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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C노조는 24일 밤 파업중단을 선언하고 조합원 전체총회를 통해 조합원 전원이 30일 병원으로 복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CMC노조는 24일 밤 파업중단을 선언하고 조합원 전체총회를 통해 조합원 전원이 30일 병원으로 복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 석희열
파업지도부의 파업중단 선언에 따라 가톨릭중앙의료원 400여 조합원들은 이날 밤부터 25일 오후 3시까지 잇따라 조합원총회와 수련회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 뒤 파업대책본부의 지침대로 30일 오전 8시부로 전원 병원으로 복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난 5월 23일 △산별교섭 쟁취 △주5일제 도입과 모성보호관련법 시행에 따른 인력확보와 변형근로 금지 △의료의 공공성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등 4대 핵심요구 조건이 의료원측에 의해 거부되자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파업에 돌입한 지 216일만이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차수련)는 지난 9월 11일 병원 공권력 투입 이후 파업농성을 위해 명동성당 구내에 설치했던 천막을 26일 오전 11시 모두 철거하고 이날 오후 전 조합원이 명동성당에서 철수했다.

지난 10월8일 CMC 조합원들은 강남성모병원 앞에서 십자가시위를 벌였다
지난 10월8일 CMC 조합원들은 강남성모병원 앞에서 십자가시위를 벌였다 ⓒ 석희열
그 동안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8월 5일 전국 7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직권중재제도철폐와 보건의료노조 장기파업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평화적인 해결 촉구에 이어 10월 8일 십자가 시위, 16일 산별 총파업투쟁, 21일 로마교황청 원정시위 등을 벌이며 의료원측에 거듭 대화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의료원측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선 복귀 후 선처'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노조와의 일체의 대화를 거부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현재의 노숙투쟁으로는 의료원측과 더 이상의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 병원으로 장소를 옮겨 현장 중심의 파업투쟁으로 이어가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보건의료노조는 26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이제 우리는 현장에 복귀해서 가톨릭이 그렇게도 강조해온 '후선처'가 무엇인지 지켜볼 것"이라며 "만약 현장 복귀 후에도 지금과 같은 노조탄압이 계속된다면 지금의 장기파업투쟁은 2라운드로 넘어가 지금보다 훨씬 더 격렬한 투쟁으로 전환될 것이며 2003년 투쟁으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24일 밤 성탄대축일 전야미사를 집전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이사장 정진석 대주교는 CMC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했다
24일 밤 성탄대축일 전야미사를 집전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이사장 정진석 대주교는 CMC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했다 ⓒ 석희열
이날 보도자료에서 보건의료노조는 "병원노동자들은 성탄전야까지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기다렸지만 결국 하느님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며 24일 밤 성탄대축일 전야미사를 집전하면서 가난한 자와 억눌린 자들에 대한 관심과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한 정진석 대주교를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또 "명동성당 들머리를 떠나는 병원 노동자 어느 누구도 이번 투쟁을 패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그 동안 노조탄압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라는 정당한 요구를 가지고 싸웠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최선을 다했다"고 밝히고 "진정한 승자는 끝까지 함께 한 400여 조합원 모두이며 그리고 더 큰 승리를 위해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새로운 노무현 정부는 공약사항이기도한 직권중재제도 법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며 "원만하고 민주적 노사관계 확립을 위해 가톨릭중앙의료원의 각종 현안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는데 적극적인 중재와 노력을 해줄 것을 주문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톨릭중앙의료원측은 노조의 병원복귀 결정에 대한 최종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답변을 피했다. 의료원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노사협력실과 경영지도실의 실무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6일 오후 늦게까지 회의를 거친 뒤 27일 오전 의료원측의 입장을 밝힌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성모병원 전경
강남성모병원 전경 ⓒ 강남성모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측은 또 파업참가 조합원에 대한 징계와 관련 파업참가 정도의 경중에 따라 선별적으로 징계를 하되 그 범위는 최소화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업기간 중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에 대해서도 의료원측은 노조에 대해 그 적용을 엄격히 하되 최소한의 생계비 지원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항에 대해 아무런 합의없이 노조측이 전격적으로 병원복귀를 결정하였지만 파업불씨와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해고자 복직 등 징계 문제와 구속자 석방, 수배 해제 등의 각종 사법처리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노조는 또 다시 파업을 강행할 뜻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파업의 후유증으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복병을 제거하고 대타협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사사로운 다툼에 얽매이지 않는 대승적 입장에서 서로 한 발 물러서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려는 대화합과 화해의 정신이 노사 모두에게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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