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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국토안전 경계씨스템'의 색깔경보표. 미국은 오늘 현재 황색경보 중이다. 알카이다의 'Spectacular'한 테러위협을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관계로 오렌지에는 미달한다는 설명과 함께.
소위 '국토안전 경계씨스템'의 색깔경보표. 미국은 오늘 현재 황색경보 중이다. 알카이다의 'Spectacular'한 테러위협을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관계로 오렌지에는 미달한다는 설명과 함께. ⓒ 장크리스토퍼
만약 국토안전법, 소위 Homeland Security Act가 하원안대로 상원에서도 통과되고 대통령이 서명하게 되면, 연방당국은 미국국민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무엇을 읽고 어떤 내용을 써서 올리는지, 심지어는 구입하는 품목에 이르기까지 소상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사법당국이 인터넷 서비스회사들에 대해서 고객들의 이메일 메시지를 비롯해서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 등을 포함한 고객자료를 넘겨주도록 강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민권자유운동 단체들이 염려하고 있는 바, 결과적으로 정부의 감시권확대가 개인의 사생활을 제약하고 필경은 헌법적인 권리인 언론의 자유를 잠식함으로써 합법적인 반정부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실로 미국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사태로 볼 것입니다. 1950년대에 불어닥쳤던 매카시 선풍이 그나마 정치권에 한정된 폭풍이었다면, 21세기 벽두에 911의 여파로 미국사회에 일반화된 국토안보에 대한 위기감은 광범위하고도 원초적인 두려움에서 비롯된 감이 있습니다.

전자사생활정보센터(Electronic Privacy Information Center, EPIC)의 마아크 라튼버어그 소장은 이번주 뉴스위크와의 회견에서, 국토안전법에 포함돼 있는 '컴퓨터 보안강화법'(Computer Security Enhancement Act)에 대해서 특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법조항에 의하면 경찰은 정식 영장이 없이도 인터넷 서비스회사에 가서 고객활동정보를 입수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특히 개개인 일상의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있고, 또 더 높아져갈 운명에 있다고 할 때, 이런 법의 출현으로 개인의 거의 모든 활동이 사법당국에 노출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 라튼버어그 소장의 주장입니다. 가히 올더스 헉슬리의 신세계가 출현하는 셈입니다.

외면적으로는 정부당국이 외국인 테러분자들의 활동을 사전에 감지하고 분류해서 테러활동을 분쇄하는 능력을 혁명적으로 개선시키겠다는 구실을 대고 있지만, 회의론자들 얘기는, 실제에 있어서는 전국민을 용의자로 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크레딧카드 번호처럼 아예 암호화돼서 정보가 교환되는 경우는 정보가 보호되지만, 이메일이나 메시지 교환에는 이처럼 번거로운 기술이 좀처럼 사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시민자유운동을 하는 이들의 얘기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라고 하는 것은, 국토안전법이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 중에서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예산확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국토안전법은 마치 한 선거구에 대한 지역사업 따내기와 같아서, 결국 유사한 예산 중에서 실제적으로 시민대중을 위한 예산을 바닥나게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 예로 국토안전법이 끌어내는 예산 때문에, 기 책정돼 있던 12억불에 달하는 열차통근자 안전확보예산이 소리소문도 없이 삭감됐다는 얘긴데, 민주당 소속 조짚 바이든 상원의원도 통근자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을 토로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열차통근자들로서는 터널보다도 더 쉽게 노출된 테러장소도 없다는 얘긴데요.

그런가하면 제약업계에는 부수적인 특혜를 주는 꼴이 돼서, 힐러리 클린튼 상원의원(뉴욕주출신 민주당 소속)은 '나라의 안전을 도모하는 중에, 엉뚱하게도 제약업계를 보호하는 꼴'이 됐다는 푸념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천연두 예방주사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한한다든지, 수화물검사 장치를 제조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법률소송을 제한하는 조항이 국토안전법에 들어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공화당과 부시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도 결국 이번 법안에 대해서는 찬성투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이들 중에는 끝난 지 얼마 되지 않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신설 국토안전법의 세세한 부분을 들춰내서 비판했던 것이 표를 잃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그러고, 따라서 이제는 모든 걸 기왕지사로 돌리고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는 또 있습니다. 대외정책이나 민권부분에 대해서 미국 위주의 소위 패권주의를 배격해왔던, 적어도 리버럴리스트들이,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면 받았지 가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던 오사마 빈 라덴 류의 테러리스트들 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이해하는 이들을 좌절시켜놓은 오사마 빈 라덴은 지금 도대체 어디에서 또 무슨 찬물을 끼얹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전자사생활정보센터(Electronic Privacy Information Center, EPIC)의 마아크 라튼버어그 소장은 그러나, 오늘 국토안전법 제정 분위기가 매카씨 선풍과 같은 것이냐는 뉴스위크의 질문에,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미국의 민권보호 역사로 볼 때, 그런 식으로 비관적으로 보지 않으며, 작금의 사태를 흥미롭게 보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낙관하고 있다는 말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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