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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 좋은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나는대로 꼽아보면, 나는 뭐니 뭐니 해도 내 분수를 좀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좋다. 그리고는 날선 감정의 결이 좀 무뎌진 것과 다른 사람을 조금 더 잘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58>. 이 책의 저자 로저 로젠블라트는 좀 더 잘 늙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무려 58가지나 꼽고 있는데, 꼭 나이듦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살면서 가능한 한 실수를 줄이고 잘 살아나가기 위한 법칙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것이 결국은 성공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것이니까 말이다.
우리들이 겪는 스트레스 중에는 유쾌 스트레스(긍정적 스트레스, eustress)도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의 과중한 업무라든가 질병, 대인관계의 어려움, 근심, 걱정 등으로 인해 겪는 불쾌 스트레스(부정적 스트레스, distress)와 달리 유쾌 스트레스는 긍정적인 생활 사건에 대한 반응인데, 휴가를 앞두고 들뜬 마음으로 준비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면 과연 나이 들어 가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스트레스로 작용을 할까. 젊은 사람 중심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쉬지 않고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몸도 마음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나이듦'은 분명 유쾌할 수 없는 스트레스이다. 그렇다면 하루 하루의 나이듦을 불쾌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남은 날을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다.
저자의 권유를 한 번 따라가보자. 나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라. 서른이 넘었으면 자기 인생을 부모 탓으로 돌리지 말라. 미덕을 좇되, 그것에 목숨을 걸지는 말라. 다른 사람을 개선하려 하지 말라. 자기 반성은 적당하게 해야 오래 산다. 명성을 좇지 않되 있으나마나한 존재는 되지 말라.
〈유쾌하게 나이 드는법 58〉이라는 제목만 보고 혹시라도 노년 준비서나 노후 생활 안내서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법한 책이다.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처세론 속에서 이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히 성공하고 출세하기 위한 방법만을 이야기하는 것을 한 발짝 넘어 잠시라도 우리들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이다.
정말 나이 들어가는 것이 유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사람의 인생을 재는 가장 좋은 척도는 그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저자의 말대로 우리들 삶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많이 달라질까.
며칠 후면 다들 자신의 나이에 더하기 일을 해서 말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해도 나이듦에서 결코 벗어날 수는 없다. 우리 생의 불변의 법칙인 이 나이듦을 조금이라도 유쾌하게 맞을 수 있다면, 우리들 생은 그만큼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될 때 우리 사회의 분위기 또한 나이듦에 대해 외면이 아닌 기대를 품게되지 않을까.
지난 여름 아이들과의 책방 나들이에서 선 채로 읽고 덮었던 책을 다시 찬찬히 챙겨 읽으니, 뜻밖에도 그 때 놓쳤던 부분을 많이 찾아냈다. 고마운 일이다. 역시 책은 스치듯 읽어버릴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만들어가며 읽을 것, 새해 결심이 또 한 가지 늘어난다.
나의 나이듦이 진정 유쾌할 수 있다면, 다른 법칙 모두 잊어도 마지막 58번 째 법칙은 한 번 실천해 봐야겠다. "먼저 사과하라, 화해하라, 도움을 주라." 새해 결심은 이렇게 해서 자꾸만 늘어난다.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 Rules for Aging, 로저 로젠블라트 지음, 권진욱 옮김, 나무생각,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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