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는 10일 "전국 8개 권역에서 TV 토론을 거친 뒤 25일까지 권위있는 여론조사기관 4-5개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후보단일화 방법으로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해온 기존의 입장을 크게 수정한 것이며, 정몽준 후보측의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여론조사 방식 수용의 배경
물론 노 후보의 이같은 입장 표명이 여론조사만을 가지고 단일화를 하자는 의미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경선이 불가능하게 될 경우에는 여론조사 결과만을 가지고 단일화하는 상황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일단은 경선방식과의 절충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당내경선, 국민경선, 여론조사 방식의 절충과 조합을 통한 단일화 방법을 둘러싼 협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배척해왔던 여론조사 방식도 비중있게 수용하겠다는 입장변화여서 잠정중단된 후보단일화 협상을 다시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DTOP4@
노 후보의 이같은 입장변화는 단일화후보 결정방식이라는 핵심쟁점에 대한 양보를 통해서라도 단일화를 실현시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즉, 자신에게 다소 불리한 방안이 채택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으로, 노 후보 자신이 후보단일화 성사 여부를 이번 대선의 마지막 승부수로 판단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난 9일 오후 첫 공식협상을 가진 이후, 합의문 발표내용과 관련한 논란으로 장점중단된 단일화 협상은 이로써 새로운 고비를 맞게되었다. 노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 수용을 밝힌 이상, 이제 공은 정 후보측에게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자신들이 요구해온 방식을 노 후보가 받아들인 이상, 보다 진전된 대답을 내놓아야 할 정치적 책임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급물살 타고 있는 후보단일화 협상
후보단일화 현상이 이렇게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불과 1주일 사이의 일이었다. 그동안 정체성이 다른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노무현 후보는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전격 제안했고, 창당을 마친 국민통합 21쪽이 후보단일화대책위원회를 구성함에 따라 양당 간의 후보단일화 협상은 시작됐다.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후보단일화 논의가 이렇게 순식간에 급진전된 것은, 이대로 가면 현재의 '1강2중' 구도를 깨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을 양쪽이 공유하게 된 결과로 보인다.
당초 정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자신의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던 노 후보는, 정 후보의 지지율 급하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지율이 20%대조차 안착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정 후보 역시 하락한 지지율을 다시 높일 묘책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특별한 판세 반전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양쪽 모두 후보단일화를 이번 대선의 마지막 승부수로 삼게 된 것이다.
9일 오후 양쪽 협상단은 첫 협상을 갖자마자 합의문을 발표했다. 예상보다 빠른 전격적인 합의였다. 그러나 협상에서 합의되었다는 '경쟁적 방식'이 일부 언론에 '국민경선' 합의로 보도되자 국민통합21 내부에서는 이의 제기가 잇따랐다. 협상단이 너무 나가버렸다는 것이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이호웅 민주당 의원이 '국민이 참여하고 호응하는' 방법이라는 표현을 자의로 끼워넣은데 대한 항의를 표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협상단이 국민경선 수용으로 해석될 수 있는 합의를 하는 등, 너무 민주당 입장에 맞춰주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국민통합21은 이날 밤, 국민경선에는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일부 언론의 보도를 부인하며, 민주당에 대한 항의표시로 협상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협상단의 이러한 입장은 사실 내부적인 반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협상단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민주당과의 합의를 이뤄내자, 이에 대해 일단 제동을 걸려는 당내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협상타결 과연 가능할까
노무현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 수용 입장은 중단된 협상을 곧 재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협상의 타결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진행중인 단일화 협상은 이전에 비해서는 타결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상태이다. 무엇보다 두 후보가 단일화의 필요성을 실제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타결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단일화 압력에 밀려 마지 못해 후보단일화를 거론하던 얼마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후보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져온 노 후보의 태도가 급변한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정 후보도 협상의 결과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두 후보의 자세 변화가 협상타결 가능성을 높여주는 최대의 동력이 되고 있다.
