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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의 의미를 긴급분석하는 글을 차례로 싣습니다. 이 글은 먼저 긍정적인 측면에서 후보단일화를 논한 내용입니다. 부정적인 측면이나 우려섞인 목소리가 담긴 글도 곧 이어질 예정입니다....<편집자 주>

▲ 지난 15일 저녁 노-정 두 후보가 심야 단독회담을 갖기 앞서 인삿말을 나누며 환히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새로운 정치를 명분으로 후보단일화 원칙에 합의한 노무현, 정몽준 두 정치지도자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단일후보를 뽑는 최종 절차인 텔레비전토론과 여론조사가 남아있기에 두 진영의 참모들은 마지막 승부의 비책을 마련하는데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너무 전격적인 합의에 따른 충격과 혼란을 수습하느라 논란이 분분한 모습이다.

국민들도 신선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아직 그 의미가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이러다 보니 후보단일화 합의가 한국 정치사에 가지는 전략적 또는 중장기적 의미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11.17 후보단일화 합의는 단순히 반창연대, 또는 2002 대선의 선거전술의 하나로 머물지 않는 심대한 변화를 한국정치에 가져올 것이다. 그러면 정몽준, 노무현 두 지도자의 대결단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21세기형 상생의 정치

첫째, 이번 결정은 냉전시대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수구와 극우에 대항하여 중도진보와 중도보수가 정치연대를 성사시킨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 역사는 대연합의 전례가 많지않다. 1927년 반일독립운동을 모토로 좌우가 합작한 신간회운동이 있었으나 3년만에 좌익의 탈퇴(역사적으로 모험주의로 평가받음)로 와해된 바 있고, 해방직후 김구, 여운형의 좌우합작 운동이 있었으나 두 사람의 암살로 좌절되면서 한반도는 냉전대립체제로 직행했다.

정권교체이후 DJ는 민주당을 중도보수정당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의 등장이후 그의 친노동 진보색채로 인해 일부 중도세력의 이반이 현저해 졌다. 따라서 민주당 속의 노무현 후보는 ‘노동세력없는 진보후보’의 모습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이와 대조적으로 정몽준후보의 지지세력을 분석하면 중도에서 온건보수에 이르는 세력의 결집체라는 것이 뚜렷이 드러난다. 한편 이회창후보의 주지지층은 연령적으로 50-60대, 지역적으로 영남으로 냉전의식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는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점에서 노무현, 정몽준의 지지세력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진보와 보수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온건한 진보·보수 세력의 대결집을 지향하는 것이 이번 후보단일화의 목적이다.

현대 중국을 논할 때 1936년 서안에서 발생한 장개석총통 납치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만주군벌 출신이 장개석 총통에게 일본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공산당과의 제휴를 강요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국공합작’이 성립된다. 한국사에는 성공한 ‘좌우합작’이 없다. 필자는 이번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해방전후사를 상기하면서 비장한 자세로 임했던 것을 알고 있다.

둘째로, 21세기형 상생의 정치를 선보였다. 그동안 한국정치는 민족내부의, 또는 같은 민주화세력 내부의 골육상쟁사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양김의 87년 대분열이후 민주화세력은 처절한 골육상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권은 오로지 정치보스에게나 존재했고, 민의는 기만당하기 일쑤였다. 유권자는 지역주의의 볼모로 전락했고, 정치는 보스를 대리하는 가신에 의해 지배되었다.

그러나 IT시대,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한 21세기에 3김시대의 정치문화를 가지고는 생존할 수 없다. 합리적이고 민의를 존중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갈구되는 때였다. 바로 이 시대적 요구에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는 화답한 것이다. 불나방처럼 권력을 향해 돌진하여 결국에는 스스로를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절제하면서, 국민의 바램을 수용하는 이성적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셋째로, 실용주의적 사고가 정치에 전면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정치는 지역주의, 보스, 공천권 등에 볼모로 잡혀 ‘제도와 법에 의한 지배’보다는 인치가 지배적인 사회였다. 세계 13위의 무역대국이 정치는 원시적인 수준이었다. 몸싸움, 날치기 통과, 원색적인 쌍소리 등등을 상기해보라. 이제 신세대 지도자들은 제로섬 정치가 아니라 포지티브섬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윈윈 전략으로 서로가 승리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실험하게 된 것이다.

이제 단일화 전과 후의 한국정치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정치문화의 빅뱅이 시작된 것이다.

노·정 파트너십에 대해

2002년 대선 지형은 변화무쌍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초 민주당이 국민참여 예비경선제를 실시 할 것을 미리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욱이 뚜껑을 열자마자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대세론을 파죽지세로 무너뜨리고 60%가까운 지지도 폭발을 기록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노후보가 10%중반대에서 허덕이는 믿지못할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다.

