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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욱
“너희가 잘못해서 하느님의 얼굴을 가리어 너희 청을 들으실 수 없게 된 것이다. 너희 손바닥은 사람 죽인 피로 부정해졌고 손가락은 살인죄로 피투성이가 되었구나. 너희 입술은 거짓이나 지껄이고 혀는 음모나 꾸민다. 모두들 하나같이 부당한 송사를 일으키고 없는 일을 꾸며 내어 고소하는 구나. 터무니없는 것을 믿고 사실무근한 소리를 지껄인다. 그 밴 것이 음모인데 잔악 말고 무엇을 낳으랴?” - 이사야서 59장 3, 4절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항의시위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대구지역 천주교인들도 시국미사를 가지고 시위대열에 동참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신부와 수녀, 신자 등 150여명은 13일 오후 4시 국채보상기념공원에 모여 ‘효순이와 미선이 추모 및 주권회복과 소파개정을 위한 시국미사’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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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사를 주관한 원유술 범어성당 주임신부는 “지난 6월 월드컵 열기 속에서 참혹한 두 아이의 죽음을 보지 못하고 6개월을 흘려보냈다”며 “하지만 부모 오열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비아냥거리며 사태를 방관하고 있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 신부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미국을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전쟁 당시 3만 명의 미군이 희생됐다고 감사하라고 하지만 지금 미국의 태도는 그들의 죽음마저도 헛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으로 다시 미국을 돌아보며 그들이 변화하고, 회개하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대구대교구 가톨릭청년협의회가 장갑차에 짓밟힌 우리 주권을 되찾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청년협의회는 시국선언문에서 ▲부시 미 대통령의 공식적인 직접 사과 ▲기만적인 재판 무효화, 한국 법정에서 재판 ▲소파 전면 개정 ▲불평등한 한미관계 바로잡기 ▲미국의 대북강경정책 반대 등을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쌀쌀한 날씨 속에서 열린 이날 시국미사 참석자들은 미사를 마친 후 대구백화점까지 촛불을 들고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예수성심수녀회 소속 연희 마리아 수녀는 “효순이와 미선이의 한을 푸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이며 성당에서도 신자들과 함께 기도할 것”이라며 “침묵시위를 비롯해 평화적인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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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13일 발표한 천주교 대구대교구 가톨릭청년협의회의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대구대교구 가톨릭 청년의 시국선언문>


죄없는 자의 피를 흘리는 일을 송두리째 뿌리 뽑아야 한다.
야훼께서 보시기에 옳은 일을 해야한다.(신명기 21, 9)


월드컵 열기가 가득하던 지난 6월 13일, 여중생 신효순 양과 심미선 양이 미군의 장갑차에 치어 숨졌습니다. 친구의 생일을 기뻐하던 어린 여중생들이, 전쟁에나 쓰이는 장갑차에 희생됐다는 사실에 우리는 큰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아무 죄없는 여중생을 2명이나 숨지게 하고도 어떠한 책임도지지 않으려는 미군의 오만한 태도입니다. 미군은 소파 즉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을 내세워 장갑차 운전병과 관제병을 우리 법정에 넘기지 않은 채 자기네들끼리 배심원을 구성한 뒤 무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들 사고 책임자를 미국으로 돌려보낸 채 어떠한 책임도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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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미국의 대통령은 단 한마디의 직접적인 사과도 없이, 미국 관료들을 시켜 이번 사건을 무마하려고만 합니다. 또 불평등한 소파를 개정하지 않은 채 운영방법만 개선한다는 식의 오만한 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런 오만함에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또 장갑차에 짓밟힌 우리 주권에 온 국민이 치떨리는 분노로 일어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해 어떠한 요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부의 소극적인 모습에 우리 국민이 더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어린 여중생을 미군의 장갑차에 치어 숨지게 한 것도 모자라 가해자에 대한 처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주권이 과연 제대로 서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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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톨릭 청년들은 억울하게 숨진 어린 여중생을 두 번 죽이는 듯한 슬픔과 치욕을 느낍니다. 그리고 오직 우리의 하나된 노력만이 우리의 짓밟힌 주권을 되찾고 불평등한 한미 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이 바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르는 길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이제 저희 천주교 대구대교구 가톨릭청년협의회는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어린 여중생을 진심으로 추모하며 이 땅의 진정한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미국 부시 대통령은 무성의하고 형식적인 간접 사과를 그만두고 진심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우리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직접 사과하여야 합니다.
- 미국의 기만적인 재판을 전면 무효화하고 사고 책임자인 미군 병사를 우리 법정에서 다시 재판하게 하여야 합니다.
- 한미 양국의 불평등을 강요하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은 전면 개정돼야 합니다.
- 우리 정부는 불평등한 한미 관계를 바로 잡기위해 적극 나서야 합니다.
- 힘과 무기를 앞세운 미국의 대북강경책과 전쟁 정책을 단호히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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