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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8년 6.28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직원들이 기표소와 투표함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98년 6.28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직원들이 기표소와 투표함을 설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학생 부재자 2000명을 모아라!"

대학 교내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입장을 밝히자 대학가에 대대적인 부재자신고 운동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0명이라는 숫자가 떠오르는 이유는 선관위 내부 규칙상 투표소 설치의 1차적인 기준으로 '부재자 신고인 2000명 이상'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투표 참여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학생 및 시민단체들은 단순한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벗어나 부재자 신고서를 받아 단체로 접수하는 적극적인 부재자 신고 운동을 핵심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다.

김대성 고려대 유권자캠페인 'Promise1219' 대표는 "부재자 신고 기간 훨씬 전부터 대대적인 신고운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학내 각종 자치단체들이 모여서 부재자 신고서를 받아 일괄 접수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순철 연세대 유권자운동본부 정책국장은 "총학생회 차원에서도 부재자 신고운동을 전개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박태식 2002대선유권자연대 간사는 "학내에 플래카드, 포스터, 기획대자보 게시나 대학언론의 기획기사 유도 뿐 아니라 신고기간 약 2주전부터 교내에 부재자신고소 가판대를 설치하고 강의실, 기숙사 등을 돌아다니면서 적극적으로 부재자 신고 접수를 받을 계획"이라며 "이미 학교별로 주체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정파-단체 아우르는 '범 청년 운동' 양상

부재자 신고 운동은 이미 일부 학교에서 성공한 전례가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연세대의 한 기독교 동아리에서는 교내 부재자 신고 운동을 벌였다.

당시 이 운동을 벌인 김민석(연대 SFC)씨는 "서대문구청에서 부재자 신고양식을 가져다가 복사해서 교내 한군데에서 부재자 신고서를 접수받았다"면서 "우리는 한 10명이 돌아가며 일을 했는데, 사흘만에 1000명 정도가 신고서를 작성해 우리도 놀랬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 동아리는 이번 대선에도 부재자 신고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며 "이번에는 관심이 좀더 많은 대선이고, 부재자 신고인 수가 2000명이 넘으면 학교 내에 투표소가 설치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있으니 2000명은 충분히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부재자 신고 운동은 다양한 성격과 스펙트럼으로 나뉘어 있는 대학 및 청년 운동단체들이 모두 연합하는 '범 청년 운동'의 성격으로 확대될 양상도 보이고 있다.

11월 4일 저녁 서울 충정로의 한 사무실에서는 다양한 학생운동 및 자치단체 연합 대표자들이 모여 대학생 투표참여 운동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젊은유권자운동본부(한총련, 범청학련 등 참여), Univoters(서울지역 정외과 학생 중심), 대학언론인운동본부(학보, 영자신문, 교지, 방송 연합), 참대학유권자운동본부(국민대, 건대, 성대 등 참여), 2030유권자네트워크(시민단체 연합인 2002대선유권자연대 특별기구)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는 안았지만 종교운동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협의회도 이미 대학생 투표참여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하고 다른 단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1) 학교 내에서 부재자 투표소 설치를 위한 신고운동을 공동으로 전개한다 (2) 투표참여서약을 공동으로 받는다는 두가지 사안에 합의했다. 특히 "캠퍼스에서 대통령 찍자"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로 했다.

대학 부재자 신고 운동은 이미 시작된 대학가 학생회 선거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부재자 신고 기간이 11월 21일부터 25일까지이기 때문에 11월 초부터 전개될 부재자 신고 운동은 학생회 선거 기간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변휘 한양대신문사 편집장은 "선거에 출마하는 총학생회장 후보자들에게도 중요한 공약으로 제기하게 하거나 동참을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은 "한총련 차원에서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부재자 신고운동, 젊은층 투표율 높일까

선관위의 '교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가능' 방침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재자 신고 운동이 바닥을 맴돌고 있는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을까.

박병섭 상지대 교수(법학)는 "단순히 부재자 대상 대학생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부재자 투표소가 학내에 설치되므로써 다른 대학생들이 받는 문화적 충격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박태식 간사는 "각 학교별로 대대적으로 부재자 신고 운동을 벌인 뒤 그 수치를 집계해 발표하는 등 젊은이들의 투표참여를 적극적으로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내 몇몇 대형 대학을 제외하고는 근본적으로 부재자 신고인 2000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기준을 훨씬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일 한성대 신문사 편집장은 "우리학교의 경우 투표권을 가진 학생이 약 4500명 정도인데 부재자 대상자는 아무리 모아도 2000이 안된다"면서 "이는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동희 서울산업대 총학생회장은 "우리학교는 부재자 대상자를 약 400∼500명으로 보고 있다"면서 "투표소 설치 기준이 너무 높으면 대학간 차별 논란도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섭 교수는 "선관위가 내세우는 투표소 설치 기준 2000명은 법규정이 아닌 시행규칙이고, 또한 2000명이 안되어도 '기타 부득이한 경우'에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면서 "선관위가 현재 젊은 층의 지나치게 낮은 투표율을 감안해 이 규정을 전향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생 부재자 유권자 수는 군·경 부재자 유권자 75만에 육박하는 60만(교육부 추산)명에 이를 전망이다.

48.9%로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20대 투표율은 불과 31.2%를 보여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97년 대선 당시에는 약 54만 명에 이르는 대학생 부재자 유권자 중에서 불과 6.5%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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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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