그 와중에 700만의 국민이 월드컵기간중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정몽준 후보는 단기필마이면서 원내1당 후보인 이회창후보를 비록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1:1 대결에서 이기는 진기한 기록도 수립하였다. 앞으로 1달 남은 대선레이스에서 또 어떤 이변이 생길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변화의 기복이 너무 심하다 보니 정치인 뿐 아니라 일반국민들 조차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몇가지 뚜렷한 경향을 찾아낼 수 있다.

우선 한나라당 지지자와 아닌 세력과는 비교적 선이 확연히 그어져 있다. 이는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35%를 못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감지할 수 있다. 문제는 나머지 65%의 유권자들의 생각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층들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 무당파, 진보적 386세대 등등이 주요한 구성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구태의연한 한나라당을 기피하고, 무언가 3김시대를 넘어서는 변화를 바란다는 점일 것이다.

이들 65%의 염원을 담기 위해 노무현, 정몽준은 어떤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하는가? 우선 서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두 후보가 제시한 대선승리, 그리고 남북관계의 발전, 정치개혁, 경제와 농업개방문제등의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비록 한시적일지라도 두 진영의 파트너십은 견고해야 한다.

단일후보의 자질과 역량

이제 텔레비전토론과 여론조사를 통해 보다 경쟁력있는 후보를 뽑는 순간이 올 것이다. 두 후보는 다행히도 정책중심의 텔레비전 토론회를 가지기로 합의하였다. 사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맹점은 과거지향적 이슈에 매몰되어 왔다는 점이었다. 향후 5년 이 나라가 마주칠 국내외 정세가 어떠하고 그 상황을 헤처나갈 최고지도자는 어떤 자질과 역량을 가져야 하는지가 당연히 대선의 중심 이슈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번 대선은 전혀 엉뚱한 이슈 –반DJ-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미래에 대한 논쟁은 간 곳없고 DJ정권의 부패, DJ정권의 양자, DJ의 정치공작 등의 과거지향적 정치선전이 대선의 최대 화두였다.

노무현 후보도 DJ의 양자라는 한마디에 출신지인 영남에서 숨도 못쉴 정도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선거판도가 저급하게 된 데는 제1당인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 김대중 대통령은 가만 있어도 3개월 뒤면 은퇴하게 되어 있다. 3김시대는 다시 부르고 싶어도 사라지게 되어 있다. 게다가,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는 DJ와는 거의 무관한 정치경력을 쌓아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무책임하게도 은퇴하는 DJ를 공격하는 단 하나의 전략으로 이번 대선에 임해왔다. 양치기 소년의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이번 후보단일화도 국민이 주시하는 텔레비전 토론회를 거쳐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하게 되어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고, 기술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밀실흥정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과 판단이 결정적인 기준으로 작용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응은 대뜸 청와대의 공작이라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60%의 국민이 단일화합의를 찬성하고 있는데도. 한나라당은 이런 저급한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선이 가치있는 이슈로 되돌아와야 한다. 한나라당의 이성회복을 촉구한다.

한편, 본론에 돌아와서, 두 후보의 토론은 두 후보의 과거행적을 둘러싼 도덕성 검증보다는 차기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부시, 고이즈미, 후진타오, 푸틴등 4강 지도자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상대하여 누가 더 국가이익과 민족적 생존을 잘 보장할 수 있는지, 두 후보는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문제를 풀어갈 능력을 갖고 있는지, 내년부터 경제상황이 대단히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는데, 누가 더 나은 경제비전을 갖고 있는지, 또 경제를 되살릴 구체적 방안과 리더십을 갖고 있는지 최대한 검증되어야 한다.

이처럼 각 분야별로 꼼꼼하게 두 후보의 비전과 실제적 경륜을 검증하는 토론이 되기를 바란다. 유머도 필요하고 이미지도 좋아야 하지만, 이번만큼은 실질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좋은 후보를 뽑을 수 있는 토론회가 되었으면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해

지금은 콜럼부스가 달걀을 깨트려 거꾸로 세웠듯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 지는 때이다. 3김시대 30년을 거치면서 한국에는 지역주의, 보스정치, 권력을 추구하는 불나방정치에 기반한 상식이 깊숙히 뿌리내려왔다. 이제 3김시대의 상식은 파괴되어야 한다. 21세기의 새로운 정치패러다임과 상식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그것은 상생의 정치, 실용주의의 정치, 민의를 존중하는 민주적 리더십의 시대일 것이다.

이제, 노·정중 단일후보의 단일대오가 대선승리를 가져온다면 정치혁명의 거대한 빅뱅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국면도 보다 민족자주적 관점에서 풀려나갈 것이다.

양진영의 지지자와 국민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일차적 통과의례가 16대 대선의 승리다. 당파적 이해관계와 득실계산에 골몰하기 보다 대승적 관점의 정치혁명에 모두가 혼연일체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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