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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원
가정폭력 특례법의 제정 이후, 충격적인 가정폭력 사건이 연이어 수면위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위의 그림에서 보여주듯, 구타와 함께 강제적인 성학대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내강간'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다.

사단법인 서울여성의전화는 11월 30일 동대문운동장 지하철 내 예술무대에서 '아내 성학대는 성폭력이다'라는 구호를 걸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아내강간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만화 전시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대중들의 의식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행사를 기획한 서울여성의전화 부설 서울성폭력상담센터의 김혜경 소장은 "부부강간이란 힘이나 공포의 수단을 통해 배우자나 전 배우자에게 아내의 의지에 반해 행하는 불법적인 성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라 밝히며 "아내의 성적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비윤리적인 행동"이라고 말한다.

남성들 42.2%가 아내강간을 실제로 행한 경험 있다.

우리나라의 아내강간의 실태는 어떠한 수준일까? 아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아내강간은 구타와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강압적인 강간과 가학적 강간도 심각하다고 한다.

2000년도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응답자들 중 42.2%가 지난 2년 동안 어떤 유형으로든지 아내 강간을 실제로 행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여성응답자들의 약 35.8%가 실제로 남편으로부터 강간을 경험한바 있다고 대답했다.
아내강간의 유형별 발생정도를 살펴보면 강압에 의한 강간이 기혼남성들에게서 가장 많이 행해지고 있으며(35.4%), 구타 동반 강간(12%). 가학적 강간(10.4%) 등의 대답도 많이 나와, 우리 사회에서의 아내 강간 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 2000년 5월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별거중이던 남편이 찾아와 흉기로 위협하며 변태적인 성관계를 가지려 하자 아내가 이를 막으려다가 흉기로 찔러 숨지게 되었다.

* 1995년 남편은 13년간 아내를 구타하였고 늘상 술을 마시고 마침내는 알콜에 중독되었으며 이어 성적 장애를 겪게 되어 아내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구타하는 남편을 아내가 목졸라 살해하였다.

* 변호사남편은 아내의 가슴이 작다는 이유로 강제로 유방확대수술을 받게 하였으며, 결혼할 때 가져온 혼수가 적다며 폭력을 휘둘렀을 뿐만 아니라 수술의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조차 구타와 욕설을 하며 변태적인 성관계를 요구하였다.

▲ 아내강간을 법적으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질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렇다"에 스티커를 붙였다.
ⓒ 이민주
그러나 아내 강간은 구타가 동반될 때 가정폭력으로 신고할 수 있지만 아내강간 그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없다.

외국의 경우에는 현재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등 많은 국가에서 부부강간을 범죄로 인정하고 법적 처벌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1970년 3월 "부부 사이에는 혼인을 통하여 서로간에 정교를 승낙하였으므로 아내 강간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져 아직까지 부부강간을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서울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센터 담당인 조진영씨는 "아내강간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편이 아내와의 성행위를 법적 권리로 생각하여 섹스를 '권한'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부부 사이의 강제적인 성학대도 법적처벌이 가능하도록 사법계의 의식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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