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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통합21 사이에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를 두고 후보 단일화 협상이 전개되고 있다. 본 기자는 이 단일화 협상이 알맹이가 빠진 채 진행되어 결국 과거 DJP 단일화처럼 선의의 노무현 후보 지지자와 정몽준 후보 지지자를 포함한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과 상처를 안길 수 있슴을 깊이 우려하며 이와 같은 논의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현재 후보 단일화의 명분은 이회창씨가 대통령 후보로 있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이 단일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두 후보가 따로 나왔을 경우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여론 조사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평면적으로 보자면 이와 같은 주장이나 논의가 타당성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이유에서 양당간의 단일 후보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은 한 때 과반수를 넘었던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왜 추락하였는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회창 후보의 지지표가 과연 수구세력의 결집된 표인가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렇게 만들어지는 노-정 단일후보가 과연 이 시기 국민이 요구하는 부패청산, 정치개혁, 남북화해, 민족자주평화, 경제개혁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첫번째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한 것은 정몽준 후보와 단일 후보를 이루지 못해서가 결코 아니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한 것은 노무현 후보 진영과 민주당 스스로가 민심과 민의를 떠받들지 못하고 등졌기 때문이다. 노무현 후보 진영과 민주당은 국민들이 김대중 정권과 민주당에 대해서 느끼는 배신감과 상처를 간과하고 있으며, 그것이 공과 분리론으로, 그리고 신의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신의의 실종은 오늘날 한국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배신감과 상처를 상징하는 말이다. 노무현 후보 진영이 신의를 지키겠다고 하는데서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누구와의 신의를 지킬 것인가? 오늘날 노무현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과의 신의를 지켜서 국민경선에서 승리한 것인가? 결단코 아니다. 노무현 후보가 그간 정치 역정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 덕분이며 상식과 양심을 견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오늘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어떤 선배 정치인에 대한 신의가 아니다. 국민과 민주주의, 겨레의 요구에 대한 신의이다. 이 신의가 무참히 짓밟힌 것이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의 배신 행위 탓 인 것이다.

국민들이 노여워 마지 않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현 정부와 집권당의 부패와 국민 배신 행위에 대하여 공과론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을 과연 우리 국민이 용납하리라 생각하였단 말인가? 그것이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진 결정적 이유이다. 그것이 이제 와서 노-정 단일후보를 세운다고 해서 극복될 수 있다고 본다면 그것은 원인과 결과를 뒤바꾸는 것이 될 것이다.

두번째로 이회창 후보에게 몰린 40% 가까이 되는 당선권에 근접한 지지율이 지역 감정과 수구 세력의 결집 탓이라고 본다면 우리 국민은 지역 감정의 노예요, 수구 세력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말인가? 사실로 말하자면 현 집권당과 대통령의 실정과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지역 감정 등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부패 청산에 대해서 이회창 후보에 대한 기대치가 가장 높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가? 국민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노무현 후보 진영은 바로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로, 노-정 단일화는 이런 국민의 요구와는 무관하게 자당 후보와 상대 후보의 단순 지지율 비교라는 숫자 놀음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의 요구는 무엇인지, 그 사명을 어떻게 실현할 지에 대한 어떤 논의도 없이 우선 이회창 후보의 집권을 막고 여권의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여 또 다른 지지율 추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군부 독재를 종식시킨 민주화 운동의 핵심을 계승하여 문민 정부, 국민의 정부의 배신 정치를 청산하고 상식과 양심이 올곧게 실현되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한국 사회가 그렇게 바르게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세력을 심판하는 것이며, 상식과 양심의 통용을 바라는 모든 세력의 단합이 필요한 것이다.

단일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단일 후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식 세력 혹은 양심 세력의 단일 후보가 필요한 것이다. 이 단일 후보가 구태와의 과감한 절연 없이 어떻게 정치 개혁과 부패 청산, 남북화해와 민족 자주 평화를 말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많은 정치인과 세력들이 국민들을 대변하겠다고 말해왔다. 오늘날 국민들 대변해서, 대신해서 정치 개혁 등을 이루어 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말한다. 그 누구도 우리를 대변해줄 필요는 없다고…. 이제 그 동안 대변하겠다고 한 세력들의 배신과 철새 행각에 더 이상 치를 떨고만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민주당과 국민 통합21의 운명이 두 후보자의 운명에 달려 있지만 한국민의 운명은 결코 그렇지 않다. 선거는 앞으로도 존재하며 정치 개혁과 민족 통일의 숙원을 향해 갈 길도 많이 남아있다. 상식과 양심을 견지하려는 세력은 코 앞의 노-정 단일화 논의에 한국 민주주의와 민족의 자주, 평화와 통일의 길을 맡길 수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민주당, 국민통합21의 양심 세력과 민주노동당, 사회당, 민주사회당을 비롯한 여러 정당, 양심적인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 양심을 요구하는 개인들을 포함한 한국민은 오늘 한국 사회를 망가뜨리고 또 망가뜨리려고 하고 있는 “국민배신세력”을 심판하는 정도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어떻게 힘을 모을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시간이 없다면서 DJP 단일 후보의 집권을 염두에 둔 사람들, 이 참에 독자적 세를 불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은 지난 97년 대통령 선거와 그 이후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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