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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인수위의 서갑원 의전팀장, 안희정 정무팀장, 이광재 기획팀장, 윤태영 공보팀장, 김만수 부대변인, 천호선 전문위원, 배기찬 전문위원
왼쪽부터 인수위의 서갑원 의전팀장, 안희정 정무팀장, 이광재 기획팀장, 윤태영 공보팀장, 김만수 부대변인, 천호선 전문위원, 배기찬 전문위원
<동아일보>는 "노 당선자, 측근들 '실세화' 막아야"라는 사설을 통해 "구태정치의 망령인 ‘측근정치’가 되살아나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하였다. 조선일보 역시 "'패가망신’으로도 못막는 인사청탁"이라는 사설에서 "노 당선자가 최근 주위의 핵심참모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지적들만 보면 노무현 당선자가 인수위에서부터 측근들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측근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그래서 도대체 노 당선자의 '측근'이 얼마나 대단하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람들인가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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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대와는 달랐다. 우선 우리에게 그다지 알려진 사람이 없었다. 일반에게는 무명(無名)에 가까운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뒤에 숨어 권력을 누리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가진 측근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무엇인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언론으로부터 노 당선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수는 대략 10여명. 인수위의 서갑원 의전팀장, 안희정 정무팀장, 이광재 기획팀장, 윤태영 공보팀장, 김만수 부대변인, 천호선 전문위원, 배기찬 전문위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대부분 노 당선자와 오랜 인연을 맺고 그를 지근거리에서 도와온 사람들이다. 아직도 기억나는 5공 청문회, 3당합당 거부, 부산에서의 연이은 낙선과 오랜 원외 생활.

이들 자신의 표현을 빌면 "도전과 시련으로 가득찬 당선자의 역정을 함께 해온 참모"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 정치판의 특이한 연령개념으로 보았을 때는 이들의 나이는 젊지만, 노 당선자에게는 어려운 길을 함께 해 온 '동지'와도 같은 관계일 것이다. 노 당선자 자신이 계속 어려운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이들은 과거 우리 정치의 '측근'들처럼 권력을 누릴만한 여건도 기회도 없었다.

측근이라고 어깨 힘을 주고 행세하는 것도 당권이라도 쥐거나 계파라고 거느리고 있어야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이들이 한 일이라고는 생활도 안되는 활동비를 받아가며 남들이 "되지도 않는 일"이라며 말리던 대권도전의 길에 함께 공모하여 나섰고, 그것을 이루어낸 일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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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들이 과거 정치판의 가신(家臣)처럼 입과 귀를 닫은채 맹목적인 충성심 하나로 주군(主君)을 모시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도 아닌 것같다. '측근'인지 '참모'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노 당선자와 맞대고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워가며 자유로운 토론을 벌여왔다고 한다. 귀에다가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방울을 달고 살아온 사람들은 아닌 것같다.

이모저모 따져보아도 과거의 '측근', '가신'과는 유형이 다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난리인가. 사실 자신과 오랜기간동안 호흡을 맞추어왔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정책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함께 일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위해서도 그것은 권장되면 권장되었지, 그렇게 비판받을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

대선이라는 큰 일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면 검증도 어지간히는 된 셈이다. 혹여라도 능력에 걸맞지 않게 단지 '측근'이라는 이유로 파격적인 자리에 임명되었다든가, 분수에 맞지 않는 권한을 휘두르는 자리에 올랐다면 모를까. '측근'들이라는 사람들이 맡고 있는 일들을 보니까 대부분 실무적이고 정책적인 일들이다. '권력'을 휘두르는 일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결국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도 측근정치를 한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것은 그 저의가 다른 데 있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만든다. 그러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 민주당 선대위에서 노 당선자와 관련을 맺은 사람들을 대거 기용했다는 것까지도 비판거리로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당의 선대위라는 것이 무엇인가. 자기 당의 대통령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 아닌가. 정상적인 당인(黨人)이라면 거기에 참여해서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거기서 제 역할을 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역할을 맡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찌보면 상식과도 같은 일들이 이것저것 시비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느 한쪽을 두둔해주려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치에도 최소한의 예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에게는 그래도 축하의 덕담(德談)을 해주며 성공을 빌어주는 것이 우리네 예법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인지, 선거가 끝난지 20일도 지나지 않았건만, 덕담은 커녕 온갖 악담(惡談)들이 횡행하고 있다. 측근정치 시비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 정치를 변화시켜 보겠다는 일념으로 맨손으로 의기투합하여 마침내 노무현 당선의 신화를 이루어낸 젊은 '측근'들. 이들은 우리에게 도전과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숨은 주역들이다. 대선에서 어느 정파를 지지했던 간에, 그런 대업(大業)을 이루어낸 사람들은 격려해주고 힘을 북돋아주는 것이 상식이고 도리이다. 측근정치의 우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그리고 나서 내도 늦지않다.

물론 필자는 노 당선자 '측근'들의 앞길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이들이 정말 새로운 정치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참모의 모습을 보일지, 아니면 혹여라도 권력의 맛과 부패의 유혹에 빠지는 전철을 밟게될지, 그것은 장담할 수 없는 일이고 그들 자신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누구도 미래의 일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 없는 문제를 만들어서 난리를 피워서야 되겠는가. 선거가 끝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다시 마구잡이식 흔들기 공세가 시작되는지, 이래서 우리 정치와 언론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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