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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대선에 나선 군소후보들. 왼쪽부터 기호3번 이한동 후보, 기호5번 김영규 후보, 기호6번 김길수 후보, 기호7번 장세동 후보.
16대 대선에 나선 군소후보들. 왼쪽부터 기호3번 이한동 후보, 기호5번 김영규 후보, 기호6번 김길수 후보, 기호7번 장세동 후보.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오는 19일 치러지는 16대 대선이 '양강구도'로 고착되면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이른바 '군소후보'들이 12일 처음이자 마지막인 TV토론을 통해 안방 공략에 나선다.

이번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7인. 이들 중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인의 후보들은 이날 밤 11시 10분부터 110분간 4개 방송사를 통해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할 기회를 갖는다.

일단 이들 4인의 면면은 매우 다양하다. 이한동(기호3번) 하나로국민연합 후보와 무소속 장세동(기호7번) 후보는 이미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보수주의자들. 이 후보는 국민의 정부 아래서 인사청문회를 거쳐 5공 이후 최장수 총리를 지냈고, 장 후보는 지난 5공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충복'으로 안기부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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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김영규(기호5번) 사회당 후보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사회주의자로 이 후보나 장 후보와는 극과 극을 달린다. 또 후보등록 며칠 전 정당을 창당, 대선에 뛰어든 김길수(기호6번) 국태민안호국당 후보는 불자(佛者) 신분이다. 더욱이 김 후보는 선거기간 중 불가의 겨울수련인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가는 등 파격적 행동으로 궁금증을 끌어내고 있는 인물.

지금까지 이들은 앞선 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언론의 제대로 된 집중을 받지 못했다. 중앙선관위가 '공영선거', '미디어선거'를 외치면서도 몇 가지 규정을 들어 방송 토론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도 이들 4후보가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 원인이 됐다. 4인의 군소후보들은 이에 반발해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한가지, 군소후보들은 선거를 치르기에도 빠듯한 자금 때문에 선거 규정상 허용된 미디어광고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이들은 선거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줄곧 두발로 뛰며 표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거리 유세에서 유권자를 만나는 것도 한계가 있는 일. 이 때문에 이번 TV토론은 이들 4후보가 각자의 정책을 제시하고 대중적으로 선명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이제 남은 것은 밤늦은 시간대에 진행되는 TV토론의 시청율이 얼마나 되느냐는 점이다.

이한동 하나로국민연합 후보, "취임 1년내 분권형 이원집정부제 개헌"

이한동 하나로국민연합 대통령 후보
이한동 하나로국민연합 대통령 후보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한동 하나로 국민연합 후보는 군소후보 4인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후보다. 이 후보는 지난 2000년 6월 DJ정부에서 국무총리로 발탁돼 약 2년간 자리를 지켰다. 16대 대선에 출마하며 이 후보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국민을 편안하게, 국가를 안정되게'.

이를 위해 이 후보는 '21세기 왕건론'을 내세웠다. '21세기 왕건론'이란 후삼국 당시 신라와 후백제간의 갈등을 봉합한 왕건처럼 민족통합과 화합의 정신으로 국가를 이끌겠다는 뜻이다.

'21세기 완건론'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있다. 중부권 출신의 왕건이 고려를 세웠던 것처럼, 중부권 출신 이 후보가 국민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 후보는 선거 초반 중부권을 중심으로 공략한 뒤, 선거 중반부터 전국을 돌고 있다.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은 ▲권력분산형 개헌 추진 ▲부정부패 척결 제도화 ▲과학기술인력 양성 ▲교육재정 GNP 대비 6% 확보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등.

특히 이 후보는 취임 1년내 분권형 이원집정부제로 권력구조를 재편하고, 개정헌법으로 2004년 4월 17대 총선 실시 후 이원집정부제 정부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부패방지관련법을 강화하고 대법원 산하에 공직비리조사처를 신설한다는 점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한동 후보 홈페이지 바로가기!(www.leehandong.com)

김영규 사회당 후보, "평화협정 체결, 비정규직 철폐, 공직 여성비율 50%"

김영규 사회당 대통령 후보.
김영규 사회당 대통령 후보.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김영규 사회당 후보 현재 남한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당의 대선 후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근무하다 미국으로 유학, 귀국 후에는 85년부터 지금까지 인하대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다.

김 후보는 87년 6월 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인천공동대표로 본격적인 사회운동을 시작한 이래 92년 백기완 선거본부 비서실장, 2000년 덕성여대 민주화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2001년 전국대학교수회 공동회장 등 한시도 현장을 떠나지 않은 진보적인 학자로 알려져 있다.

김 후보의 이러한 진보적 성향은 대통령 선거 출정식에서 '성조기'를 태운 것만 봐도 잘 드러난다. 또 이번 대선에서 김 후보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돈세상을 뒤엎어라'.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김 후보의 공약 역시 여타 후보와는 다르다. 김 후보는 한반도의 반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한 평화협정 체결 ▲징병제 폐지 등을 내세웠고,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위해 ▲비정규직 철폐 ▲가칭 장애인 특별법 제정 등을 약속했다.