두 후보의 이같은 의중은 협상단 구성에도 반영되어 있다. 양측의 협상단 면면을 보면 후보단일화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경선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갖고 있는 인사들이 많다. 게다가 국민통합21쪽의 이철 단장이나 박범진 전 의원은 과거 민주당 인사들과 연이 깊거나 한솥밥을 먹던 관계여서 협상력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물론 협상의 핵심 쟁점인 단일화후보 결정방식에 관한 합의는 최대의 난제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 문제에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 아직까지는 양쪽이 모두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고, 그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에만 골몰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장애 요인에도 불구하고, 노 후보측이 그동안 정 후보측이 주장해 온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함에 따라 협상타결의 가능성은 일단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양쪽 모두에게 '절반의 기회와 절반의 위험'을 가진 단일화 방안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려있다.
어느 한 쪽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방안을 가지고 타협을 이뤄내기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서로의 기회와 위험을 혼재시킨 여러 방안의 조합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단일화 방안을 만들어내야 협상은 타결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로 후보단일화될까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과연 누구로 될까. 현재로서는 한마디로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범위내에서 박빙의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론조사 방식이 도입되더라도 결과를 에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론조사 시점까지의 여론변화, 그리고 TV토론이 미칠 영향이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방식만으로 단일화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 여러 문제가 따른다. 우선 조사결과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현재와 같이 오차범위 내로 나올 경우 후보단일화 자체가 결렬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결과가 나오면 결론과 승복이 쉽겠지만, 혼전양상을 보이거나 조사마다 엇갈리는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승복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또한 경선방식과는 달리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까지 조사대상에 포함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경선방식과는 다른 결과를 낳을 소지가 충분하다. 그리고 여론조사 과정에서 있게 될 객관성과 정확성 시비 등이 지뢰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방식만 가지고 단일화 후보를 결정하는데에는 여러 무리가 따르고, 이는 지지층의 승복을 가로막음으로써 단일화 효과를 차단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크다. 결국 여론조사 방식이 도입되더라도 경선방식과의 절충 내지는 조합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경선방식에서는 누가 유리할까. 이 역시 한 마디로 예측불허다. 물론 경선 방식이 무엇이냐에 따라 유·불리가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서로에게 승패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국민경선의 경우를 따져보자. 통념상으로는 국민경선이 노사모를 비롯한 열성적 지지층을 많이 가진 노 후보에게 유리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국민통합21쪽이 9일의 합의 내용이 국민경선 합의가 아니라고 굳이 부인하고 나선 것도 국민경선이 정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경선이 반드시 노 후보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정 후보에게도 월드컵을 계기로 한 적극적 지지층이 광범하게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정 후보가 현대와의 분리를 공언했지만, 국민경선을 할 경우에는 현대의 광범한 인맥들이 아무래도 지원군으로 자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경선은 곧 노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두 후보의 지지 기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속단이다. 다만 촉박한 일정 속에서 국민선거인단의 구성과 투표가 가능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양측은 절충안으로 공모가 아닌 무작위 추출에 의한 선거인단 구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이 역시 대량기권사태의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국민경선이 아닌 당내 경선이 될 경우에는 더 박빙의 승부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신속한 합당 과정을 거쳐 대의원을 구성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1대1 통합 원칙에 따라 동일한 지분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승부는 누가 이탈자를 덜 내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의 뜻에 따른 단일화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는 정 후보가 다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통합 21이야 순수 정 후보 지지자들만으로 대의원들을 구성할 수 있지만, 노 후보의 경우에는 당내 반노 성향 대의원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방식을 도입하든, 어느 한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방식은 없어 보인다. 단지 다소의 상대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박빙의 승부에서는 그 상대적 차이의 영향이 결정적인 것이기에, 지금 양쪽은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타협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뜻 따른 단일화돼야
