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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오마이뉴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언론 사상 최초의 실험적 시도인 '오마이뉴스의 대선 특정후보 지지에 대한 공론화'를 제기한 바 있다.

먼저 한국언론의 의도적 사각지대라 할 수 있었던 해당언론의 명시적 특정후보 지지에 관한 공론화를 제기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의는 지금의 상황에서 풍부한 담론을 형성해야 하며 어떤 의미로든 이번 대선에 맞춰 결론이 도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의 이러한 공론화 작업에 대해 독자와 뉴스게릴라들 사이의 의견은 분분하다. 명시적인 특정후보 지지가 즉각적으로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는 측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측의 의견이 팽배하게 갈려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양측에서 지적하고 있는 선결과제와 염려는 한 가지로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명시적 특정후보 지지가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각 언론사가 특정후보 지지와 관계없이 공정하고 정확한 기사를 공평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그러한 공정함과 공평함이 주류가 되지 않았던 언론이 특정후보 지지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란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특정후보의 공개지지를 공론화한 '오마이뉴스는 과연 공정한 언론인가?'란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오마이뉴스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아직까지 한국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언론이며 뉴스의 공급-수요문화의 민주주의를 이룩해낼 수 있는 유일한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와 기대는 대선기간을 맞아 의지가 약한 아이의 생활계획표처럼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오마이뉴스는 그들과의 의지와는 별개로 공정하지 못한 기존언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먼저 오마이뉴스가 과연 대선기간을 맞아 공정한 언론의 모습을 견지하였는가 생각해보자.

지난 11월27일자 정치면에 'KBS '제국의 아침' 광종 말에 '노' 낙인 화제'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오마이뉴스 이한기 상근기자가 작성한 이 기사는 인기 사극드라마 속의 왕이 타고 다니는 말에 노무현 후보를 지칭하는 듯한 '노'자란 낙인이 찍혀 있다는 것이었고 이를 해당장면과 함께 게재하였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한화갑 대표의 말을 빌어 "97년 DJ가 당선됐듯이, 올해에는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는 '천운'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 2002년 11월 27일 이한기 기자의 'KBS '제국의 아침' 광종 말에 '노' 낙인 화제'
ⓒ 이한기

▲ 2002년 11월 30일 김헌식 기자의 <조선>, 관상으로 대통령 뽑아라?
ⓒ 조선일보
그러나 3일 후 오마이뉴스 언론면에 '<조선>, 관상으로 대통령 뽑아라?'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김현식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관상이란 매개를 통해 일방적으로 이회창 후보를 우월하게 칭송하고 상대적으로 노무현 후보를 비하한 조선일보의 기사를 맹렬히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불과 3일 사이에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기사가 실린 것이다. 역대 군사독재에서 봉황이니 낙인이니 하는 말들은 일종의 대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어 왔음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관상을 핑계로 특정후보 필승론이 제기된 것도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에선 이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도 이중적이었다. 이것은 일부 독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오마이뉴스의 공정성이 특히 대선기간을 통해 얼마나 변질되어가고 자기모순화되어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 할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창간시 열린 진보를 컨셉으로 제시하였으며 지금까지 열린 진보자세를 견지해왔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열린 진보도 대선기간을 맞아선 유명무실해졌다. 이것은 남한의 대표적 진보진영인 민주노총 국민연합 등이 범진보진영을 구성하여 지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그간 금기되어온 사회주의를 공개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사회당에 대한 오마이뉴스측의 수구언론 못지않은 태도에서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메인페이지에서는 오직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와 옹호 일변도의 기사와 특정후보에 대한 비판적 기사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가령 12월 8일자 오마이뉴스의 메인페이를 보자. 먼저 헤드라인 기사로 한나라당 관련기사가 실려 있다. 물론 한나라당에 호의적인 기사는 아니다. 다른 정치 대선관련 기사는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 일색이다. 기사의 논조는 한나라당을 대하는 것과 판이하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열린 진보를 표방하는 오마이뉴스측이 얼마나 진보정당들을 홀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200만표 이상의 획득이 기대되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 관한 보도는 동정기사 위주로 다루고 있다.

그 외 어떤 민주노동당과 권 후보에 대한 기사가 없는 상태다. 진보후보에 대한 사상 최대의 국민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황에서 이것은 너무나 지나친 처사다.

그러나 이는 사회당과 김영규 후보의 입장에선 차라리 호사스런 보도라 할 수 있다. 사상의 자유가 억압되어온 한국의 현실에서 대선기간을 맞아 공공연히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선전하고 있는 사회당과 김영규 후보의 값진 행보는 오마이뉴스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수구언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조선일보에서도 하다못해 동정기사로 김영규 후보의 기사가 나가고 있는 실정에서 오마이뉴스가 이토록 철저하게 사회당과 김영규 후보를 외면하는 것은 오마이뉴스가 과연 열린 진보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으며 특정후보 지지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언론의 자격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의 문제에 얼마나 투명할 수 있는가 묻고 싶은 대목이다.

많은 독자들이나 뉴스게릴라들은 오마이뉴스가 지지하고 있는 정당과 특정후보에 대해 이미 감지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예언자적 기질이 있어서도 아니고 오마이뉴스측의 언질을 받아서도 아니다. 바로 지금까지 오마이뉴스가 보여준 보도태도와 오마이뉴스측이 엄선했던 기사들의 성격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다.

만약 오마이뉴스가 '그것은 독자들의 오해라든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라고 이야기한다면 아마도 오마이뉴스가 늘상 말하는 조선일보의 이중성 운운은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특정후보를 명시적으로 공개지지하기 위해 벌인 공론화 작업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마이뉴스 스스로의 편향과 소수 운영진의 독단적 결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공염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의 반성과 전환없이 무리하게 오마이뉴스가 특정후보 지지를 위해 뉴스게릴라들과 독자들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이것은 오마이뉴스가 독자들과 뉴스게릴라들의 종합적 의견을 청취하고 적극적으로 총론화하려는 노력을 지칭하기보다는 오마이뉴스 소수운영진이 공개지지를 합리화하고 오히려 책임을 독자와 뉴스게릴라들에게 전가하려는 태도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간 언론개혁세력과 시민단체는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언론에게 특정후보에 대한 일방적 옹호와 지지를 중단할 것을 외치고 반대로 특정후보에 대한 의도적 외면과 교묘한 비하를 중단할 것을 제기하여왔다.
그리고 진정한 대안언론과 진보언론의 성격으로 다양성의 존중과 이해 그리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라고 주장해왔다.

필자는 묻고 싶다.

'도대체 오마이뉴스와 조중동의 차이는 무엇인가?'
'오마이뉴스는 과연 공정한가?'

덧붙이는 글 | 저는 개인적으로 노사모 회원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와 호의를 보여주는 점에선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제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호의적인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는 것과 공중의 언론이 특정후보만을 옹호하고 한정된 지면을 한쪽으로만 제공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다양성의 존중과 적극적인 옹호로 대변되어야할 인터넷 대안언론이 수구언론 못지 않은 불공정성을 노출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생각합니다.

잘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칭찬해야 하지만 잘못하고 있는 것은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공론화에 많은 독자와 뉴스게릴라들이 오마이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였고 저 역시 대선기간 동안의 오마이의 불공정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수구언론과 한나라당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 아니란 점은 귀사에도 충분히 납득하셨으리라 봅니다.

다소 공격적인 기사이지만 귀사에서 충분한 검토 결과 게재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옴부즈 성격의 어떤 지면도 없는 오마이에서 뉴스게릴라들과 오마이 운영진의 의미있고도 자연스런 의견교환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리란 확신이 있어 게재해주시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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