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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의사협회가 8만 회원들에게 발송한 소식지에서 '투표 기권'을 유도해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8만 회원들에게 발송한 소식지에서 '투표 기권'을 유도해 물의를 빚고 있다. ⓒ
이 글에서 대한의사협회는 "신상진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정치세력화를 선언했었고, 이번 선거에서 과거 어느 집행부보다도 활발하게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협회의 이러한 노력은 집행부 몇 사람의 노고만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일은 아니고, 8만 회원 개개인이 선거운동에 관한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우리가 원하는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이러한 측면에서 개개인들이 어떤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다"며 지지층과 반대계층에 대한 전략을 설명했다.

우선 지지층에 대해서는 "기권했을 때의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 반드시 투표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반대계층에 대한 접근 요령이었다. 의협은 "노골적으로 투표불참을 유도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 이념에도 어긋나고 선거법에도 위반되니 해서는 안될 일"이라면서 "상대의 경계심이나 위기감을 허물어뜨리고, 정치자체에 대한 염증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고도의 기권 유도 전략'을 설파했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문제는 반대 계층에 접근할 때의 요령인데,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오류중의 하나가 반대자를 설득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반 협상에서는 그러한 태도를 견지해야 하지만 선거에서는 분명 다르다. 선거에 있어서 확실한 반대자를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의 반대 입지만을 더욱 굳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게 되고, 결국 위기감을 느낀 상대를 투표소로 이끌기 십상이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다.

일단 확실한 반대자라고 판명되면 절대로 설득하려고 노력해서는 안된다. 선거는 지지층을 늘리거나 반대층을 줄이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선거 운동의 핵심은 지지층을 흡수하고 반대층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투표불참을 유도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 이념에도 어긋나고 선거법에도 위반되니 해서는 안될 일이다. 상대의 경계심이나 위기감을 허물어뜨리고, 정치자체에 대한 염증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리라 생각한다"


이글을 보면 의협이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여전히 특정인을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에 언급된 '가끔 여론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선거결과가 도출되는 까닭은 여론조사와 선거는 본질적으로 다른 행위이기 때문'이라든가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당선될 수 있었던' 등의 표현은 의협이 누구를 위해서 이런 선거운동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게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도대체 기권을 유도하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회원들에게 알리는 단체가 존재하다니. 그것도 사회지도층이라고 자처하는 의사의 공식조직에서 나왔다는 것에 대해 의사들 사이에서도 '창피하다'는 반응이다.

이 소식지를 접한 40대 의사는 "저급한 구태 정치문화를 의사협회가 주도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면서, "특정 후보 편들기가 상식 수준을 넘어서 한심한 코미디 수준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2월 9일 발행된 대한의사협회의 기관지 의협신보 1면을 통해 '경북 의사회' 이회창 후보 지지 선언문을 크게 보도한 바 있다.

다음은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위원회가 8만 회원들을 대상으로 발송한 소식지 전문이다.

[우리 모두 선거운동원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었다. 각 후보들이 사활을 걸고 선거에 임하고 있지만 선거운동의 방법을 보면 후보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어느 후보 진영이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전개하였느냐는 결과가 나오면 판가름 나겠지만, 선거운동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한번 짚어보기로 하겠다.

무슨 선거가 되었든지 일반적으로 선거에 돌입하면 후보는 조바심이 나고 조그만 일에도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후보의 이러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신들의 현안에 대한 후보의 입장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입후보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람들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아끼고 입장을 표명하더라도 다소 애매한 표현을 해서 양쪽을 모두 포용하려는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선거운동적 측면에서 생각을 한다면 그와 같은 행동은 전혀 득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오류중의 하나가 바로 ‘지지=득표, 반대=감표’라는 생각이다. 단순히 지지와 반대로서 당락을 가른다면 투표보다는 여론조사 등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그러나 선거는 투표소에 직접 가서 기표를 해야만 비로소 효력을 발휘하는 의식이다. 가끔 여론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선거결과가 도출되는 까닭은 여론조사와 선거는 본질적으로 다른 행위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여론조사기관이 사전에 그러한 점까지 감안하여 여론조사를 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오차가 많이 줄긴 했다.

참여해서 기표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지지가 곧바로 득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이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선거에 임하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따라서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전략은 지지층이 확실한 표로 연결되도록 노력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반대층이 감표로 작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며, 마지막이 부동층을 지지층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들의 우선순위가 바뀌면 그야말로 선거운동은 뒤죽박죽이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전략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사하였던 사람은 이전 대통령 선거 때의 김대중 후보였으며, 결과적으로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신상진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정치세력화를 선언하였었고, 이번 선거에서 과거 어느 집행부보다도 활발하게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협회의 이러한 노력은 집행부 몇 사람의 노고만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일은 아니고, 8만 회원 개개인이 선거운동에 관한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우리가 원하는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개개인들이 어떤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다. 먼저 확실한 지지층에게는 또다시 지지를 호소할 필요가 없다. 다만 기권했을 때의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켜 반드시 투표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부분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반대 계층에 접근할 때의 요령인데,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오류중의 하나가 반대자를 설득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반 협상에서는 그러한 태도를 견지해야 하지만 선거에서는 분명 다르다. 선거에 있어서 확실한 반대자를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의 반대 입지만을 더욱 굳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게 되고, 결국 위기감을 느낀 상대를 투표소로 이끌기 십상이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다.

일단 확실한 반대자라고 판명되면 절대로 설득하려고 노력해서는 안된다. 선거는 지지층을 늘리거나 반대층을 줄이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선거 운동의 핵심은 지지층을 흡수하고 반대층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투표불참을 유도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 이념에도 어긋나고 선거법에도 위반되니 해서는 안될 일이다. 상대의 경계심이나 위기감을 허물어뜨리고, 정치자체에 대한 염증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부동층에 대한 공략이다. 부동층에 대한 공략은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지지층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아직 마음을 결정짓지 못한 유권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려면 그들의 눈높이로 접근해야 한다. 굳이 의료정책에 관한 것을 화제로 삼을 필요가 없다. 현재 각 후보진영에서 선거관련 광고를 하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이러한 광고의 문구에 들어가는 내용은 여러가지 선거전략 중, 부동층을 타켓으로 이들을 파고들 수 있는 내용이 주가 되기 때문에 각 후보의 광고 내용을 적절히 활용하면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부동층 공략과 관련하여 한가지 명심할 점은, 선거 전략적 측면에서 부동측 공략의 고리는 바로 지지층 다지기라는 것이다. 이른바 ‘바람론’, ‘대세론’등의 문구는 모두 이러한 전략적 기반하에 생성된 단어들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지층, 반대층, 부동층, 이중에서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그룹은 바로 지지층이란 것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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