당사자들의 입장에서야 피 말리는 승부가 될 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을 안타까워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흥미있는 한 판 승부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봄 국민경선으로 촉발되었던 대선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그 후 판세가 싱겁게 변화해 가면서 급격히 사라져버렸고, 이번 대선은 결과가 뻔한 선거로 인식되기에 이르었다. 현재의 1강2중 구도가 특별히 변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대선은 다소 싱거운 선거가 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물론 대선에 출마한 대선 후보들 입장에서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시각들도 다르고, 특히 노-정 두 후보의 경우는 자신이 안 되었을 경우의 정치적 타격을 생각 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을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떠나, 후보단일화 과정이 갖는 극적인 정치적 묘미와 효과 또한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두 후보가 TV를 통해 토론을 벌이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를 벌여나가는 것은 또 한 번의 정치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치라는 것이 단지 흥미를 끌자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같이 싱겁게 돌아가는 대선 판도에서는 국민들에게 대선에 대한 관심을 다시 높여 놓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같이 두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상황에서는, 이들 간의 승부가 갖는 극적인 긴장감은 매우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두 후보쪽이 후보단일화를 마지막 승부수로 간주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후보단일화 과정이 낳을 극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선방식이 어떤 형태로든 도입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체성이 다른 두 후보가 오직 이회창 후보를 이기기 위해 단일화하는 것이 과연 정당정치 발전의 견지에서 볼 때 옳은 일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일단 당사자인 두 후보가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에 동의한 마당에, 그같은 원칙적인 질문을 반복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기왕에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했다면, 그 방식와 과정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담아내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후보단일화 결과에 대한 국민적 승복도 가능해지고,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도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 양쪽이 유의해야 할 것은 각자의 정치적 계산을 넘어선, 원칙과 명분있는 단일화 방식의 선택이다. 바로 그에 따라 이번 후보단일화의 효과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 | 이회창 35% 넘어 '대세론' 굳히기 노무현-정몽준 박빙 2위 다툼 | | | <중앙>, <한겨레>, <한국> 여론조사 | | | | 11일자 몇몇 중앙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대선정국에 큰 변화는 보이지 않은 가운데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중앙일보> 자체 여론조사팀이 지난 8일과 9일 이틀간에 걸쳐 전국 성인남녀 10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자대결시 이회창 36.6%, 정몽준 21.8%, 노무현 21.1% 권영길 1.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가 35%를 넘어 달아난 반면, 노 후보와 정 후보는 0.7% 격차를 보이며 접전을 벌이고 있다.
3자 대결시 정 후보로 단일화 할 경우에는 이회창 42.8%, 정몽준 36.3%로 6.5% 차이로 이 후보가 앞서나갔고, 노 후보로 단일화 할 경우 이회창 44.1%, 노무현 33.2%로 약 11%의 격차를 보였다.
<한겨레> 역시 자체 여론조사팀이 지난 8∼9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 지지율이 다소 높게 나왔다.
다자대결시 이 후보의 지지율은 무려 39.2%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정몽준 20.9%, 노무현 20.5%, 권영길 후보 3.5%를 기록했다. 노 후보와 정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0.4% 차이의 접전을 벌이며 경쟁하는 사이, 이 후보는 이들과 18% 가량 간격을 벌이며 달아나는 양상이다.
특이한 점은 단일화가 성사될 때에는 미미하지만 정 후보보다 노 후보가 더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경우 이회창 46.8%, 노무현 38.5%로 8.3%의 차이를, 정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경우 이회창 47.6%, 정몽준 37.7%로 9.9%의 차이를 보였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서는 이회창 36.5%, 정몽준 23.8%, 노무현 22.5%, 권영길 후보 2.8%를 기록했다.
양자대결에서는 정 후보로 단일화 할 경우 이회창 43.3%, 정몽준 37.9%를 기록해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5.4%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노 후보로 단일화 할 경우 이회창 47.4%, 노무현 36.0%로 약 11.4% 차이로 벌어졌다. / 이성규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