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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드니에서 택시 운전을 한다. 19일 밤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밤 10시 쯤 bbc 방송의 뉴스에서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이 되었다는 뉴스가 간단하게 흘러 나왔다.
나는 순간 '욱'하고 속에서 무엇인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더니 다음 순간 눈물이 핑 돌았았다. 눈물이 어른 거려 운전을 할 수가 없어서 손님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 차를 세웠다.
안경을 낀 상태이기 때문에 달리면서 눈물을 닦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년 남자 손님이 나보고 놀라서 근심스럽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이 되어서 기뻐서 그런다"고 했더니 "그 사람이 내 친구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더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가 나를 미친놈으로 생각하고 불안해할까 보아서 나는 신통치 못한 영어로 주섬 주섬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 외국인들에게 전혀 심각해 보이지 않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내 개인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재야 운동이라고 해야 못 알아 들을 것 같아서 한국에서 레지스탕스 같은 일을 하던 사람인데 한국에서 청춘을 받쳐 온갖 고생을 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이민을 왔는데 내가 못 얻은 것을 노무현 씨가 모두 이룬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그 사람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당신들은 편하게 살았기 때문에 모를 거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 말이 "한국이 뭐가 그렇게 심각하냐?"는 거였다. 젠장 공연히 눈물 한 방울 흘렸다가 자꾸 물어 보는 탓에 혼이 나게 되었다. 까짓 것 영어만 잘 하면 문제 없이 설명을 해줄 터인데 그 놈의 영어가 문제였다.
나중에는 할 수가 없어서 "운전중에 울어서 미안하다. 그만 하자"고 했다. 그래도 그 사람에게는 너무나 이상한 일인가보다. 아마 그날 그는 집에 돌아가서 "오늘 정말 미친놈 보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우는 놈 보았다"고 할 것이다. 그럴테지, 그 사람이 우리들의 마음을 알 리가 없겠지. 그 손님이 내리고 남 다음에 내 택시가 달리는 것이 아니고 날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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