아울러 김 후보는 ▲완전선거공영제 ▲공직 여성비율 50% ▲투기자본과 고리사태 몰수 등 여타 후보들에게 찾아 볼 수 없는 공약을 걸었다.

원내 의석이 없는 김 후보와 사회당은 현재 국가로부터 선거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태. 이에 따라 김 후보는 순수한 당원들의 당비와 후원금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희망돼지' 등으로 후원금만 50억원을 넘게 모은 노 후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김 후보에게도 열렬한 지지자들의 후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11일 현재 김 후보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후원금 총액은 신용카드와 ARS 등을 합쳐 모두 6억7758만687원.

김영규 후보 홈페이지 바로가기!(www.youngq.net)

김길수 호국당 후보, "검찰 중립화, 경찰 수사권 독립"

김길수 호국당 대통령 후보.
김길수 호국당 대통령 후보. ⓒ 김길수 홈페이
김길수 호국당 후보는 올해 대선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인물이다. 우선 '승려' 신분으로 대선에 출마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후보등록을 해 놓고도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며 '동안거'에 들어가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후보의 출마 배경은 한마디로 "종교인이 집권해야 나라가 깨끗해진다"는 것. 그는 "임진왜란 등 나라의 위기상황 마다 서산대사 등 큰스님들이 나라를 구했다"며 "내가 5년 동안 봉사하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5000년 역사의 문화강국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불심으로 대동단결'을 캐치프레이즈로 건 김 후보는 신도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공탁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공약으로서 우선 검찰의 중립과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이루어져야만 부패구조를 청산할 수 있다고 내세웠다. 또 ▲지역, 계층갈등 해소 ▲고유 민족문화의 발전 ▲복지 농어촌 건설 ▲자영업자 세제 혜택 ▲힘있는 외교 등을 전체적인 공약으로 걸었다.

흥미로운 것은 김 후보의 경력이다. 김 후보는 동국대에서 대학원을 수료했고 필리핀 콘티넨탈대학 경영학과와 미국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과를 대학원까지 다녔다. 김 후보가 가지고 있는 박사 학위만 해도 철학, 동의학, 정치학, 행정학 등 4개.

또 '국태민안호국당 총재'라는 공식 직함 외에 세계 불교 라이온스 총재, 학술단체 지방문학회 총재, 대한격투기협회 총재, 미국 LCU 대학교 부설 국제불교문제연구소장, 유마종 종정, 종립 국보대학교장, 도솔천법왕궁한국법왕, 세계불교법왕청, 세계법왕 등 일반 유권자에게 낯선 직함이 수두룩하다.

김 후보의 출마를 두고 한편으로는 '교세 확장 의도'라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김 후보를 두고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왕종이라는 종파는 불교종단협의회에도 없는 이단"이라며 "출마를 이용해 교세를 확장하려는 의도"라고 밝힌 바 있다.

김길수 후보 홈페이지(//negacreep.net) 바로가기!

무소속 장세동 후보, "기성 정치인들 쓸어버리겠다"

무소속 장세동 후보.
무소속 장세동 후보.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무소속 장세동 후보는 지난 5공 시절 경호실장으로, 안기부장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지켜왔던 인물. 6공 시절에는 세차례의 투옥을 거치면서도 청문회에서 전 전 대통령을 지켜 '의리의 사나이'라 불린다. 장 후보는 이러한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강건한 지도자상, 신의를 지키는 지도자상'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장 후보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화합! 동서남북, 가자 으뜸의 나라로'이지만 그의 목표는 우선 '기존 정치인의 폐해'를 일소하는 것이다. 장 후보는 선거운동 중 한 거리 유세장에서 빗자루를 들어보이며 "기성 정치인들을 쓸어버리겠다"고 일갈한 적도 있다.

장 후보 역시 이회창 후보나 노무현, 이한동 후보와 같은 '개헌찬성론자'다. 장 후보는 정치 공약에서 ▲내각형 책임총리제 도입 ▲집권 1년내 개헌 등을 내세웠다. 또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흥미로운 점은 장 후보가 '한미 행정협정'을 개정하겠다는 비교적 진보적인 공약도 가지고 있다는 것. 장 후보는 "호혜평등의 원칙하에 한미 행정협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히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서도 ▲범죄자에 대한 재판관할권 행사 ▲미군범죄에 초동수사부터 참여 등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경제 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농가부채 30% 탕감 ▲대학수능시험 폐지 ▲고교입시제 부활 등 파격적인 정책을 공약으로 만들었다.

현재 장 후보는 16대 대선에서 35%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5공 관료' 출신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그대로 남아 있어 실현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아울러 장 후보가 평생을 모셔왔던 '주군', 전 전 대통령은 장 후보에게 아직까지 이렇다할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

장세동 후보 홈페이지(www.jangsedong.net)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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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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