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채용정보사이트 파워잡이 주관하는 제6회 취업지원금 수혜 대상자로 선정된 현승씨는 "미국에서는 장애인을 한 개인으로 생각하고 지원해서 능력있는 장애인을 만드는 것을 알고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능력 있는 장애인을 만들어야 한다기보다 장애인이라면 우선 도와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장애인취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장애우란 말이 사용되기 이전에 장애인이라는 말을 사용했던 것처럼 이제 장애우에 대한 인식도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장애를 입을 수도 있는 것. 하지만, 현승씨의 말처럼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장애인이 보통사람과는 다르다는 특별한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
이에 대해 현승씨는 보통사람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장애우에 대해 "실력 있는 장애인을 만들기 위한 지원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며, "장애인 개인의 장애정도와 환경에 따른 업종을 발굴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장애인들이 느끼고 있는 장애인 취업문제는 단순히 정부 차원의 지원문제나 일자리 몇 개를 더 만드는 문제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업극복을 위한 능력이 우선
장애우들도 자신의 일을 가지고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 받기 어려운 현실에 맞서기 위해서는 오직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는 일 뿐이다. 조씨도 자력으로 컴퓨터학원에 갈 수 없는 현실에 맞서 독학으로 컴퓨터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 조씨에 따르면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학원을 찾는 것조차 어려운데 막상 근처 학원을 찾아도 대부분의 학원이 2층 이상에 위치하는 어려운 여건 때문에 학원수강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부모님께서 집안 형편이 어려웠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컴퓨터를 구입해주셨고 컴퓨터는 현승씨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기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늘 컴퓨터를 해왔다. 몸은 비록 불편하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남달랐다. 현승씨는 "원하는 것을 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을 거듭하며 밤을 새기도 하면서 결국 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을 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조씨가 하는 일은 웹디자인이다. 여러 그래픽 프로그램들을 좀더 잘 다루기 위해서 참고 서적을 용돈이 생길 때마다 사두고 그것을 하나씩 익히고 내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플래쉬를 통한 애니메이션 기법에 관심이 많은 그는 최근 관련 서적을 통해 유용하고 실용적인 기술들을 하나둘 익혀나가고 있다.
또한 PHP와 웹DB를 연동시켜서 웹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은 그는 요즘 책과 공유사이트를 통해 프로그래밍 기법을 배우는 데 심취해 있다. 자신의 능력을 확인시켜줄 포트폴리오 제작도 틈틈이 준비하고있으며, 이밖에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에게 적합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를 모색하고 있다.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아실현을 위한 길
현승씨에게 있어 직장이란 생계유지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그는 '직장'이라는 단어를 자아를 실현함으로써 진정으로 '나를 나'되게 하는 것, 즉 '사람을 사람'되게 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사명이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장애인이기 때문에 일 안하고 능력이 없으면 정부의 장애인지원금을 받아 최소한의 생계유지는 할 수 있겠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사람으로 사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직장을 통해 숨겨진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또 그것을 나 자신과 사회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며,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직장 내에서 최선을 다할 때 직장 동료들이나 상사들 부하직원들과 함께 할 수 있고 능력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고 믿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일본의 예를 들면 장애인이 발로 타이핑을 칠 줄만 알아도 일을 만들어주는 정책이 있다"는 조씨의 말처럼 우리 사회가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을 가진 장애우 뿐 아니라 일반 장애인들에게도 일자리가 돌아갈 수 있도록 장애우들을 배려하는 데 소홀했음을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우리 자신에게 있어서 직업관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일은 하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할 때 진정한 나 자신을 알 수 있다"는 그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그는 웹디자이너로서의 최고가 되는 것 뿐 아니라 장애인 지원 사이트를 제작하는 일과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운동을 꿈꾸고 있다. 적어도 나보다는 남을 위한 이타적인 꿈을 품고 남을 배려하는 그의 따스한 마음은 누가 보기에도 아름다워 보인다.
그에게 있어 행복이란 뭔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친구를 만나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하는 것, 영화관에서 수많은 관객들과 느낌을 공유하며 감동을 느끼는 것, 거리를 전동휠체어로 활보하며 사람들의 체취를 느낄 때, 상점이나 길거리에서 물건을 사거나 음식점에서 요기를 할 때, 전동휠체어로 지하철을 타고 책을 볼 때, 공원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한가함을 느낄 때, 지금은 헤어졌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눌 때 등...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을 때 무척이나 행복하다는 현승씨.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모습 가운데 삶의 향기로움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확인 받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제도적인 한계에 부딪쳐 장애우들이 가진 저마다의 능력이 편견속에 매몰되지 않고 저마다의 특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그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