶을 아름답게 설계해 나가는 영화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노무현 후보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지난 민주당 국민경선을 보면서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영화가 '노무현을 부탁해'라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이재영(노무현, 내 마음의 대통령)
고등학교 후배로서 평소 가까이서 노 변호사님을 경험해 왔다. 내가 아는 노 변호사님은 담배꽁초 하나 버리는 것, 길거리 신호등 하나 위반하는 것에 대해서도 시민의식과 준법정신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분이다. 그런데 변호사님에 대해 조중동이 악의에 찬 왜곡보도를 일삼고, 이런 보도가 부산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접 경험하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진(노무현의 색깔)
2000년 미국 대선을 보면서 정치가 저렇게 재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3김 시대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과 리더십은 무엇일까 관심을 갖게 됐다.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밀착 취재를 통해 후보의 입장이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서 대선 후보 '노무현의 색깔'을 그려봤다.

유시민(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월드컵 열기가 전국을 휩쓰는 35일 동안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썼다. 국민경선이 끝난 뒤 조중동의 공격으로 노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할 때, 최소한의 후보 방어 능력을 보여줄 줄 알았던 민주당이 오히려 사분오열 노 후보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을 보고 칼럼니스트를 그만두고 노 후보를 돕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즉 밥벌이를 그만두려면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족벌언론에 찍히면 누구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관행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동민(노무현과 안티조선)
조선일보는 매스 미디어는 분명하지만 언론은 아니다. 이 사이비 언론에 대한 분노가 바탕이 돼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매체에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올렸고, 그것이 어느새 책 한 권으로 이어졌다. 90년대부터 성장한 시민운동도 메이저 시민단체들이 언론운동과 안티조선을 외면하는 가운데 '노사모와 안티조선이 한국사회의 희망이다'는 평소 소신이 책이 됐다. 강준만 교수도 자리를 함께 했어야 하는데 아쉽다.
노 후보는 "목표의 정당성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100% 공정한 결과는 없지만 프로세스의 공정성이 보장되면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가 정착된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한 중소기업의 CEO라고 소개한 시민은 노 후보의 발언에 대해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면 장점도 있지만 위험 관리의 문제도 따르는데 노 후보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아직 평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 풍토를 개선해 '평가공화국'을 만들겠다"면서 "기업, 행정, 시장에 평가의 노하우와 시스템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행사는 노 후보를 포함한 6명의 저자가 책의 내용과 집필 배경을 간략히 소개하고 참석한 시민들이 질문을 하는 순서로 약 1시간 20분 정도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이기명 노무현 후보 후원회장, 신계륜 비서실장, 이낙연 대변인, 김경재 선대위 홍보위원장, 임종석 국민참여운동본부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소주제로 '노무현과 리더십'을 내건 이번 행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기는 했지만 저자들의 발언과 참석 시민들의 질문이 전체적으로 리더십이라는 화두에 어울리는 짜임새를 보여주지 못해 노 후보의 민주적 리더십을 재조명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요즘은 돈들여 포장도 합니다"
행사장에서 쏟아진 재치와 풍자의 말 말 말

'노무현을 쓴 저자와의 만남'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사회를 맡은 김갑수씨의 재치있는 입담과 평소 글발이 말발로 바뀐 저자들의 현실 풍자가 어우러져 간간이 참석자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행사장에는 각국을 여행하는 방글라데시 국적의 한 외국인이 참석해 노 후보에게 외국인 노동자 대책을 물었는데, 노 후보는 현행 산업연수생 제도를 고용허가제로 점진적으로 바꿔나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사회자가 "노 후보의 리더십이 글로벌 리더십으로 승화되는 순간입니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이 쏟아졌다. 시종 적절한 유머를 구사한 사회자는 '노무현의 색깔'을 쓴 이진씨를 소개하면서 "이진씨는 '나는 미국이 딱 절반만 좋다'라고 했는데, 이번 책은 물론 노무현이 100% 좋아서 썼겠죠?'라고 말해 또 한번 좌중의 폭소를 이끌었다.

여대생으로 보이는 한 시민은 노 후보에게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섹소폰 부는 모습에 매료된 여자들도 많은데, 그런 포장에 신경 쓸 의향은 없는지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노 후보의 대답 "요즘은 돈들여 포장도 합니다."

그러나 노 후보의 답변을 이어받은 이진씨는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화가 없다"면서 "빌 클린턴은 자신의 저서에서 정치가는 거짓말을 잘해야 한다고 썼는데 노 후보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거짓말 안 하고도 정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시민씨는 "조선일보 안본지 10년째인데, 요즘은 식당에서 우연이라도 안 보려고 한다"면서 "정신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또 현행 선거법의 위선을 "모든 언론과 교육이 도둑질하지 말라고 하는데, 도둑질하는 누군가를 도둑놈이라고 말하거나, 도둑놈과 맞서 싸우는 누군가를 의롭다고 말하면 법을 위반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김동민씨는 "강준만 교수를 만나 들어보니 '이번 대선은 노무현이 된다'고 얘기했다"면서 "자세하게 물어보고 따지진 않았다"고 말해 역시 청중의 웃음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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